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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이 2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에 대응해 성명을 발표하고 미국에 대한 사상 초유의 초강경 대응조치를 고려하겠다고 위협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국제사회를 향해 직접 성명을 발표한 것은 김정은·김정일 집권 시기를 통틀어 처음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관영매체는 22일 “김정은 동지께서 미 합중국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과 관련하여 성명을 발표했다”면서 “최고영도자(김정은) 동지께서는 9월 21일 당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 성명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김정은은 성명에서 “트럼프가 세계의 면전에서 나와 국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모욕하며 우리 공화국을 없애겠다는 역대 가장 포악한 선전포고를 해온 이상 우리도 그에 상응한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 단행을 심중히 고려할 것”이라고 강변했다.
김정은은 특히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고 제할 소리만 하는 늙다리에게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밝히면서 조만간 군사적 행동으로 도발할 수 있다는 뜻을 강하게 시사했다.
그는 이어 “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우리 국가와 인민의 존엄과 명예, 그리고 나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우리 공화국의 절멸을 줴친(떠든) 미국 통수권자의 망발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받아낼 것”이라면서 “트럼프가 그 무엇을 생각했든 간에 그 이상의 결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정은은 또 “겁먹은 개가 더 요란스레 짖어대는 법”이라면서 “우리의 정권을 교체하거나 제도를 전복하겠다는 위협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한 주권국가를 완전히 괴멸시키겠다는 반인륜적인 의지를 유엔 무대에서 공공연히 떠벌이는 미국 대통령의 정신병적인 광태는 정상 사람마저 사리분별과 침착성을 잃게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숨김없는 의사 표명으로 미국의 선택안에 대하여 설명해준 미국 집권자의 발언은 나를 놀래우(키)거나 멈춰 세운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길이 옳았으며 끝까지 가야 할 길임을 확증해주었다”면서 “미국의 늙다리 미치광이를 반드시,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김정은이 직접 나서 미국에 대한 초강경 조치를 경고한 것은 더 이상 ‘말폭탄’ 대응에서 끝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대내외에 확인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제까지 북한은 최고지도자의 명령이나 결단을 반드시 실행, 대외 과시 및 내부 결속을 해왔던 만큼 조만간 북한이 고강도 도발에 나설지 주목된다.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속도나 대외 위협 수위로 볼 때, 태평양상으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발사하거나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괌 포위사격 등 미 본토를 노골적으로 겨냥한 강경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와 관련, 유엔총회에 참석 중인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21일(현지시간) 김정은의 성명에 대해 “아마 역대급 수소탄 시험을 태평양 상에서 하는 것으로 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리용호는 이날 저녁 숙소인 맨해튼의 호텔 앞에서 ‘김정은의 성명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떤 조치가 되겠는지는 우리 (김정은)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잘 모른다”면서 이같이 답했다.
한편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은 엄청난 힘과 인내가 있지만,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만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첫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미국은 준비돼 있고 의지와 능력도 있지만 이러한 것들이 필요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전 세계의 엄청난 인명을 죽게 할 수 있는 핵과 미사일을 무모하게 추구하고 있다”면서 “모든 나라가 힘을 합쳐 북한 정권이 적대적 행위를 멈출 때까지 김정은을 고립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로켓맨(김정은)’이 자신과 그의 정권에 대해 자살 임무를 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도발을 ‘가미카제식 자살행위’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그는 유엔 안보리가 최근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안을 거론하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동참해준 데 감사하지만 우리는 (대북압박을) 더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