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주, HEUP 계획 있다는 사실 분명히 시인”

잭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은 지난 2002년 제임스 켈리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방북 당시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을 분명히 시인했다고 밝혔다.

클린턴과 부시 행정부 초기에 대북특사를 역임한 프리처드 소장은 이날 워싱턴 주재 한국특파원들과 간담회에서 최근 발간한 자신의 저서 ‘실패한 외교:북한이 핵을 보유하게 된 비극적인 이야기’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이 HEU 프로그램을 시인하는 발언을 하지는 않았지만 통역과 회담 참석자들의 평가에 따르면 HEU 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시인했다”며 일각에서 강 부상이 ‘가질 권리가 있다'(right to possess)고 한 말을 오역한 것이란 지적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경제적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북미 관계개선을 목적으로 지난 2002년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을 시인했는데도 이를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국면전환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일본 아사히 신문 후나바시 요이치(船橋洋一) 대기자는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이면외교를 치밀하게 파해쳐 기록한 ‘김정일 최후의 도박’을 통해 2002년 당시 켈리 차관보와 강 부상의 발언을 비교적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강 부상은 당시 “우리가 HEU 계획을 갖고 있는 게 뭐가 나쁘다는 건가. 우리는 HEU 계획을 추진할 권리가 있고, 그보다 더 강력한 무기도 만들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켈리 차관보는 “방금 (강 부상이) 말한 것에 대해 우리가 오해하면 안 된다. 지금 발언을 한 번 더 되풀이해달라”고 강 부상의 발언을 재차 확인하고자 했다.

강 부상은 이런 요구에 “부시 정권이 이처럼 우리들에 대해 적대시 정책을 취하는 이상 우리가 HEU 계획을 추진한다 해서 무엇이 나쁜가. 그것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에 대한 억지력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켈리 차관보는 “북한은 부시 정권이 출범하기 훨씬 전부터 그것을 추진해 온 것 아니냐”고 따지며 “2000년 가을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방북했을 때는 이미 개발을 시작한 상태였다. 당시는 미북관계가 가장 좋았던 때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강 부상은 이 발언을 무시했다고 전했다.

또한 당시 회담에 배석했던 마이클 던 당시 합동참모본부(JCS) 전략작전부 부부장은 강 부상의 발언에 대해 “강석주는 ‘이 계획은 우리 외무성도 몰랐다, 그 계획에 놀랐다, 그것은 군이 관리하고 있다’는 식으로 말했다”며 “이는 있다는 전제에서 이야기했다고밖에는 생각되어지지 않는 표현이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프리처드 소장은 “당시 북한은 일본인 납북자 문제와 HEU 프로그램을 전략적으로 시인함으로써 북미관계에서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이 그해 7월1일 북한 경제개혁을 발표했는데 HEU 프로그램이 북미관계 개선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원했기 때문에 미국측에서 문제 삼을 때 이를 시인하고 넘어가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당시 켈리 차관보가 북한 핵관련 문제를 제기만 하고 다른 문제를 추가로 협상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본국에서 부여받지 못해 북한이 기대했던 협상은 이뤄지지 않았고 이후 북미관계가 악화로 치달았다는 것.

따라서 북한이 2·13 합의에 따라 영변 핵시설을 정상적으로 폐쇄·봉인할 경우 다음 단계인 불능화 단계에서 북한이 신고하게 되어 있는 모든 핵프로그램 목록에서 특히 HEU 프로그램을 얼마나 성실히 신고하느냐가 북핵 폐기의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편, 프리처드 소장은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는 북한의 플루토늄 보유량이 8㎏ 정도로 핵무기를 1~2개 정도를 만들 정도의 역량 밖에 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2·13 합의를 이루기 전에 10개 정도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을 정도까지 플루토늄 보유량이 늘어나게 만든 것은 무책임한 일이며 미친 짓이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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