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지시 100일 만에 나온 독자 대북제재…‘실효성보단 명분’

우리 정부가 6일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대상에 오른 북한 금융기관 관계자 18명을 독자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한 가운데, 통일부는 이번 조치에 대해 “(국제사회에) 북한과의 문제 있는 거래를 회피토록 유도하고, 거래 자체에 신중을 기하도록 하는 효과가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백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독자 대북제재를 통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및 주요 외화수입원을 차단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의 불법 자금원을 차단하고 해당 개인 간의 거래 위험성을 국내 및 국제사회에 환기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본다”면서 “국제사회의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이행 노력을 강화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외교부 당국자는 5일 “정부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의 충실한 이행을 위해 관련국과 긴밀한 협의를 진행해온 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및 탄도미사일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금융거래 활동을 차단하기 위해 11월 6일부로 안보리 제재대상 금융기관 관계자 18명을 우리 독자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조치에 따라 제재 대상과 우리 국민·기관의 외환·금융 거래는 금지되고 제재 대상의 국내 자산은 동결된다.

사전허가 없이 거래를 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를 취득한 경우, 외국환 관리법에 의거해서 3년 이하 징역 또는 3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는 공여법, 공중 등 협박 목적 및 대량살상무기 확산, 자금조달행위 금지에 관한 법률에 따라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추가 제재대상으로는 김동철 조선무역은행 대표 등 중국 소재자 14명과 리은성 통일발전은행 대표 등 러시아 소재자 2명, 구자형 조선무역은행 대표 등 리비아 소재자 2명 등 18명이다. 이로써 우리 정부의 대북 독자 제재 리스트에 오른 개인은 97명, 기관은 69곳이 됐다.

이번 독자 대북제재는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첫 대북제재이자, 처음으로 중국 및 러시아 소재 북한 은행 관계자가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점이 눈에 띈다.

다만 이들 제재 대상은 이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대상에 올라 있는 만큼 획기적인 조치라고 보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애초 독자제재는 안보리 제재의 빈틈을 보완하기 위한 성격인 만큼, 안보리가 제재하지 못하는 ‘구멍(loophole)’을 막는 데 주안점을 둬야 효과를 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제재에는 지난 9월 26일(현지시간)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인 북한 측 관계자 26명 중 18명만이 포함됐다. 정부의 독자제재를 피한 8명의 북한인 중에는 중동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의 급여를 당국에 상납해온 조선금강은행 두바이지점 대표 곽종철·염휘봉이 있다.

또한 중국 은행의 다수 계좌를 보유한 채 위장 회사를 운영해온 것으로 의심되는 조선금강은행 베이징점 대표 차성준, 중국 단둥(丹東) 지점 하나은행 대표를 맡으며 안보리 제재 대상인 조선무역은행을 위한 외화 거래에 관여한 호영일도 우리 독자제재에는 누락돼 있다. 

이밖에도 조선중앙은행을 비롯해 미국이 제재키로 한 북한 은행 10곳도 우리 대북제재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지난 7월 29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2차 발사 직후 “필요시 우리의 독자적 대북 제재를 부가하는 방안도 검토하라”고 지시한 지 무려 100일 만에 나온 제재지만, 사실상 실효성보다는 명분에 치우친 조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대북제재 발표 과정도 석연치 않았다는 목소리가 많다. 이번 독자 대북제재 발표는 6일 0시 관보(官報)에 제재 대상자 18명의 명단을 게재하는 것이 전부였다. 과거에는 외교·통일부 등 관련 부처가 배석한 가운데서 국무조정실장이 직접 발표해왔다.

이처럼 실효성보단 명분을 강조하는 데 그친 이번 독자 대북제재는 사실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7, 8일)을 앞두고 한미공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고 볼 수 있다.

그간 미국은 여러 경로를 통해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압박 기조에 한국이 추가 독자제재 등의 방식으로 동참해달라는 뜻을 지속 피력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정부로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미국에 어떤 식으로든 성의를 표시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동시에 정부는 경색된 남북관계를 더 악화시킬 만한 수위의 독자 제재를 채택하는 데는 여러모로 부담을 느꼈던 눈치다. 개성공단 가동마저 중단된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실효적인 독자 대북제재에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도 지난달 24일 강원 삼척에서 진행된 통일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북한의 개인 및 단체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는 식의 상징적 제재가 남북관계에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토로한 바 있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