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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2∙13합의’의 발목을 잡고 있는 방코데타아시아(BDA) 북 동결자금 문제가 해결될 조짐을 보이면서 그 동안 불투명해 보였던 북핵 폐기 초기조치 이행 논의가 빠르게 진전될 가능성이 커졌다.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6일 “BDA 북한 자금 이체를 위한 기술적 해법을 찾았다”고 밝혔다. BDA문제 해결을 위해 2주간 베이징에 체류했던 미 재무부의 몰리 밀러와이즈 대변인도 “미 정부는 관련 당국 모두에게 북한 자금의 반환이 미국과 국제사회의 필요에 의한 합법적 조치임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힐 차관보는 8일부터 한국과 일본, 중국을 잇따라 방문해 6자회담 후속조치들을 논의할 것으로 보여 일단 BDA문제는 최종 해결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힐 차관보의 이번 방문은 관련국들과 6자회담 재개와 북한측의 2∙13 합의 초기이행조치 실천 방안 등 후속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행보라는 것이 외교가의 관측이다. BDA문제의 해결 국면에 따라 ‘2∙13 합의’에 따른 60일 내 초기조치 이행을 관련국들에게 강하게 재촉하기 위한 것.
BDA 해결국면…힐 “6자회담 후속대책 논의할 듯”
북핵 ‘2∙13합의’는 북한측이 중국은행의 BDA 북한자금 송금 거부 사태 이후 6자회담장을 박차고 나가면서 난관에 부딪혔다. 60일 이내 초기조치가 이행되기 어렵다는 말이 한국과 중국 핵심 당국자들 입에서 흘러나왔다.
이에 따라 미국 측은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부차관보를, 우리 정부도 임성남 북핵외교기획단장을 베이징에 파견해 중국 측과 해법을 논의해 왔다.
이 같은 관력국들의 적극적 노력으로 인해 BDA 북한자금 송금 문제 해결을 위해 ‘BDA자금 홍콩 경유’와 ‘구분 송금방안’, ‘BDA 내 새로운 계좌 송금방안’ 등이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관련 당사자간 송금 방안에 대해 일정한 합의에 이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미∙중∙BDA 3자는 2∙13합의를 원만하게 이행하기 위해 BDA 자금을 홍콩 소재 은행으로 보낸 다음 북측에 돌려주기로 했다”며 ‘홍콩 경유설’을 주장했다고 중앙일보가 4일 보도했다.
6일 외교소식통들에 의해 제기되고 있는 ‘구분 송금방안’은 BDA 북한자금 2천 500만 달러 가운데 합법과 불법자금을 분리해 송금하되 불법자금에 대해선 미국 금융기관이 ‘국제금융관행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보증서를 첨부하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자금’을 송금할 경우 국제 신인도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중개를 거부했던 중국은행측도 미국의 보증서가 첨부될 경우 상당부분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현지에서는 보고 있다.
또 파산할 것으로 알려진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을 존속시키는 한편 새로운 북한계좌를 만들어 송금문제를 해결하는 방향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DA 처리 문제를 마카오 당국에 일임함으로써 마카오 당국은 물론 북한 자금으로 곤경에 처했던 BDA의 체면도 살리고 북한의 해외 계좌 역시 존속시킬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 방안을 북한이 수용할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다. 미국 은행과의 거래가 불가능한 BDA는 향후 회생의 길을 걷더라도 당장은 국제금융 시스템에서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BDA내 새 계좌로 돈을 옮기기 위해서는 종전 계좌의 주인들이 모두 동의해야 한다는 난제도 있다. 북측은 아직까지 계좌 주인의 이체신청서를 모두 모으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北 BDA 해결 방안 수용시 ‘2∙13합의’ 초기조치 급물살
미국과 중국이 합의한 해결방안을 북한이 일방적으로 거부하기 어려운 점도 있지만, 북한이 그동안 BDA 북한자금 송금에 대해 취해왔던 태도를 볼 때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2∙13합의’의 전제로 BDA 자금 동결 해제를 강력히 요구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북한은 북 자금 환수뿐만 아니라 국제 금융시스템에 정상적으로 복귀하기를 희망한다.
또 미국 등의 ‘보증’이 전제된다고 하더라도 BDA 자금에 대한 일회성 해결 방안이므로 밝혀지지 않은 북한의 불법활동에 대한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어 더욱 그렇다.
하지만, 북한이 관련국들의 적극적인 해결 노력을 경시하고 또다시 ‘BDA 송금 합의’를 거부할 경우 북한이 수세에 몰린다는 부담이 있다.
북한이 미국의 송금 방안을 수용할 경우 빠르게 북핵 폐기 초기 프로세스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2.13합의는 60일 내 영변 핵시설 폐쇄∙봉인, IAEA 감시단원 방북 및 활동개시, 핵프로그램 목록 협의, 중유 5만t 지원 등의 조치를 규정하고 있다.
이 모두를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초기조치 이행 시한에 해결하기는 어렵다. 상징성이 큰 영변 핵시설 폐쇄∙봉인은 시한 내 실시하고 나머지는 한 달여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주변국은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