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매체들이 어제 “조선인민혁명군을 정규적 혁명무력으로 강화 발전시킨 69돌”기념 기사들을 쏟아냈습니다. 특히 노동신문은 1면에 인민무력성보고회 소식을 사진과 함께 실은 것을 비롯해 3면에 걸쳐 ‘정규군 무력으로 강화 발전시킨 날 기념특집’으로 다채롭게 꾸몄습니다. 꺾어지는 해인 70돌도 아닌데도 중요하게 다룬 것도 이례적이거니와 더구나 북한 인민에게 잊혀져가던 2월 8일을 요란하게 띄우는 걸 보니 속내가 궁금해집니다.
지금으로부터 69년 전, 1948년 2월 8일, 조선인민군이 창건됐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1978년에 김정일은 우상화놀음에 몰두한 나머지 조선인민군이 항일유격대를 계승한 군대이기 때문에 창건일도 당연히 4월 25일로 돼야 한다며 바꿨습니다. 엄밀하게 따지면 1932년 4월 25일 김일성이 항일유격대를 창건했다는 역사적 근거도 없습니다. 때문에 당시 북한주민들은 ‘내 생일이 우리 아버지가 태어난 날’이라며 비꼬았습니다. 당국에서 말도 안되는 주장을 했기 때문에 이런 반응을 보인 것입니다.
그런데 김정은이 3년 전부터 2월 8일을 ‘조선인민혁명군을 정규적 혁명무력으로 강화 발전시킨 날’이라며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뻔합니다. 한 마디로 아버지 김정일처럼 김정은 역시 우상화의 일환으로 2월 8일을 써먹겠다는 수작입니다. 2월 8일, 4월 25일 둘 다 조선인민군창건과 관련된 날인만큼 이 두 날을 모두 기념하게 함으로써 북한 군인들의 충성심을 이끌어내고, 김정은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의도입니다.
지금 북한 당국은 ‘김정은의 탁월하고 세련된 영도에 의해 인민군대는 불패의 백두산 혁명 강군, 최정예 전투대오로 억세게 준비됐다’느니, ‘수소탄까지 보유한 무진 막강한 핵 강국으로 온 누리에 위용 떨치고 있다’는 식으로 김정은의 군사적 업적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군사기념일까지도 제 마음대로 지정하고 합니다. 김정일도 그렇지만 김정은도 자신의 우상화 선전을 위해서는 역사적 사실도 제멋대로 왜곡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념일을 두 번 아니라 세 번 네 번, 챙기며 분위기 조성을 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없습니다. 한 두 해도 아니고 장장 70여 년 동안 김정은 일가의 3대 독재에 시달려 온 우리 인민입니다. 기념일을 많이 챙긴다고 해서 인민들의 충성심이나 김정은의 위상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김정은은 쓸데없는 기념일 타령 그만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