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북한 주민들이 청취한 대북 라디오 방송 중 주요 내용을 소개합니다.
<자유조선방송/2월 13일>
남북이 마주앉아 허심탄회한 논의를 하자는 남한정부에 조건만 걸면서 아무런 대답도 못하고 있는 김정은 정권이 오히려 거꾸로 된 주장만 들이대고 있습니다. 12일 해외인터넷사이트 ‘우리민족끼리’에는 ‘민족의 물음에 입장을 똑똑히 밝히라’는 제목의 황당한 글이 실렸습니다. 조국해방 70돌이 되는 올해에 자주통일을 들먹이며 북과 남 해외의 전체 조선민족은 물론 정의를 지향하는 세계의 진보적 인민들이 조선반도의 정세발전을 주시하면서 자기네한테 절대적인 공감을 표명하고 있다는 겁니다.
소가 웃다 꾸러미 터질 노릇입니다. 김정은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핵무기에만 매달리고 있는 판에, 또 최근에는 인권문제까지 터져 나와 국제사회에서 모두매를 맞아 어쩔 줄 모르고 있는 주제에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지 그게 더 신기합니다. 누가 누구에게 입장을 밝히라 말라 하는지 이게 바로 적반하장의 파렴치한 궤변이 아니겠습니까. 우선 마주앉아야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고 또 허심탄회한 대화를 해야 문제를 해결하지, 마주 앉기도 전에 이것저것 조건만 내걸면서 이게 먼저 해결되어야 마주 앉겠다는 식으로 뭘 얻겠다는 것인지 그게 더 이상한 짓 아닙니까.
그런데도 불구하고 민족의 물음에 입장을 똑똑히 밝히라는 식의 억지를 쓰는 것은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 자체를 아예 모르는 무지함이거나 알면서도 떼를 쓰는 못된 버릇 때문입니다. 탈북단체들이 날려 보내는 삐라살포를 막아달라고 한 것이나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지하라고 한 것이나 남한 정부 마음대로 막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김정은 한 사람을 위해 표현의 자유를 막는 그런 한심한 법을 대한민국 국회에서 만들 수 있겠습니까. 또 미국과 외교마찰을 감수하면서까지 정기적으로 해마다 하던 군사훈련을 그만 둘 수 있겠냐 말입니다.
남한은 김정은의 말 한마디면 다 되는 북한 같은 그런 무지한 사회가 아닙니다. 대통령도 죄를 지었으면 감옥에 가는 곳이 바로 남한입니다. 말 갖지도 않은 최고 존엄을 운운하며 김정은 딱 한사람만을 위해 끈질기게 삐라살포를 막아달라면서 회유와 협박, 지어는 애걸복걸하기까지 총동원하는 그런 사회가 아니란 걸 알아야 합니다. 그런 것만큼 “남조선당국은 대화냐, 대결이냐 하는 민족의 물음에 립장을 똑똑히 밝혀야 한다.”라고 떠벌이기 전에 김정은이야말로 온 민족 앞에 남북대화에 관심이라도 있는지 똑바로 밝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