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러시아 방문에 대해 북중 국경지역 주민들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일부에선 러시아 방문에 따른 경제효과에 기대감을 표시하는 반면, 강화되는 통제와 성과 없는 외교 행보에 대한 불신 또한 동시에 표출되고 있다.
이와 관련 대내 매체들을 통한 북한 당국의 대대적인 선전 영향으로 방러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심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앞서 북한은 김정일의 방러 소식을 이례적으로 당일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를 통해 전했다.
양강도 소식통은 22일 “방송을 통해 로씨야(러시아) 방문에 대해 알게 된 일부 사람들은 ‘진짜 내년에 강성대국이 되는 게 아니냐. 장군님께서 중국도 다니시고 로씨야도 다니시니 우리도 머지않아 잘 살게 될 것 같다’며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이번엔 또 무얼 팔아먹으러 갔나’, ‘외국만 갔다 하면 백성들을 들볶아서 우린 반갑지 않다’ 등의 비난을 하고 있다”며 “5월에 중국을 방문해서는 신의주 황금평을 떼어주더니 이번에는 어딜 떼어주나, 이러다가 이 나라가 통일되기 전에 대국들한테 다 넘어가고 말겠다는 불만을 대놓고 표현하고 있다”고 주민 반응을 전했다.
함경북도에서도 역시 방러에 대한 기대감과 당국에 대한 불만 여론이 동시에 나타났다. 청진 소식통은 “식량해결도 중요하지만 몇 달 전에는 중국, 이번에는 로씨야에 군사동맹 문제 토론을 기본 목적으로 갔다는 소문이 돌아 일부 사람들은 통일이 눈앞에 다가왔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강성대국은 ‘잘 먹고 잘 사는 것보다 먼저 통일된 조국이 첫 문’이라고 사상교양을 받고 있어 내년에는 어떻게 하든 통일이 될 것이라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새별군 소식통도 “여기에선 ‘인민경제 향상을 위해 외국방문길을 가셨다’고 선전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사람들이 ‘내년에는 조국통일의 해가 되는 게 분명하다’고 들떠있다”고 전했다.
이와 달리 온성군 소식통은 “여기 사람들은 ‘외국에 나갔다 하면 거리와 국경연선이 삼엄해지고 별 도움도 없이 인민들만 괴롭히고 있다’고 말한다”며 “군 보위부에서는 요즘 오토바이에 탐지기를 싣고 다니며 중국 전화 탐지를 하느라 살벌하다”고 말했다.
김정일의 해외방문 때마다 신변안전을 위한 단속이 강화되는 것에 대한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는 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