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마식령 산사태 소문 유포자 처벌강화 엄포”

북한에서 이번 달 중순부터 시작된 폭우로 마식령 산사태와 청천강 범람에 따른 도시 침수 등 수해 피해 소식이 전국에 확산되는 것을 우려해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입단속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마식령 스키장이 산사태로 무너졌고 이곳에서 흘러나온 토사로 인근 농장의 농작물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이 시장 등지에서 장사꾼들을 중심으로 소문이 확산되자 당국이 이를 차단하고 나섰다고 소식통이 전해왔다.


양강도 혜산 소식통은 26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 들어 중앙당에서 직접 나와 주민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하는 일이 잦아졌다”면서 “강연자는 ‘(수해 피해 관련) 괴상한 소문을 입에 올리는 자는 강력한 처벌을 면치 못할 것’이라면서 목소리에 힘을 잔뜩 주고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전국을 누비는 보따리 장사꾼들에 의해 강원도에서 최근 발생한 ‘마식령 스키장’ 산사태 소식이 시장을 통해 퍼져 나가자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아 중앙당에서 강연자를 파견했다. 김정은이 각종 선전구호를 통해 강조한 ‘마식령 스키장’의 산사태 소식이 주민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우려해 내부단속에 나섰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시장에서 당국이 학생들을 동원해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소문까지 퍼져나갔다”면서 “주민들은 ‘원수님(김정은)의 첫 사업부터 이렇게 잘되니 후에도 걱정 없겠다’ ‘마식령 속도만 믿으면 모든 것이 순조롭게 된다’는 등 체제를 비꼬는 말들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어 “국경지역에서는 보위부들이 새벽에도 전화 탐지기가 들어있는 가방을 메고 돌아다니는 등 경계가 삼엄해졌다”면서 “외부와 전화통화를 하다 갑작스레 조사를 받는 일이 발생해 최근엔 주민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북한 당국이 조국해방전쟁승리 기념일(일명 전승절, 7월 27일)을 앞두고 조선민주여성동맹(여맹), 조선직업총동맹(직맹) 충성 결의대회 개최 등 관련 행사에 집중할 것을 지시하면서 수해 피해 복구는 뒷전으로 밀렸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소식통은 “인민반에서는 전승 60돌에 대한 회의와 준비 점검만을 연일 강조하고 큰물 대비와 복구 이야기는 쏙 들어갔다”면서 “수해 대비는 새벽 5시에 불려나가 선전판·구호판과 모자이크 벽화(김일성, 김정일의 모습을 형상화한 대형 우상화물) 붕괴 대비 작업을 하는 게 전부고 나머지 시간은 행사 준비에 동원된다”고 말했다.


한편 데일리NK는 24일 마식령 스키장이 이달 중순 400mm에 달하는 장마철 폭우로 공사현장이 붕괴됐고 산사태까지 발생해 인근 살림집과 농작물까지 큰 피해를 입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