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한반도 정세 완화될 징후’ 의미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3일 방북 중인 양제츠(楊潔)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6자회담 당사국은 초기단계 초치를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김정일은 “최근 한반도 정세가 다소 완화되는 징후를 보이고 있다”면서 “6자회담 참여 당사자들은 합의를 실천하기 위한 단계적 행동을 취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일이 방북 외교사절을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 정세 완화될 징후’라는 발언을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김정일의 이 같은 언급은 최근 미북관계의 변화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해결 의지를 높이 평가하고,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방북 등 미국의 대북정책 전환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정일의 이번 발언은 그동안 대외 인사를 만난 자리에서 누차 반복했던 핵폐기 이행 의지와 같이 2.13합의 이행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의례적인 발언일 가능성도 있다.

김정일의 이 발언이 “북한은 영변원자로 폐쇄와 함께 받기로한 중유 5만t을 받아야만 원자로 폐쇄에 들어갈 것임을 최근 한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통보했다”고 2일 로이터 통신이 미국 관리의 말을 인용 보도한 내용과 연장선상에 있는 것인지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양 외교부장은 이날 김정일을 만나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보내는 구두친서를 전달했다고 북한 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그러나 구두친서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양 외교부장은 후진타오 주석의 구두친서를 전달하면서 “중국과 북한의 우의는 양국 공동의 진귀한 재산”이라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이에 대해 김정일은 구두친서를 보내준 것에 대해 사의를 표하고 “북한과 중국의 우의는 양국의 원로 혁명가들이 우리에게 남겨준 진귀한 유산”이라면서 “우리는 북한과 중국의 우의사상을 후대에 교육시켜 우의를 더욱 강화시키자”고 말했다.

양 외교부장은 또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는 당연히 전면적으로 실행해야 한다”면서 “각자가 계속 적극적으로 단계를 밟아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했고 이에 김정일은 “중국이 한반도 핵문제 해결을 위해 엄청나게 힘든 일을 하고 있다”며 “북한은 중국이 이러한 대화와 협상에 계속 힘써주길 바란다”고 답했다.

김정일이 이날 양 외교부장을 만난 것은 지난해 10월 탕자쉬안(唐家璇) 중국 국무위원을 접견한 이후 외국의 주요 인사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면담에는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도 배석해 6자회담 재개와 2·13 합의 이행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오갔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국책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북한 핵실험 이후 북중관계 상당히 소원해졌다”며 “이로 인해 북핵문제가 미국과 북한을 중심으로 진행됐고, 특히 힐 차관보의 평양 방문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북한이 중국을 따돌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양 외교부장을 만난 것은 그동안 소외됐던 중국에 대한 북한의 배려차원일 수 있다”면서 이와 함께 “6자회담 재개와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위해 4자 외무장관 회담 개최 등도 논의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