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풍선확장술’…몸에 칼 안대”














▲ 김정일이 지난 6월8일 평안북도 룡천군 신암협동농장을 방문한 모습 ⓒ연합
김정일이 5월 중순 독일 의료진으로부터 ‘풍선확장술’(경피적 관상동맥확장술, PTCA)이라는 심장 질환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일본의 소식통은 20일 데일리NK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정일이 지난 5월 중순 베를린 심장센터 의료진으로부터 ‘풍선확장술’ 치료를 받았다”며 “하루 정도 요양한 뒤 일상 업무에 복귀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북한 측은 독일 의료진에게 우선 김정일에 대한 정밀검사를 실시하고 필요하면 수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며 “검사 결과 동맥에 피가 잘 통하지 않는 심근경색 증세를 나타냈으며, 그 외 심장에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고 전했다.

또 “김정일의 상태는 심각해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힘이 넘쳐 보인다고 독일 의료진들은 평가했다”며 “다만 당뇨병과 신장 비대 등의 질환이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검사 결과 김정일의 심장질환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기 때문에, 아주 간단한 치료인 ‘풍선 확장술’만 시술했다”며 “치료 자체는 간단한 것으로, 메스를 몸에 갖다 대거나 심장을 직접 만지는 수술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풍선 확장술’은 카테터라고 하는 가늘고 긴 튜브의 끝에 부풀어 오를 수 있는 풍선을 장치해 좁아진 혈관을 풍선의 힘으로 확장시켜주는 치료법이다. 관상동맥 질환에 유용한 비수술적 요법으로 개흉(가슴 절개)을 하지 않고 사타구니나 팔에 작은 구멍을 뚫어 시술하기 때문에 입원 기간이 2~3일 정도로 짧다. 때문에 성공률이 높고, 합병증의 위험도 크지 않다.

“의사단을 파견해달라는 북한의 갑작스런 요청에 서둘러 대규모 의사단을 파견했던 독일 의료진으로서는 너무 간단한 시술에 오히려 맥이 빠졌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다.

한편 김정일의 ‘풍선확장술’ 시술과 관련, 21일 데일리NK의 자문요청을 받은 한동대학교 선린병원 심장전문의 정용석 박사는 “PTCA는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질환이 있을 때 시행하는 시술”이라며 “(김정일이 PTCA 치료를 받았다면) 관상동맥 질환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치료를 받았다는 것만으로) 협심증인지 심근경색증인지, 또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 박사는 또 “PTCA는 하루 정도 입원 후 일상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후유증이 거의 없는 시술”이라며 “그러나 환자의 상태에 따라 수일간의 입원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베를린심장센터 방북팀의 대변인은 6명의 의료진이 5월 11~19일까지 8일간 평양에 머물렀으나, 3명의 노동자와 간호사, 과학자 각각 1명만을 치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일본의 소식통은 “의료진들은 독일에 돌아가면 김정일을 치료했다는 것은 절대 비밀에 붙이고, 간호사 2명과 노동자 3명을 수술한 것으로 밝히도록 북한 측과 합의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한 북한 전문가는 “김정일이 올 연말 한국의 대선과 북한 핵 합의 이행조치를 앞두고 사전에 건강 문제를 확실히 챙기려는 것 같다”며 “2·13합의와 차기 6자회담 사이의 틈을 이용해 정밀진단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정일의 5월 심장수술설은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일본 주간지 ‘주간현대’는 김정일이 5월 초 심근경색을 일으켜 평양의 김만유 병원에서 ‘관동맥 바이패스’ 수술을 받았다고 보도했었다. 바이패스(bypass)는 혈관의 좁아진 부분을 우회시키는 수술이다.

영국의 텔레그래프 신문은 김정일이 쉬지 않고는 30야드(약 27m) 이상 걸을 수 없을 정도로 건강히 악화됐다고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