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올해 초 평양 및 중심 도시지역 주민들에게 보유하고 있는 ‘외화(달러·위안화)를 내화(북한돈)로 교환할 것에 대한 지시’를 강화하면서 시장 환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28일 내부 소식통이 전해왔다.
그동안 북한 당국의 외화 통제 정책은 지시가 내려온 후 한두 달 정도 지나면 흐지부지됐다. 그러나 예전과 달리 김정은이 강력한 통제를 유지하는 것은 이례적으로 경제개발구 등 외자유치를 통한 외화 확보가 여의치 않자 돈주(신흥부유층)들의 ‘주머닛돈’을 노린 조치로 풀이된다.
평양 소식통은 이날 데일리NK와 통화에서 “(당국이) 지난 1월에 내려왔던 ‘가지고 있는 외화를 교환소로 가서 바꾸라’는 포치(지시)를 더 강화하고 있다”면서 “이전에는 1, 2개월 후 이런 외화 통제가 소리 없이 사라졌기 때문에 포치에 아랑곳하지 않았지만, (이번 조치는 과거와 다른 분위기여서) 외화를 쥐고 있던 주민들이 당황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어 “연일 인민반 강연회를 통해 ‘외화를 숨겨 놓을 시 엄벌’을 이야기하다 보니 이에 동요하는 주민들도 늘어나고 있다”면서 “보안원들은 특히 무역을 통해 돈을 많이 벌어들인 돈주(신흥부유층)들의 집안을 수색하는 등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아 돈주들도 공포감에 북한 돈으로 바꾸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당국의 움직임 때문에 시장에서는 달러와 위안화를 북한 돈으로 바꾸려는 주민들이 늘고 있어 시장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실제로 현재 평양, 평안북도 신의주, 양강도 혜산의 시장환율은 1달러당 각각 7300원, 7500원, 7550원으로, 전달에 비해 1100원, 800원, 750원 하락했다.
앞선 지난 2012년 김정은은 개인들이 소유한 외화를 수거하기 위해 시장환율보다 높은 시세로 외화매입에 나섰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가 계속될 시 당국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다는 점을 인지하고 두 달 만에 중단한 바 있다.
때문에 이번과 같은 강력한 통제로 김정은 체제가 외화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조치로 외자유치가 성과를 내지 못하자 돈주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줘 자연스럽게 외화를 북한 돈으로 바꾸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소식통은 “(당국의) 강력한 검열 예고에 지난해 고모부(장성택) 처형 이후 간부나 부유층이 몸을 사리는 일이 늘어난 것”이라면서 “위(당국)에서도 이 같은 외화 통제 조치를 이용해 큰 돈이 필요한 현 상황을 막아보자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북한) 물건은 질이 안 좋아 수출하기도 쉽지 않고 시장에서는 중국 물건들의 양이 더 많아지고 있어 외화가 들어오는 것보다 나가는 게 더 많은 상황”이라면서 “이런 상황을 극복하려는 대책은 세우지 않고 돈 좀 벌어보겠다고 아등바등 살고 있는 주민들만 옥죄겠다고 하니 불만도 커져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소식통에 따르면 당국이 시장에서 ‘외화를 사용하지 말 것’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면서도 적극적인 통제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 그는 “가격이 비싸지 않은 물건 거래에도 외화가 널리 사용되는 상황에 (당국의) 적절한 단속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 시장에서 소액거래까지 외화 사용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에서 강력한 통제를 하게 되면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질 것을 우려해 단속을 느슨하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