북한 청소년 게임 열풍…”방학숙제는 엄마가”

최근 북한 부유층 자녀들 속에서 DVD 및 컴퓨터 내장용 게임이 크게 유행하면서 하루 종일 게임에만 몰두하는 중독 증세까지 보이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고 내부소식통이 13일 알려왔다.  

평안북도 신의주 소식통은 이날 “평소 한 두 시간 게임을 하던 아이들이 방학이 시작되자 게임에 몰두하는 시간이 크게 늘었다”면서 “두뇌 발달에 좋다는 말만 믿고 게임 충전용 배터리까지 구입해 줬던 부모들이 이제와서 후회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북한 청소년이 선호하는 게임은 과거 소형 오락기용이 아니다. 최근 DVD 재생기나 노트북에 게임 프로그램이 담긴 DVD를 넣고 오락팔(조이스틱)을 연결해 즐기는 전투형 게임이다. 게임은 주로 중국에서 수입되는데 ‘탱크 전쟁, 로봇 총쏘기, 비행기 쏴 떨구기, 말 따라잡기’ 등이다.  

북한 대부분의 가정집에는 외국영화와 드라마를 볼 수 있는 DVD 재생기가 있기 때문에, 소위 오락팔과 게임 프로그램용 DVD 구입하면 게임을 할 수 있다. 문제는 전력인데 하루 한 두 시간 들어오는 전기를 충전해 게임용으로 활용한다. 

이처럼 게임기와 충전용 배터리까지 보유한 청소년은 일반 학생들에게 우상이나 다름 없다. 주로 당 간부와 신흥 부유층 자제들은 노트북을 이용해 게임을 하면서 또래의 부러움을 사지만, DVD 재생기도 없어 게임에 접근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은 이러한 유행에서 소외되고 있다.

소식통은 “아이들이 게임을 하느라 밥도 제때 먹지 못하는 때가 많고 어쩌다 제 시간에 먹는다고 해도 녹화기 앞에서 게임을 하면서 먹는다”면서도 “게임에 너무 빠져들어 방학숙제도 내팽개친 아이들이 있어 부모가 숙제를 대신해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데도 아이들의 게임 프로그램 구입 성화에 형편이 어려운 가정들도 적잖게 곤란한 입장이라고 한다.

양강도 혜산 소식통은 “국수를 팔거나 감자떡을 해서 시장에 내다파는 장사꾼들도 자녀들이 따돌림당할까 전전긍긍하면서 푼돈을 모아 녹화기와 게임이 들어있는 DVD를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청소년들의 유행이 한류에 이어 게임까지 우리 청소년들과 매우 흡사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류 영화나 드라마 시청은 부모와 자식이 함께하는 취미활동이었지만 게임은 청소년들의 전유물이라 가족 간 단절이나 갈등의 원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최근에는 북한에서도 중국 범죄영화를 모방한 폭력사건까지 발생하고 있어 이러한 게임 중독이 북한 청소년의 폭력성을 증가시킬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 2012년 처음으로 PC게임 ‘평양레이서’를 자체 제작했다. 이 게임은 북한 전문 여행사인 고려투어와 IT아웃소싱 전문회사 노소텍이 제작한 레이싱 게임이다. 최근에는 핸드폰에 게임이 탑재돼 청소년들이 부모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는 경우도 많다. 

한편 노동신문 이날 “릉라인민유원지에 전자오락관들이 새로 건설되어 봉사를 시작했다”면서 릉라 전자오락관에서 게임을 즐기는 어린이들과 성인들의 모습을 내보내기도 했다.

▲ 북한 최초 PC게임 평양레이서 영상. /판도라 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