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중러 대사 “北 핵보유국 인정 안해” 한 목소리

▲ 23일 국회에서 북핵 문제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미일중러 대사(왼쪽부터) ⓒ연합

6자회담 참가국인 미·일·중·러 4강 대사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확인하고, 북한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보리 제제 결의 1874호의 철저한 이행을 다짐했다. 또한 북한이 조속히 6자회담에 복귀해 비핵화 협상을 진전시켜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촉구했다.

4강 대사들은 23일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이 ‘북핵문제 전망과 해법’을 주제로 국회에서 개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북핵 문제에 대한 각국의 입장을 대변했다. 4강 대사가 북핵 문제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이례적인 일로 20여명의 국회의원들이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토론에 참여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김형오 국회의장도 “ 미·일·중·러 4개국 대사가 한 자리에 모여 같은 주제로 토론을 갖는 것은 처음이 아닌가 싶다”며 “그만큼 한반도의 상태가 위중하다는 것을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의미를 평가했다.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 대사는 이날 발표에서 “지난주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은 한반도와 전 세계의 평화에 심각한 위험이 되고 있으며 핵을 가진 북한은 절대 허용할 수 없고, 앞으로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확인했다”며 “북한은 더 이상 도발적 행동을 해서는 안 되며 협상으로 돌아가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엔과 협력해 제재 조치를 취하는 등 국제사회가 단결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북한이 행동에 대해 치뤄야 할 대가를 늘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유엔의 새로운 결의안 1874호도 이러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것으로 미국은 결의안을 강하게 지지하며 모든 (유엔 회원) 국가들이 이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군사력을 이용해 북한의 도발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며 “북한이 자신들의 행동을 고집하고 잘못을 수정하지 않는다면 미국인과 한미양국의 동맹을 지키기 위해 동맹국과 함께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시게이에 도시노리(重家俊範) 주한 일본 대사는 “일본은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등을 가장 심각한 도발행위로 간주하고 있다”며 “이같은 행동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일치된 반대 목소리에도 위배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는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단계적 조치를 취하면 관계국이 이에 상응하는 지원을 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끝에 가서는 비핵화를 역행하는 조치가 태연하게 이뤄졌다”며 “더 이상 이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북한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행동을 삼가고 6자회담에 복귀할 것을 다시 한번 강하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청융화(程永華) 주한 중국 대사는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 재개에 대해 단호한 반대의 입장을 밝혔다”며 “북한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하며 동북아 평화, 안정에 위해를 주고 있다. 중국은 안보리의 적절하고 균형적 대응을 지지하고, 책임있고 건설적인 태도로 관련 협의에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글레브 이바쉔초프 주한 러시아 연방대사도 “북한의 핵실험 실시 장소가 러시아 국경에서 180km도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이 문제는 러시아의 직접적인 우려사항”이라며 “러시아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6자회담 참가국들과 협력해 북한이 군사적 목적의 핵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최선을 다해 설득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4강 대사들은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기도 했다. 미국은 제재를 강력한 수단으로 하되 대화 의지 또한 갖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고,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제재에 동참하기는 했지만 평화적 방식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미국은 북한에 적대적인 의지를 갖고 있지 않으며, 북한의 정권을 변화시킬 의지도 없다”며 “미국이 북한과의 양자대화에 언제든지 열려있다는 점은 오바마 대통령이 처음부터 명백하게 보인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3월 평양을 방문해 대화를 하겠다는 보즈워스 대북특사의 제의에 지금까지 어떤 대답도 하고 있지 않다”며 “미국은 한반도에 비핵화를 달성하고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이해 관계국들과 노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 협상장으로 돌아오는 것이 북한에 유리한 길”이라고 지적했다.

청융화 대사는 “안보리의 목적은 제재 자체가 아니다. 한반도 핵문제는 반드시 외교적 수단을 통해 평화적 방식으로 해결해야만 한다”며 “대화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안정을 수립하는 것이 관련국들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이바쉔초프 대사도 “앞으로 일어날지 모르는 북한 선박 검색은 결의안 이행의 맥락에서만 이행 되어야 하지 어떠한 선례로 남아서는 안 된다”며 “어떤 경우에도 대화의 문이 닫혀서는 안 된다. 이 경우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영향력이 상실될 것이며, 북한이 국제적으로 대량살상무기를 확산하는 것을 자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제안한 5자회동도 이날 토론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에 대한 각국의 입장이 아직 조율되지 않은 상태여서인지 대사들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도시노리 대사는 “현재 시점에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는 않지만 그동안에도 6자회담 안에서 (비핵화) 프로세스를 진전시키기 위해 양자, 다자 협의가 실시되어 왔다”며 “일본도 북학 핵포기 실현에 이바지 할 수 있다면 적당한 시기에 여러 가지 효과적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어려움이 많긴 했지만 6자회담이 지금까지 많은 성취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5개국이 함께 노력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알 수 있다”며 5자간 긴밀한 협력 체제 구축에는 긍정적인 뜻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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