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현실성 없는 우상화 조작에 주민 신뢰만 잃어”

진행 : 북한이 오는 8월 백두산위인칭송대회를 열고 김정은에 대한 대대적인 우상화에 나설 계획입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 오늘도 김정은 우상화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 갖겠습니다. 자리에 정교진 고려대 북한통일연구센터 연구교수님 나와 계십니다.

1. 지난 시간 김정은의 우상화가 언제 시작됐는지 살펴봤는데요. 우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려면 김정은 생일을 국가명절로 정해야 될텐데, 아직 김정은의 생일은 국가명절로 지정되지 않았죠?

그렇습니다. 다만 8월 달부터 김정은의 우상화를 폭발적으로 진행한다면 우선 생일이 국가명절로 정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김정일과 비교해보면 사실 많이 늦은 편입니다. 김정일의 생일은 정권 승계한 다음해인 1995년에 국가명절로 제정됐거든요. 심지어는 김정은의 생일조차도 상당히 늦게 발표된 편입니다. 장성택이 처형되고 나서야 발표되는데 바로 2014년 1월 9일입니다. 그래서 김정은의 리더십 확보시기를 장성택 처형 이후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어쨌든 김정은의 생일이 이번 8월에는 은하절, 화성절 같은 기념일명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국가명절로는 제정되지 않을까 전망합니다. 북한의 지도자 일화와 역사라고 한다면, 대표적인 매개물이 ‘지도자어린시절이야기’ ‘지도자혁명력사’ 지도자혁명활동’ ‘소학교 국어교과서’ 그리고 ‘지도자 전설집’이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지도자 우상화를 ‘영웅화’와 ‘신격화’로 나눠서 보는데, 그 기준은 바로 지도자를 신화적 인물로 묘사했는지의 여부입니다. 다시 말해, 지도자를 초자연적 인물로 표현했느냐는 것이죠.

김일성, 김정일의 경우는 ‘어린시절 이야기’와 ‘혁명역사’ ‘혁명활동’에서 신화적 인물로 묘사되지 않았습니다. 단지 매우 뛰어난 비범한 인물, 영웅적 인물로 표현됩니다. 소학교 국어교과서에서도 1980년대 중반까지만해도 단지 영웅화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1986년 북한의 ‘혁명적 수령관’이 ‘사회정치생명체론’으로 전환되면서 김일성에 대한 신격화 현상이 일어나더니 1987년에 <김일성 전설집>이 나옵니다. 여기에서 김일성은 말 그대로 신화적 인물로 그려집니다. 그리고 <김정일 전설집>은 1991년(백두광명성 전설집), 1996년(백두산전설집 2: 김정일 전설집) 두 차례 만들어집니다. 김정일도 신화적 인물로 묘사됩니다.

아직 <김정은 전설집>은 나오지 않을 걸로 압니다만, 특이한 것은 <김정은어린시절 이야기>와 <혁명역사, 혁명활동>에서 김정은을 초능력을 발휘하는 인물로 기술한다는 것입니다. 3살 때 자동차를 운전하고, 3살 때 사격해서 백발백중 다 맞혔다고 말입니다. 진짜 말도 안 되는 얘기죠.

2. 지난 시간부터 김정은 우상화 과정을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있는데요. 김일성, 김정일의 우상화 방식과 비교해 볼 때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김정은 생일이 대체로 늦게 알려졌고 또 아직까지 국가명절(민족최대명절)로 제정되지 않았다는 사실이죠. 이런 것을 볼 때는 우상화가 제대로 진전되지 않는다고 평가할 수 있는데, 반대로, 일화나 역사를 매개로 한 지도자상징조작 강도는 선대(先代) 김일성, 김정일 보다 훨씬 강도가 높습니다. 너무 도가 지나쳐 간헐적으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을 정도죠. 어떻게 3살짜리가 총을 쏴서 백발백중 명중하겠느냐는 의구심이 든다는 겁니다.

저는 이것을 지도자에 대한 신화적 사고가 옅어지는 현상으로 설명하고 싶은데요. 신화적 사고는 쉽게 말씀드리면 지도자의 인상에 지배당하고 ‘신들리는 현상’입니다. 그런데 저런 부작용은 바로 신들림에서 점점 깨어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금 김정은의 우상화는 이러한 부작용에 부딪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것 때문에 아직 <김정은 전설집>이 나오지 못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북한에서 지도자 우상화의 극치가 바로 <지도자 전설집>인데, 김정일의 경우는 정권을 승계하기 전인 1991년에, 그리고 유훈통치기간인 1996년에 전설집이 나온 것에 비해 이미 정권을 승계한지 5년이 접어들었는데도 <김정은 전설집>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우상화의 속도를 못 낸다는 것을 말할 것입니다. 따라서 김정은에 대해 영웅화를 넘어 신격화까지 가려면 아직 멀었다고 저는 판단합니다.

3. 김정은의 우상화 과정에 있어서 눈에 띄는 부분이 바로 이미지 정치인데요. 김정은이 지도자로서의 위상을 갖추기 위해 얻고자 한 이미지로는 어떤 것들이 있었나요?

정권을 이양 받은 초기, 그러니까 2012년과 2013년까지는 부드럽고 친근한 이미지 전략을 쓴 것 같습니다. 당시 김정은 찬가만 보더라도 김정은을 흠모의 대상으로 많이 그리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곡이 ‘인민이 사랑하는 우리 령도자’ ‘우리는 당신밖에 모른다’ ‘그이 없인 못살아’ 등 상당히 따뜻한 이미지죠. 왠지 애인같은 느낌입니다. 반면에 혁명적 지도자의 이미지도 강하게 심어줍니다. ‘운명도 미래도 맡긴 분’ ‘혁명무력은 원수님 령도만 받든다’는 곡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특히 김정은이 2012년에 북한헌법에 북한을 핵보유국가로 명시한 것은 그의 혁명적 지도자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준 것입니다. 동시에 국제사회의 압력이 있을 것을 알면서도 당당하게 선포하는 모습을 통해 용기있고 대범성을 지닌 지도자다라는 이미지를 심으려 했던 것입니다.

4. 김정은이 할아버지 김일성을 모방하는 모습도 자주 포착됐는데요. 그 이유를 무엇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아무래도 북한정권이 김일성의 항일혁명정신과 투쟁을 토대로 세워졌고, 또 그 혁명사상이 주체사상으로 이념화돼 김일성주의로 체계화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김일성 사후 1997년에 김일성 탄생을 기점으로 한 주체연호도 만들었고요. 그러면서 북한을 김일성 민족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것은 김일성이 비록 죽었지만 영원히 북한을 다스린다고 보는 거죠. 그래서 김일성 영생론도 나온 겁니다.

이렇게 볼 때, 김정은이 지도자로서 북한주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김일성 화신’ 이미지 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겠습니다. 화신은 기독교의 성육신과 같은 의미입니다. 그런 효과를 최대한 끌어올리기위해서는 북한 주민들이 김정은의 모습을 보면서 김일성을 떠올리게 해야 하는 것이죠. 그러니까 자꾸 젊은 시절의 김일성을 모방했던 것입니다.

5. 그런데 김일성의 이미지라 한다면 ‘어버이’, ‘태양’, ‘수령’과 같은 것들이 있지 않습니까? 김정은은 주민들 사이에서 ‘어린 지도자’라고 인식되기 때문에, 김일성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우상화에는 한계가 분명이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떤가요?

물론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놀랍게도 김정은에게 사회자님이 말씀하신 김일성의 세 가지 이미지가 다 있습니다. 진짜 어버이 이미지도 있습니다. 이 어버이 이미지는 김정일 사후에 바로 만들어졌는데요. 30대도 안 됐는데 말이 되냐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김정은의 어버이 이미지는 김정일 사망 추모행사에 참가한 해외동포조의방문단에 의해 처음 생성됩니다. 그들이 후에 감사의 글을 보냈고 그 전체내용이 노동신문에 실렸는데, 그 글에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뜨거운 아버이 사랑에 목매여 선뜻 수저를 들수 없었습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비록 외부로부터 시작된 것이지만 김정은에게 어버이 이미지가 심어졌다고 볼수 있는 것이죠.

로동신문은 2012년 3월 김정은이 전방부대 초도방어대를 시찰하는 내용을 올리면서 ‘친부모도 가보지 못한 머나먼 외진 섬초소에 오시였으니’ ‘기념사진까지 찍어주신 자애로운 그이의 모습은 정녕 자식을 위하는 친어버이의 모습그대로이다’고 하면서 김정은에게 어버이 이미지를 강력히 심어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6. 그런데 태양과 수령의 이미지가 김정은에게도 있습니까?

이것도 김정일 사후에 바로 만들어진 이미지인데요. 특히 김정은이 헌법에 북한이 핵보유국가라고 천명했을 때, 북한 언론매체는 김정은을 세계의 태양이라고 떠받들었습니다. 김일성은 주체의 태양, 김정일은 선군의 태양, 김정은은 세계의 태양이라는 거죠. 태양은 하나밖에 없는데 북한에는 태양이 세 개나 있는 꼴이죠. 진짜 이상한 나라가 아닐 수 없습니다.

수령은 김일성의 대표적 이미지이자 상징이며 호칭입니다. 그래서, 김정일 시기까지는 수령은 오직 김일성만의 고유영역이었는데, 김정은이 2012년에 갑자기 김정일을 ‘영원한 수령’으로 추대합니다. 이때부터 북한에는 ‘위대한 수령님들’ ‘선대 수령님들’ 이라는 용어가 등장합니다. 그렇다고, 김정일 이름 앞뒤에 직접 수령이라고 붙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김정은에게도 수령의 이미지가 생성이 되긴 했지만, 제대로 구축된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만일 북한이 김정은을 수령으로 부른다면, 즉 ‘김정은 수령님’이라고 하기 시작한다면 이것이 가장 지도자상징정치의 정수라고 판단합니다.

진행 :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기획대담 정교진 고려대 박사님과 함께 했습니다.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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