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일 사망으로 애도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가운데 최고지도자로 부상한 김정은의 생일(8일)을 어떤 형태로 치를 것인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일단 생일과 관련해 10일까지 국경지대 특별경계조치가 내려졌다.
그동안 김일성, 김정일 생일 주간에는 통상 국경을 중심으로 특별경계조치가 내린다. 생일 주간에 사건 사고(불충스런 일)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내부 소식통은 “특별 경계조치가 내려져 00어떤 형태로든 생일 행사가 있을 것 같다. 이 조치대로 라면 8일과 9일 쉬고 경계조치는 10일까지 진행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특별한 대외행사 없이 ‘김정은 동지 생일이니 하루 쉬라’고만 지시했다. 일단 생일 행사용 특별경계령이 내려진 만큼 김정은 생일 행사가 어떤 형태로 준비될지가 관심이다.
김일성 사망 다음해에 김정일 생일은 공휴일이자 민족최대명절로 지정됐다. 김정일이 사망하자 마자 김정은에게는 ‘위대한 영도자’ 호칭이 붙었고 최고사령관에 오른 만큼 북한의 최고 지도자로 생일을 ‘민족 최대의 명절’로 지정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아버지인 김정일 사망(12.17)이 불과 20여일 밖에 지나지 않은 조건에서 명절을 지정하고 생일행사를 치르는 것은 ‘김정일 유훈’을 강조하는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 올해 최고 지도자의 생일을 어떤 수준으로 조직할 것인지가 북한 당국의 고민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김정은이 2009년 후계자로 공식화 한 이후 그 이듬해인 2010년 1월 8일에는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무력부, 각 도당위원회 간부들이 내부적으로 김정은의 생일축하 행사를 진행했다. 군인들과 주민들에게도 김정은 생일임을 알리고, 하루 휴식을 갖게 했다.
한 고위 탈북자는 “김일성이 사망한 다음해 2월 16일에도 주민들의 생각과는 달리 이전보다 더 크게, 더 요란하게 김정일의 생일을 보냈다”며 “이번에도 ‘민족의 어버이를 잃었지만 우리에게는 또 한분의 위대한 영도자가 있다’는 선전을 위해 김정은의 생일을 선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김정은 생일 선포를 통해 주민들에게는 충성을 맹세하는 계기로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탈북자는 “김정은의 지시보다 아래 간부들이 이런 행사를 조직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상황에서 오히려 김정은의 생일을 주민들에게 빨리 선포하고 내부를 결속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전국 각지에서 김정은의 생일을 맞으며 보고대회, 결의대회를 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그동안 김일성 생일(4.15)과 김정일 생일(2.16)을 ‘민족최대의 명절’이라 선전하면서 전날에는 중앙 기념보고대회를 진행하고, 당일에는 각 단체별로 체육행사를 비롯해 ‘2월의 봄 예술축전’, ‘4월의 봄 예술축전’ 등 다양한 행사를 조직해 왔다.
또 생일을 기해 유치원(어린이 집), 인민학교, 중학교를 비롯한 주민들에게 ‘사랑의 선물’이라고 해 당과류를 보급해 우상화 선전을 펼쳐왔다.
따라서 6일 또는 7일에 ‘위대한 령도자 김정은 동지의 탄생 1월 8일을 민족 최대의 명절로 맞이할데 대하여’라는 제목의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김정일 사망이 얼마 지나지 않아 대대적인 행사를 갖는 건 무리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데일리NK와 통화에서 “김정은이 이미지 부각을 위해 ‘상중(喪中)’ 또는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적당한 구실로 그냥 넘길 수 있다”며 “김일성, 김정일 생일 때처럼 주민들에게 선물도 줘야 하는데, 아직 북한 내부에서 준비 작업도 포착되지 않았고 시간이 급박하여 이번 생일에는 큰 행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생일을 선포하고 행사를 성대히 하자는 간부들의 제안에 대해 ‘민족의 어버이를 잃었는데 무슨 기분으로 내 생일행사를 열겠는가’는 식으로 선전함으로써 ‘장군님의 영원한 혁명동지’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려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도 6일 정례브리핑에서 “김정일의 경우에도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 1년 후에 소위 국가적인 명절로 해서 지정된 바 있다”며 아직까지 행사 관련 동향은 없다고 말해 대대적인 김정은 생일식 가능성을 낮게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