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고 그 책임을 물어 김정은을 처벌하도록 권고하는 결의안이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통과됐습니다. 그것도 컨센서스, 즉 투표없이 회원국들의 합의로 통과됐습니다. 투표하자고 해봤자 뻔한 결과가 나올 걸 알았는지 북한대표단이 작년과 달리 투표를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3위원회에서 통과된 북한인권결의안은 다음달 유엔총회 본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되게 되는데 뒤집히는 경우가 거의 없어 사실상 통과가 확정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유엔총회가 북한인권 개선을 권고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2005년 이후 12년째입니다. 또 북한인권 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 회부하고 책임자 처벌을 안전보장이사회에 권고하는 내용이 들어간 것도 3년 연속입니다. 특히 올해 결의안에는 작년까지는 없었던 “리더십이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기관에 의해 인권 유린이 자행되고 있다”는 표현이 명시됨으로써 북한인권 유린의 최고 책임자가 김정은이라는 사실을 못 박고 처벌 대상에 포함할 것을 명확히 했습니다.
일본과 유럽연합을 비롯해 70여 개 나라가 공동으로 발의한 올해 북한인권결의안은 아직도 광범위하고 체계적으로 자행되는 북한의 인권 유린만행을 비난했습니다. 여전히 정치범 수용소가 존재해 북한인민들이 강제로 끌려가고 있고 고문과 강간, 공개처형 등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인권 유린 사례를 구체적으로 밝혔습니다. 또 “열악한 인권 상황 위에서 자원을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으로 전용하는 것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적어 핵, 미사일 도발도 규탄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외국에 나가 외화 벌이하는 북한 노동자의 인권 문제와 북한으로 납치된 외국인을 즉각 석방하라는 주장도 처음으로 포함됐습니다.
한마디로 올해 북한인권결의안에서는 북한 당국이 그토록 감추고 싶어 하던 인권 상황의 전모가 다시 한번 국제사회에 낱낱이 밝혀졌고, 그 책임자로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라는 법정에 세우고 처벌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또 국제사회가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유린 만행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고, 김정은에게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굳은 의지를 나타낸 것이기도 합니다.
김정은은 이제라도 정신 차려야 합니다. 권력에 취해 우쭐대다가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벌인 인권유린에 대한 책임까지 몽땅 짊어질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국제사회 앞에 인권개선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그나마 처벌 수위가 낮아질 것입니다. 그게 싫다면 권력을 내려놓고 일반인으로 조용히 숨어 살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국제사회에 반(反)인도범죄자로 낙인찍히면 그 사람은 죽을 때까지 꼬리표가 따라붙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반인도범죄를 저질렀던 나치의 전쟁범죄자들이 지금까지도 처벌받고 있다는 걸, 김정은은 명심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