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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김일성이 갑작스럽게 사망하자 국내외에서는 북한 붕괴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대다수 전문가들이 북한체제가 5년을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은 경제난으로 300만명이 아사하고 참혹한 인권유린이 벌어지는 상황 속에서도 13년째 건재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핵문제도 북한체제에는 뚜렷한 영향을 끼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에 대해 안기부 북한조사실 단장을 지낸 북한전문가 송봉선 인하대 교수는 『북한은 왜 멸망하지 않는가』라는 책을 통해 ‘종교와 같은 막강한 신권체제’가 북한체제를 유지시키고 있다고 분석한다.
어린시절부터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영향을 받은 김일성이 자신의 절대성과 무오류성을 강조해 신권국가 체제를 완성시켰기 때문에 이같은 장기집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일성의 부모 김형직과 강반석은 어릴 때부터 기독교와 인연을 맺었고, 김일성은 물론 김정일 역시 그 영향력 안에서 살았다. 중학교 시절에는 이슬람 교리를 익히기도 한 김일성에게 ‘종교적 리더십’의 의미는 남달랐을 것이다.
저자는 이를 바탕으로 한 이념화와 조직화, 그리고 남한과 중국의 지원체제 구축으로 북한체제가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즉 스스로 교주가 돼 유일사상, 사회정치적 생명체론, 선군사상으로 신권을 확립, 인민대중을 ‘선교’하고, 노동당 간부들에게는 교구와 주교단 역할을 수행토록 해 이단적 요소를 차단했다는 것.
또 신의 대리인인 교주 김정일은 체제 장기화를 위해 자신은 물론 가족과 친척, 주변인물과 혁명동지를 맹신그룹화했으며, 남한과 중국에 지원세력을 도모했다고 덧붙였다.
송 교수는 결론적으로 북한 정권 창시자 김 부자의 독특한 신권적 통치 방법이 성공했다고 말한다. 또 만약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묵시적 혹은 공시적으로 인정될 경우 교주체제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누구든 어떤 종교의 신도가 된 후에는 그 신을 믿고 의지하려고 해 신권국가 역시 영속화가 가능하다는 주장도 덧붙인다. 대중의 ‘신앙’을 바탕으로 한 북한체제는 앞으로도 장기화된다는 것. 독자로 하여금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정말 북한정권을 종교에 비유한다면 세계 최대의 사이비 종교에 불과하고, 김정일은 자기 신도를 대상으로 사기와 범죄를 일삼는 악덕 사이비 교주일 뿐이다.
사이비 교주의 전모가 밝혀진다면 아무도 그것을 ‘종교’라고 일컫지 않을 것이다. 누구도 그 사이비 교주를 종교 지도자로 여기지 않고, 오히려 그에게 엄벌을 내리려고 할 것이다.
게다가 북한 주민들은 애초부터 북한이라는 사이비 종교의 신도가 아니었다. 정권의 억압과 감시, 그리고 강요된 복종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신도로서의 삶을 강요당했을 뿐이다. 강요당한 종교를 믿고 의지하는 것은 허상일 뿐이다. 이는 북한이라는 거짓 종교의 영속화가 불가능한 가장 큰 근거가 된다.
이미 김정일이 세계 최악의 사이비 교주라는 것은 만천하에 알려졌고, 북한 주민들 역시 이를 모를 리 없다. 점점 증가하는 탈북자의 수가 그 증거중 하나다. 북한정권의 거짓과 악독함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는 사람들은 북한의 주민들이다.
아쉽게도 책은 이러한 점을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기에 세계 최악의 사이비 종교는 결국 처단될 것임을, 또 사이비 종교집단에 예속돼 있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말하지 못한다.
북한을 종교와도 같은 막강하고 자발적인 신권체제라고 인정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일종의 종교개혁과 같은 북한 신권체제의 변화를 주장했더라면 좀더 의미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최용상/자유주의대학생네트워크 기획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