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2012년 통일한다고 말하면 웃어”

2월 초 북중국경 도시인 중국 옌지에서 함경북도에서 친척방문을 나온 김미영(가명·40대) 씨를 만났다. 김 씨는 친척을 찾아 여러 도움을 받았지만 충분하지 않아 중국에서 열흘 정도 식당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있었다.


김 씨는 북한 사람들이 먹고 사는 문제 외에는 연평도나 후계문제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이 지난해 말부터 조성한 전쟁분위기에 대한 주민 반응을 묻는 질문에 ‘그저 형식적인 동원’이라며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반문했다.  


-올해 들어 장마당 상황은 어떤가?


오후 2시부터 시간 제한 없이 열고 있다. 장사는 예전만 못하다. 저녁에는 음식 장사하는 사람들이 간이 천막을 치고 술도 팔고 있다. 화폐교환 이후에 장사 밑천이 없는 사람들은 돈을 구하기 위해 안달이다. 그러니까 고리대가 판을 친다. 어쩔 수 없다. 그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자판을 하자니 성에 안차니까 돈을 일단 빌린다.


-보안원들이 골목장 메뚜기 장사는 단속을 하지 않는가?


맨날 한다. 쫓고 쫓기는 게 일이다. 그래도 먹고 살려는 사람 다 어찌 막나. 물건 빼앗고 야박하게 굴 때는 ‘간부가 장군님(김정일)보다 무섭다’고 말한다. 그놈들 세상이다.


-김정은 후계자를 어떻게 선전하는가?


2012년 강성대국은 통일로 열어제낀다고 말한다. 정은 대장(김정은)에 의해 조선 반도가 통일된다고 한다. 그런 말을 하면 듣는 사람들은 그냥 조용히 웃는다. 2011년 달력에는 김정은의 생일인 1월 8일이 빨갛게 표시되지 않았는데 유치원 아이들에게 옷이나 당과류(사탕이나 과자) 같은 선물을 줬다. 아직 초상화나 배지는 나오지 않았다. 


-연평도 공격에 대해서는 아직도 남측이 먼저 공격했다고 알고 있는가?


연평도 사건을 두고 주민들은 남의 일처럼 이야기하거나 별 관심이 없다. 밑에서 일어난 일이 아닌가. 시장 내에서 사람들이 말하는 것은 한국에서 훈련을 하던중에 먼저 공화국에 발포를 했고, 이에 대응사격을 해서 준전시 상태까지 갔다고 소문이 났다.


-전쟁난다는 소리에 주민들은 무슨 말을 하던가?


사람들은 전쟁이 일어나든 말든 관심없다.


-통행증 발급 때 여전히 돈을 많이 요구하나?


돈 안 드는 일이 없다. 멀쩡한 기차표도 없다면서 뒷돈을 요구한다. 작년11월말에 함경북도 청진에서 뇌물을 고이라고 요구한 사람들이 처벌을 받았다. 00시에 사는  사람이 중국 친척 방문을 하려고 서류를 전부 떼서 냈는데 시당 관리가 뒷돈을 많이 요구했다. 돈이 없어 방문 기일을 넘긴 할머니가 이 일을 두고 국가에 신소를 해서 통행증을 발부해주는 사람이 교체되었다. 


-화폐개혁 책임지고 총살당했다던 박남기가 살아있다는 소문이 있는데.


내 눈으로 보지 않았으니 알 수가 없다. 화폐개혁에서 많은 사람이 죽어나가서 조선 사람들이 박남기에 대해 매우 분개했다. 소문에는 박남기를 총살했다고 하는데 나중에는 수용소에 갖혀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겨울이라 강이 얼어 도강이 쉬울 것 같은데 강을 건너는 사람이 많은가?


요새 국경 봉쇄가 심한데 돈 주고 건너는 사람은 다 건너 간다. 검열대가 나와서 검열도 한다고 하는데 돈 앞에서는 맥을 못춘다. 가끔 별빠기(장성)도 나온다고 한다. 그래도 낮에 세관다리 밑에서 밀무역을 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요새는 중국에서 개를 많이 사가니까 포장을 씌워서 개를 팔기도 한다. 젊은 여자들도 강을 건너는데 열에 아홉은 팔려가는 것이다. 
 
-중국돈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고 하는데.


중국돈에 대한 단속이 심하지만 몰래 쓰는 경우가 많다. 화페개혁 때 강도들도 많고 중국에서도 화폐개혁을 한다고 하여 중국돈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불안해 했다. 근데 지금은 믿을 것이 중국돈하고 달러라는 생각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중국돈을 가지려고 한다.
 
-강을 건너는 탈북자들을 향해 총을 쐈다는 소문이 있는데.


그런 소식을 들어보지 못했다. 강을 건너오면 총을 쏘지 못한다. 강물에 뛰어들기만 해도 총을 쏘지 못한다. 예전에 총을 쐈다가 경비대 중대장까지 목이 날아가서 그런 일은 없다. 밀수촌에 있는 장사 할머니가 그러는데 조선의 한 군인이 중국 쪽을 향해 사격을 했다가 중국 경비가 엄해졌다는 말은 들었다. 왜 총을 쐈는지는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