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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7일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했다. 미국 CNN은 이날 오후 긴급뉴스를 통해 북한이 냉각탑을 폭파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폭파쇼’에는 200kg의 다이너마이트가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폭파된 냉각탑은 영변 5MW원자로의 부속시설로 20m에 이르는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지난해 7월 이미 가동 중단돼 사실상 수명이 다한 껍데기뿐인 핵시설이다. 냉각탑에는 냉각장치와 증발장치가 있었지만 이미 몇 달 전에 미국의 입회 하에 해체됐다.
냉각탑은 핵분열 때 발생하는 원자로의 열을 식히는 장치다. 이에 따라 냉각탑에서 수증기가 발생한다는 것은 원자로 가동을 의미하기 때문에 미국은 그동안 인공위성을 통해 계속 이 시설을 감시해 왔다.
당초 냉각탑 폭파는 미국 CNN 방송 등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 될 예정이었지만 북한 측이 동의하지 않아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국 CNN, 한국 MBC 등 폭파 장면을 취재한 5개국 언론사들은 평양으로 이동해 화면이 송출되었다.
냉각탑 폭파 현장에는 지난 26일 판문점을 통해 방북한 성 김 미 국무부 한국과장과 북한 외무성 고위관계자가 참석해 지켜보았다.
북한은 이번 냉각탑 ‘폭파쇼’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켜 선전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미디어를 통해 폭파 장면을 공개하면서 국제사회의 신뢰도를 높이는 효과를 기대한 ‘쇼’로 충분히 각인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27일 냉각탑 폭파에 앞서 “오늘 냉각탑 폭파는 북한 당국의 핵 불능화 의지를 정치적,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조치로 받아들인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등의 미북관계 개선을 강하게 원하는 북한이 이 같은 ‘쇼’를 통해 미국에 ‘외교적 성과’라는 선물을 준 셈이다. 더불어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 부시 행정부의 협상 태도에 불만을 가진 미국 내 강경파들의 목소리를 잠재우는 효과도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앞서 제출한 핵 프로그램 신고서에 대해 미 부시 행정부를 비롯한 6자회담 관련국들이 ‘면밀한 검증’을 강조하고 있어 이 문제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쇼’까지 하면서 상징적인 비핵화 의지를 보였지만 미국 내 강경파들의 핵 신고서에 대한 ‘불완전성’에 대한 반발,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를 반대 여론이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신고서에 누락된 핵무기 개수, UEP, 시리아 핵 협력설 등에 대한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돼 북핵 정국은 ‘산 넘어 산’이다. 조만간 개최될 6자회담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검증’문제의 향방에 따라 이번 냉각탑 폭파가 ‘쇼’로 기억될지, 비핵화 ‘의지’로 판단될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송대성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냉각탑 폭파는 북측이 정치적 궁지에 몰려있는 부시 행정부를 일으켜 주면서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등과 맞바꾸기 위한 진실 없는 이벤트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냉각탑 폭파쇼가 앞으로 진행될 미국의 ‘면밀한 검증’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시간이 갈수록 폭파쇼의 영향보다 실질적인 ‘검증’을 둘러싼 논란이 크게 번질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