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26일 평양공연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정작 북한 주민들은 공연 사실 자체를 모르거나 관심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북한에도 TV로 생중계되며 주민들에게도 상당한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는 언론들의 보도와는 달리 평양 시민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민들에게 이번 공연은 관심권 밖의 일로 치부됐다.
또한 미중간의 ‘핑퐁 외교’에 빗대 ‘싱송 외교’라 표현하며 미북간 관계개선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기대도 북핵문제에 걸려 당장 실현되기는 어렵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뉴욕필 공연 바로 다음날인 27일 함경북도 온성, 무산, 회령, 양강도 혜산시의 내부 소식통들은 한결같이 “그런 공연이 있었다는 사실도 잘 몰랐다”고 말했다.
소식통들은 공연이 끝난 이날 오전까지도 “주민들 대부분은 이런 공연이 진행됐었다는 사실 자체를 아예 모르고 있다”며 “노동신문 등에도 아주 작게만 소개돼 인민들은 이에 대해 관심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특히 한 소식통은 “공연을 했다는 저녁 6시는 전기공급도 불안정하고, 가정들에서 불법 전기제품(전기밥통)을 가장 많이 쓰는 시간이기 때문에 거의 모든 주민지구(거주 지역)의 전기 공급을 끊는다”며, “(공연 사실을)알았더라도 그 시간에 밧데리(배터리)를 연결해 TV를 보려는 사람들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소식통은 이어 “그럴 밧데리 전기가 있으면 단속 없는 시간을 노려 한국 알판(CD)이나 하나 더 보겠다”는 뼈있는 농담도 던졌다.
평북 신의주 소식통의 경우 “뉴욕필의 공연을 봤다”고 했다. 하지만 공연을 보게 된 계기는 “아이들이 ‘아동영화’(만화영화)를 본다면서 텔레비죤(TV)을 켰는데 무슨 공연을 하고 있었다”며, “유명한 공연인줄은 정말 몰랐다. 노래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재미도 없어서 끝까지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 선양(沈阳)에 나와 있는 북한 무역일꾼 강 모 씨는 데일리엔케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선양에서 중국 TV로 공연을 봤다. 이미 전부터 소문을 들어 관심을 가져왔다”며, “막상 공연을 보니 내용도 모르겠고 재미도 없어서 중국 통로(채널)로 돌려 버렸다”고 말했다.
강 씨는 ‘뉴욕 필의 공연이 ‘핑퐁외교’처럼 발전하지 않겠냐’는 질문에는 “한국에선 모든 보도물(뉴스거리)을 그런 식으로 다루는가”라고 되물으며 “정말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강 씨는 “6자회담이 잘 되고 핵문제가 풀려야 북미 문제가 풀리는 거지, (뉴욕 필이) 와서 노래나 부른다고 갑자기 핵이 사라지겠나”라며 “그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참으로 어리석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