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25일 금강산 관광지구 내 이산가족면회소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북한의 소집요구에 불응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북측이 예고한대로 면회소 몰수 조치를 취할 경우 남북 당국간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북측은 금강산 부동산 조사 첫날인 이날 오전 11시부터 15분간 금강산 호텔에서 우리 기업 인사들에게 조사 일정을 통보하면서 이날 오후 이산가족면회소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고 방북 업체 관계자들이 전했다.
특히 북한이 오는 4월 1일까지 금강산 지구 내 부동산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금강산을 방문하고 돌아온 최요식 금강산지구 기업협의회수석부회장은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북한의 명승지개발지도국의 이경진 과장이 이같이 밝혔다고 말했다.
최 부회장은 “이경진 과장은 이 자리에서 ‘이번 조사는 관광 중단 장기화에 따른, 방치에 따른 조사다. 재개를 위한 목적도 있다. 4월 1일까지 남측에서 (부동산 조사에)응하지 않으면 특단의 조치를 내리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특단은 누가 내리겠냐고 물었더니 이 과장이 ‘그것은 관광총국에서 내릴 것이고 어떤 특단인지는 자기도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일단 정부는 북한의 조사 통보에 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종주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산가족 면회소는 금강산 관광과 무관한 건물로 조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따라서 북한의 조사에 정부 당국자가 응할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이미 우리 측이 공개적으로 불응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북측이 면회소 조사를 이유로 정부 당국자의 입회를 요구한 배경과 의도를 면밀 검토하면서 대응책 마련 중이다. 특히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발언의 진위를 확인하고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 18일 금강산 부동산 조사에 입회할 부동산 소유자들의 방북을 요구하면서 불응시 부동산을 몰수하고, 향후 현지 방문을 불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산가족 면회소는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 확대를 대비, ‘상시상봉’의 인프라를 만들자는 남북 합의에 따라 남북협력기금 600억 원을 투입해 건설한 곳으로 지하 1층, 지상 12층에 206개 객실을 갖춘 현대식 건물로 지난 2008년 완공됐다. 작년 추석 이산가족상봉 당시 단체상봉 장소로 처음 이용됐다.
방북 업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북한은 면회소 조사 방침을 비롯해 26일 관광공사 소유 부동산, 27~28일 현대아산 소유 부동산, 29~30일 기타 투자업체 소유 부동산에 대해 각각 조사할 계획이라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마지막날인 31일에는 조사 중 결정된 추가 지정대상에 대해 보강 조사를 하기로 했다.
설명회 형식으로 진행된 이 자리에서 북한의 김광윤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장은 “내각의 위임에 따라” 부동산 조사를 실시한다면서 “이번 조사는 지난 4일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대변인 담화문에서 밝힌 특단의 조치에 따른 실천적 조치”라고 말해 향후 관광 재개가 되지 않으면 계약파기, 부동산 동결 등 수순으로 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김 국장은 또 아태위 담화문을 낭독했으며, 부동산 소유자별로 투자계산 기초자료와 관광지구 배치도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 자리에는 금강산 현지 부동산 보유 업체 관계자 19명을 포함, 남측 인사 30명과 북측 인사 22명이 참석했다. 이어 양측은 정오부터 현지 식당인 목란관에서 약 1시간30분간 오찬을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동해선 육로를 통해 방북한 현대아산 등 현지 부동산 소유 업체 관계자들은 오후 4시경 귀환했다. 지난 24일 미리 방북한 관광공사 관계자들은 26일 부동산 조사 입회를 위해 현지에 더 머물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