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익점 사업’을 아십니까?

국제사회는 다른 나라와 교류, 협력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 그러나 북한은 장기적인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한 채 체제를 지켜내고 있다.

북한이 시장경제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에 대한 해답은 북한 당국이 ‘명예 호주(濠洲) 영사부장’이라는 직함까지 주었던 대북사업가 이상옥씨가 펴낸 책『평양 변주곡』(관동출판사)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저자는 이산가족으로, 북한을 찾아가 아버지를 42년 만에야 만나게 된다. 아버지를 만난 이후 저자는 북한이라는 나라에 매력을 느껴 대북사업을 시작하지만, 북한의 이른바 ‘우리식 사회주의’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동포들의 순진한 마음을 악용해 그 위에 기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저자가 대북사업을 하면서 비로소 알게 된 북한의 본질. 그 내면의 모습을 해외 동포들이 알아야만 바깥세계의 도움의 손길이 진정으로 북한 동포들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저자는 시종일관 엮어간다. 그리고 북한이라는 나라를 근본적으로 변화 시키지 않고서는 해외동포들은 북한에게 이용만 당한다는 결론을 맺고 있다.

北, 해외동포 애국심 악용해 갈취

저자는 호주에서 이산가족 평양 방문을 추진하고, 호주동포전국연합회 회장과 북한의 명예호주(濠洲) 영사부장 등을 맡아 북한을 파트너로 한 사업을 벌여나간다. 그 가운데 해외 동포와 대북사업가들이 결국은 북한 정권의 볼모가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북한의 이러한 행태를 저자는 ‘평양의 생리’라고 표현하고 있다.

저자가 꼼꼼하게 적어둔 대화록과 북한 여행기는 ‘평양의 생리’를 여실히 보여준다. 외화벌이 사업, 해외동포 장악 사업, ‘문익점 사업’, 남북 체육공동행사 등은 겉으로는 교류와 협력을 표방하고 있지만 사실은 체제 유지와 김일성, 김정일 우상화에 일조하는 사업들에 지나지 않는다

해외동포를 대상으로 한 북한의 대외사업은 ‘원호위원회’라는 곳에서 관장한다. 북한과의 모든 사업은 ‘원호위원회’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북한은 ‘원호위원회’를 이용해 대북사업을 하고자 하는 해외 동포들을 효과적으로 장악하고 불순한 사상, 즉 자본주의의 유입을 막는다.

‘원호위원회’에 관해 저자는 “결국 해외 동포와 북한 동포들간의 교류를 활발히 해주는 것이 아니라 북한 체제의 유지와 발전에만 기여”하는 기구라고 분석한다.

예컨대 북한의 대표적 대외사업은 ‘문익점 사업’이다. 해외동포들로 하여금 북한 방문시 의무적으로 첨단 기술책자 및 기자재의 반입을 독려하고 조국에 충성하라는 캠페인이다. ‘문익점 정신’을 내세우며 해외 동포들에게 공공연하게 지적 재산의 유출과 헌납을 강요하는 것이다.

“첨단장비 밀반입, 예술품 복제도 일삼아”

북한은 또한 예술적 가치가 뛰어난 작품의 복제를 서슴지 않는다. 해외 동포들은 작품이 복제되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조국에 대한 애정으로 가짜 예술품을 구입한다. 북한 정권의 입장에서 복제품을 파는 외화벌이 사업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지만, 결국은 돈을 끌어들이기 위해 동포들을 기만하고 애국심을 활용하는 파렴치한 사기행위이다.

이러한 북한의 대외사업은 완전한 ‘퍼주기’식으로 이루어진다. 대북사업가들이 북한을 오가며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동포들을 돕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지만, 순수한 의도에서 출발한 이런 사업은 매번 북측이 ‘퍼주시오’라는 변주곡(變奏曲)을 연주하는 바람에 변질된다.

저자의 경험인즉, 북한과의 사업은 애초에 의도하고 합의된 대로 되지 않고 결국은 북한 정권의 뜻에 따라 변질된다는 것이다. 『평양 변주곡』이라는 책의 제목은 이렇게 해서 생겨났다.

다년에 걸쳐 대북사업을 경험한 저자는 북한의 모든 것은 정권의 존속을 위해 존재하며 인민의 인권도 희생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저자는 북한 정권을 그냥 내버려 두면 인민들이 계속해서 희생될 것을 우려한다.

북한을 내버려 두지 않기 위해 저자는 “북한의 참혹한 실상을 알려야 하며, 특히 해외 동포들을 볼모로 체제를 유지하려고 하는 북한 권력층의 의도를 직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저자가 이 책에서 정리한 ‘평양의 생리’도 북한의 본질을 알리기 위한, 그런 작업의 첫걸음이다.

김용훈 기자 kyh@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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