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식량지원 의사 표명’에도 北 왜 요청않고 버틸까?

올해 식량난이 가중될 것으로 보이는 북한이 인도적 지원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이명박 정부가 밝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대북 경제협력에 대해서는 비핵화와의 연계에 따른 ‘단계적 접근’ 원칙을 밝히고 있지만 식량문제와 관련한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 중이던 18일 “본격적 경제 협력은 비핵화 진전에 연계되지만 북한주민들의 식량위기는 인도적 지원 문제로 경제협력과 구분이 돼야 한다”고 말했고, 북한이 매체를 통해 ‘역도’ 등의 표현까지 동원해 거친 비난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29일 “다른 나라도 돕는데 동족끼리 돕는 것은 당연하다”며 인도적 지원에 전향적인 모습을 보였다.

김하중 장관도 29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출석해 “인도적 지원은 수혜국의 요청이 있어야 가능한데 북한은 아무런 얘기가 없다”며 “북한이 요청하면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남한은 북한이 핵실험을 했던 2006년을 제외하고 해마다 40~50만t의 식량차관을 제공해 북한의 식량부족을 해결하는데 일조를 해왔다. 특히 북한은 작년 큰물피해로 인해 식량난이 더욱 가중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지금까지 우리 정부에 식량 지원 등의 공식적인 메시지를 보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과 함께 최근 들어서는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이행만을 강조하면서 대남공세를 강화하고 있을 뿐이다.

이에 따라 중국에 대한 북한의 식량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교도통신은 지난 23일 중국 세관당국인 국무원 해관총서(海關總署)의 자료를 인용해 “중국이 올해 첫 3개월간 북한에 옥수수, 쌀, 밀가루 7만2천988t을 수출했다”며 “이는 전년 같은 기간의 3만9천428t에 비해 85%증가한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당장 이명박 정부가 과거 10년 정권처럼 대북정책을 전환하지 않는 한 북한이 먼저 손을 내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남북관계를 주도해 왔던 북한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끌려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데일리엔케이’와의 통화에서 “북한은 남한과의 관계에서도 철저히 ‘경제적 이익’ 등의 실익을 따져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끌고 간다”면서 “당장 북한이 남한의 대화제의를 받아들이거나 식량 등을 요청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박 연구위원은 “북한이 최근 중국을 통해 쌀, 비료 등을 들여온 것을 고려할 때 좀 더 버텨 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김정일의 ‘금고’가 여전한 만큼 당장 남한에 손을 내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대성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원은 “북한은 이명박 정부가 ‘비핵화’ ‘개방’ ‘인권’ 문제를 거론하는 것에 못마땅하게 여긴다”면서 “김정일은 식량문제가 어려움을 한두 번 겪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 처음부터 이명박 정부의 기를 꺾겠다는 뜻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송 연구원은 “이명박 정부가 대북정책에 대해 어느 정도 원칙을 지키면서 양보를 결정하는 가에 따라 북한의 대남정책이 재검토될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원칙을 강조하고 있는 당분간은 북한으로부터 식량지원 등을 비롯한 어떤 요청도 없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류길재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북한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과거와 180도 바뀌었다고 여긴다”면서, 따라서 “어려운 경제상황에도 불구하고 당장 북한이 인도적 지원 등을 쉽게 요청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관측했다.

최근 6∙15, 10∙4선언 이행에 대한 대남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부분을 고려할 때 이명박 정부가 이행 약속을 선언하면 북한은 대화에 나서면서 인도적 지원을 요청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류 교수는 “북한 김정일은 주민들이 경제난으로 고통 받는 것에 대해 별로 개의치 않기 때문에 남한 정부가 먼저 머리를 숙이는 듯한 ‘적당한 모양새’가 갖춰지지 않으면 대화 제의를 비롯해 인도적 지원 등도 먼저 요청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이명박 정부가 6∙15, 10∙4선언에 대한 이행 약속을 밝힌다면 대화 재개에 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