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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북핵위기의 발단이 된 고농축우라늄(HEU) 문제와 관련, 북한이 농축에 사용하는 원심분리기 관련 자재인 알루미늄관을 제3국에서 조달했음을 처음으로 인정했다고 교도(共同)통신이 17일 보도했다.
통신은 이달초 제네바에서 열린 6자회담 미북 국교정상화 실무그룹 회의에서 북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에게 알루미늄 관을 제3국에서 조달했음을 인정했다고 6자회담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북한은 파키스탄의 압둘 카디르 칸 박사로부터 20여대의 원심분리기를 구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8년 6월 파키스탄에서 북한으로 들어간 수송기 내에 원심분리기와 설계도면, 우라늄헥사플로이드(UF6) 가스 등이 탑재됐다는 것이 미국의 판단이다.
통신은 제3국이 어디인지 밝히지 않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러시아에서 알루미늄 관을 대거 조달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2003년 4월엔 유럽의 한 국가에서 고강도 알루미늄튜브 22t을 선적하고 북한으로 향하던 선적이 나포된 사례도 있다.
북한은 그동안 ‘증거를 먼저 제시하라’며 관련 의혹들에 대해 전면 부인해 왔다. 그러다 HEU 관련 의혹을 제기해오던 미국이 2·13 합의 이행국면에서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으로 용어를 바꾸면서 북한도 ‘관련 의혹을 해소할 수 있다’는 식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따라서 북한이 우라늄 농축에 사용되는 알루미늄관을 제3국에서 조달했음을 시인한 것도 이 번이 처음이다.
북한의 이 같은 행동은 부시 행정부 임기 내에 미북 국교정상화를 위한 가시적 성과를 도출해 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즉,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를 풀기 위해 2006년 미국을 방문한 리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이 미국과의 비상설협의체 구성을 제의하면서 사실상 부분적으로 위조지폐 제조를 시인했던 것과 일맥 상통한다.
일단 관련 의혹들을 부분적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겠다는 것이다. 이 같이 판단한 북한은 알루미늄관을 수입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라늄 농축이 아닌 다른 용도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HEU 관련 의혹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이 아님을 확인한 미국은 우라늄 농축에 사용될 수 있는 알루미늄관 자체를 북한으로부터 제거하는 방법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북한이 구입한 알루미늄관이 우라늄농축용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전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고 보고, 북한이 보유한 알루미늄관을 구매해 북한지역 밖으로 가져나오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커졌다.
북한의 김명길 주유엔 공사도 지난 7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HEU에 대해 “존재하지도 않는 프로그램”이라며 보상을 조건으로 미국이 현장을 확인토록 해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