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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북도 민심이 정초부터 뒤숭숭하다.
함경북도 청진에서 시작된 간첩사건 수사가 온성, 회령, 무산으로 확대되고 있다. 간첩사건을 빌미로 검열대까지 들이 닥쳤다. 청진 수남시장에서는 시장 관리소장과 보안원(경찰)이 공모해 (판)매대 숫자를 허위 보고하는 방식으로 매일 수십만 원씩을 착복하다가 구속됐다.
시장 단속도 여전하다. 이번 기회에 시장에서 한류나 자본주의 물을 빼기 위해 확실히 단속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함경북도 화성군에서는 열차 전복 사고로 11명이 사망했다.
◆청진7총국 간첩사건 수사확대=함경북도 온성군과 무산군, 회령시에 지난달 23일부터 보위사령부 8국(현지에서는 제8보위사령부로 부름) 검열단이 파견돼 ‘청진7총국 간첩사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내부소식통이 1일 알려왔다.
인민군 보위사령부는 군을 정치적으로 감시, 통제하는 기관이다. 청진7총국은 함북 청진에 있는 보위사령부 외화벌이 사업소를 지칭한다. 청진7총국 간첩사건은 지난 12월 초부터 보위사령부 외화벌이 사업소인 청진7총국 부사장 등을 간첩 혐의로 붙잡아 조사 중인 사건이다.
청진7총국 사건은 부기(경리)인 한철범(30대 초반)의 자택에서 녹화 촬영기(캠코더)가 나온 것이 단서가 돼 보위사령부가 수사에 착수했고, 평소 부기와 돈 거래를 하고 친분관계가 두터운 부사장 등 10여 명이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에서는 이번 사건이 조작됐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복수의 소식통은 “군대 내부를 기본으로 주민들까지 검열 범위가 매우 크다”면서 “청진7총국 사건 조직망을 들추어내는 것이 검열의 목적이지만 비사회주의 현상에 대한 단속도 병행한다”고 전했다.
사건이 계속 확대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함경북도 각 군 보위사령부와 일선 기관이 잔뜩 긴장하는 눈치라고 한다. 간첩수사와 검열이 병행되면서 함경북도 일선 시군 주민들이 당분간 검열대에 불려가 조사를 받아야 할 처지라고 한다.
◆수남시장 관리소장 부패사건=지난달 22일 함경북도 청진시 수남시장 관리소장이 부패 혐의로 체포돼 구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장 이외에도 시장 담당 주재 보안원(경찰)과 시장관리소 부기(경리)원도 26일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진시 수남시장 관리소장은 전직 청진시 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을 하다가 정년퇴직한 북한 고위간부 출신이다.
이들은 서로 공모해 당국이 지정한 매대 7천 개를 1만 개로 불법적으로 늘린 혐의다. 이들은 당국에는 매대를 7천 개로 보고하고 나머지 3천 개에서 거두어들인 매대 이용 대금을 착복했다고 한다. 매대 3천 석에서 거두어들이는 돈은 하루 70만 원(약 250달러)이 넘는다.
사건 직후 청진시 수남시장은 다시 매대를 7천개로 줄인다는 소문이 돌아 시장을 중심으로 생계를 유지해가는 장사꾼들이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돈다고 한다.
이 사건이 공개되면서 시장관리원들과 보안원들도 “사람들 보기 낯이 뜨거워 장마당 단속을 어찌 하겠는가”라고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고 한다.
◆화성 열차 전복 사고=지난달 20일에는 함경북도 화성군 용반역에서 라진-사리원행 열차가 전복돼 11명이 사망하고 수 십 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도 있었다.
이날 열차 사고는 선로 보수를 하던 철길대(선로보수대) 인원들이 철도레일을 해체한 상태에서 몸을 녹이려고 휴게실에 들어간 사이에 발생했다.
레일을 해체한 채 감시원도 없이 모두 휴게실로 들어간 사이 기관차대 감시원이 여객열차를 선로에 진입시킨 것이 원인이 되었다고 한다.
다행이 역구내에서 열차가 서행하는 상태에서 일어난 사고여서 대형참사는 면했다고 한다. 이 사고로 철길대 반장과 세포비서, 기관차대 사령(열차감시통제원)과 감시원이 보안서에 끌려가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새별군에서는 군대 트럭이 언덕에서 굴러 군인 10여명이 사망했다는 소문도 있다.
소식통은 “올해는 별나게(유난히) 신년 명절 분위기가 스산하다. 명절 분위기는 없고 간부들에게 시달릴 걱정만 한다. 사람들이 모두 불안해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