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위조달러 ‘간접시인’ 할까?

▲ 2004년 김정일-후진타오 정상회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이미 정상회담을 마쳤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양국 정상간에 오고 갈 의제(議題)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이미 베이징에 들렀다고 15일 전했다. 베이징에 들렀다면 그것은 후 주석과의 회담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아사히신문은 김 위원장이 15일 선전 방문을 마치고 그 길로 베이징으로 향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중국 방문은 겉으로는 경제 행보를 시사하지만, 위폐문제와 6자회담과 관련된 양국대화가 빠질 수는 없다.

김 위원장의 경제 행보는 지난해 10월 후 주석이 평양 방문에서 완곡하게 개혁개방을 요구한 데 대해 화답차원으로 볼 수 있다. 즉, 중국 내 개혁개방 도시 방문이 김정일의 변화 의지를 대외에 과시하는 선전(宣傳) 차원이라면, 위폐 문제는 발등의 불이다. 한 대북전문가는 북한이 급소를 찔린 것처럼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폐문제를 연착륙시키기 위해서는 후 주석과의 회담이 필수적이다. 양국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김 위원장과 공동전선을 펴면 미국도 곤란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추가 제재는 물론 한국의 지지도 얻기 어렵다.

그러나 김정일이 이러한 제안을 한다 해도 중국이 수용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미 북한의 위폐 유통행위를 자체 조사와 미국측 증거를 통해 상당부분 사실로 확인했을 가능성이 높다.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지위를 가진 중국이 북한의 ‘범죄행위’를 일방적으로 감싸주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의 일•개별기관 소행’ 언급 가능성

오히려 중국이 이번 기회를 이용해 중국화폐인 위안화 위조 혐의도 받고 있는 북한을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중국 내 기류가 김정일에 전달되자 급히 중국을 찾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북한 내 위폐와 마약 유통행위 주체를 국가와 개별기업으로 분리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지난달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에게 불법활동 확인과 관계자 처벌 의사를 전달한 적도 있다.

북한 위폐 문제에 따른 방코 델타 아시아 은행에 대한 제재로 김정일은 체제 유지에 필요한 현금이 차단되는 위기를 맞았다. 그만큼 다급하다는 것이다. 결국 일본인 납치자 문제 사과에서도 볼 수 있듯이 위폐문제를 과거의 일로 돌리면서 개별기관 차원으로 불법행위를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해법이 시도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북-중 정상회담이 이루어진다면 후 주석의 평양 방문 이후 새롭게 떠오른 문제에 대해 두루 이야기하면서 위폐문제를 거론할 수 있다”면서 “중국도 북한의 위폐 혐의를 어느 정도 인정하기 때문에 북-미간 적절한 타협을 통한 문제해결을 권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김정일은 직접 관여하지 않았고, 북한정권 차원이 아닌 대외무역회사와 일부 군부의 행동으로 치부해 간접적 유감을 표시하는 방안이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과거는 과거의 문제로 돌리면서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 중국이 적극적 중재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정일의 이번 방중이 철저히 비공개인 만큼 정상회담 후 공개발표는 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이 있다 하더라도 위조달러나 6자회담 문제가 아닌, 일반적인 북-중관계 발전에 관한 언급이 나올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