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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보리가 경제-외교제재를 강화한 대북결의안을 채택하면서 향후 김정일의 생존전략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회원국들이 이번 대북결의안을 성실히 이행하면 북한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제재가 ‘핵개발 총사령관’ 김정일에게 실제로 얼마만큼 타격을 줄지는 미지수다. 북한의 다음 선택은 철저히 김정일 개인의 이해관계에 달려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에 대한 선박검열 조치, 한국과 중국의 대북지원 제한, 무기금수 및 일반무역 제한 등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북한의 공장 가동률은 현 20~30% 수준에서 10% 이하로 떨어지고 산업형태는 농업국가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제재 조치가 김정일의 정책 수정을 가져올 것 같지는 않다. 북한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김정일에게 주는 심리적 압박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동안 김정일은 주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에 아무 관심이 없었다, 90년대 중반 대아사 기간에도 고기를 먹이겠다고 염소를 키울 초지(草地) 조성을 지시했을 정도로 경제분야의 판단능력이 무지하다. 또한, 체제위기를 강조하는 조건에서 인민경제의 피폐화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할 공산이 크다. 그동안 핵개발을 통한 국제적 고립 자초가 스스로 인민경제 회복에 별 관심이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국제사회의 사치품 단속도 단기간에는 김정일에게 미치는 압박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이 관심있는 고급 자동차나 와인, 시계, 식탁에 오를 고급 음식 재료 등은 대부분 중국에서 구입해 북-중 국경 밀무역을 통해 들여올 수 있다. 음식재료의 신선도가 떨어져 미식가 김정일의 입맛을 상하게 하는 정도나 될 것이다. 그가 사고 구입하고 싶은 것을 구입한다면 장애는 거의 없다는 말이다.
김정일의 핵전략은 한가지다. 핵 보유국이 돼서 내외의 체제 위협요소를 제거하고 당면해서는 주변국을 협박하여 갈취성 원조를 뜯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어떤 대가도 무릅쓸 태세다. 인도나 파티스탄의 사례에서 보듯이 버티면 미국도 어쩔 수 없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주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를 위해 김정일은 당분간 국제사회의 압박을 버티면서 핵개발 기술을 더 발전시키고 핵 보유고를 늘리는 데 집착할 것이다.
향후 간헐적인 도발을 통해 핵 보유국 지위를 공고히 하고 국제사회의 북한 압박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려고 할 것이다. 또, 국제적인 고립을 피하기 위해 남한에는 민족공조 공세를 취하면서, 중국 대신 러시아를 외교 루트로 활용하는 전술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당장 북한이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이 큰 것은 2차 핵실험이다. 1차 핵실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논란을 잠재우고 명실상부한 핵 보유국 지위를 다지기 위해 수십 kt(킬로톤) 규모의 핵실험을 단행할 수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도 1998년 5월 1kt에서 수십kt까지 다양한 형태의 핵실험을 다섯 차례 이상 실시한 바 있다. 양 국가는 이러한 핵실험을 통해 핵 보유국 지위를 얻는 기반을 마련했다.
현재로서는 6자회담이나 북미대화가 재개되기는 어렵다. 북한이 핵실험을 없었던 것으로 하고 국제사회가 조용히 대화를 시작하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북한이 핵실험 전으로 돌아가자고 나올 리는 더더욱 없다. 양국이 만난다고 해도 합의점이 나오기 어려운 상태. 사실 만나도 아무런 할 이야기가 없는 셈이다.
북한은 당분간 미북관계 개선 등은 염두에 두지 않을 것을 보인다. ‘핵개발은 자위용’이라는 대내외 선전을 그대로 반복하면서 ‘미국의 체제위협론’ 선전공세를 강화할 것이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김정일이 북핵문제에서 중국보다 러시아의 발언권을 높여주면서 생존 탈출구를 찾으려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면서 유엔 결의안에 따른 중국의 대북 제재를 견제하려 할 것이다.
김정일은 핵실험을 중국에는 20분 전에 알렸지만, 러시아에는 2시간 전에 미리 알렸다. 러시아는 국제사회가 북한 핵실험 사실 여부에 대한 판단을 미룰 때도 가장 먼저 핵실험을 공인했다. 6자회담 러시아 수석대표는 13, 14일 평양을 방문하고 서울에 도착해 “북한당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한다는 얘기를 여러차례 들었다”고 말했다. 북한의 외교특사와 비슷한 발언이다. 이 때문에 남한정부도 러시아와 북핵문제를 협의하는 회수를 늘이고 있다.
김정일은 향후 러시아와의 관계를 통해 대북제재 흐름에 동참한 중국을 견제하고 외교적 고립을 만회하려 할 것이다. 러시아 또한 북한을 지렛대 삼아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서 발언권을 높이려는 의도다. 북한정권 교체를 위한 미-중 협력구도에 대한 평양의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김정일은 대단한 전략가도 아닐 뿐더러 국제사회나 북한인민의 실생활에 관심도 없다. 그는 오직 수령독재를 유지시킬 수단을 핵무기 보유에서 찾았다. 이를 위해 국제사회를 속이거나 협박해서 지금 여기까지 오게된 것이다. 핵을 포기하면 경제적 보상은 받겠지만 국내외의 개혁개방 및 인권개선 압력, 정보유입을 도저히 차단하기 어렵다는 것이 김정일의 계산이다. 어떤 대가보다 핵무기만 못하다는 것이다.
김정일의 생존전략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핵 보유국’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핵물질 수출 위험이 높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가능성은 없다. 김정일의 전략과 국제사회의 이해관계는 양립이 불가능하다. 결국 김정일의 핵무기는 스스로 생명을 단축하는 시한폭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