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 C B M 발사기지 왜 동창리 선택했나?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건설한 새 장거리 미사일기지로 옮긴 정황이 포착돼 그 의도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한미 정보당국에 따르면 동창리 기지는 2000년 초반부터 건설되기 시작해 당초 올해 5~6월께 완공될 것으로 추정돼 왔다. 때문에 이번 북한의 ICBM 이동 정황 포착은 미사일 기지 완공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번에 완공된 것으로 추정되는 동창리 기지는 북한이 지난 4월5일 장거리 로켓발사를 했던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기지보다 현대화된 시설을 갖추고 있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 기지로 정보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이상희 국방장관은 지난해 11월 국회 대정부질의 답변에서 “대포동 기지(무수단리)보다 좀 더 규모가 큰 미사일이나 위성발사체를 발사할 수 있는 기지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ICBM을 동창리 기지로 이동시킨 것은 이 기지가 서해상에 인접해 있으면서 영변 핵시설과 가깝다는 지리적 여건이 고려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ICBM 능력 향상을 위해서는 추적능력도 동시에 발전해야하는데 해상 관측능력에 한계를 보여왔던 북한으로서는 내륙을 지나는 동창리 기지가 ICBM 시험에 더 용이하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ICBM, 왜 동창리인가?=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ICBM 발사장소로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미사일 기지를 놔두고 동창리 기지를 선택한 것은 이 기지가 현대화돼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동창리 기지는 이동이 가능한 발사대 두 곳과 10층 건물 높이의 지지대, 엔진시험대, 지상관제소 등으로 이뤄져 있고, 또 연료주입 시설 등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필요한 모든 시설이 자동화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보유국’ 지위 확보를 원하는 북한으로서는 향상된 ICBM 기술은 곧바로 핵 협상력 향상을 뜻한다. 때문에 무수단리 기지보다 실험 리스크가 적은 현대화된 미사일 발사기지는 필수적이었다는 것이 군사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연수 국방대학교 교수는 ‘데일리엔케이’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보다 현대화된 시설인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으로 ICBM을 옮긴 것은 ICBM 능력을 키워가겠다는 의도”라면서 “확실한 장거리 미사일 능력과 핵능력을 유지, 체제구축 수단을 갖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ICBM 능력향상을 위해선 추적기술이 동시에 향상돼야 한다”며 “먼 바다에서 추적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북한으로서는 내륙지역을 통과할 수 있는 동창리 기지가 추적능력을 확보하는데 용이하다”고 진단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과 일본의 요격에 대응해 발사장소를 옮긴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무수단리 기지가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요격 위험성을 줄이려면 아직 노출되지 않은 동창리가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무수단리 기지는 이미 노출이 돼있기 때문에 제2의 기지(동창리 기지)를 건설할 필요성이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對美 ‘핵 운반 능력’ 과시…새로운 후계자 상징적 의미=‘2차 핵실험’을 통해 핵능력을 과시하고 있는 북한은 현대화된 대규모 미사일 발사 기지까지 확보함으로써 미국에 ‘핵무기 운반능력’까지 보여주려는 목적도 관측된다.

때문에 핵시설 단지인 영변에서 거리가 70여km에 불과한 동창리에 미사일 기지를 확보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동거리 단축으로 핵탄두를 운반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절약된다. 또 동창리 기지가 평양에서 200여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ICBM 운반시간도 하루 안팎이다.

북한이 1998년과 2006년, 그리고 올해 4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무수단리는 영변 핵단지와 300km 이상 떨어져 있다. 동창리 인근엔 1980년대부터 140차례 이상 고폭실험을 해온 용덕동 실험장이 있다.

따라서 동창리는 영변 핵단지에서 개발한 소형 핵탄두를 옮겨와 미사일 본체와 결합해 시험발사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김 교수는 “특히 동창리 시설은 영변 핵단지와 지리적으로 가깝다”며 “ICBM 능력에 대해 속도를 조절하면서 확실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향후 미국과의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 가겠다는 장기적 포석”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ICBM을 동창리 미사일 기지에서 발사하려는 의도가 후계구축의 상징적 조치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핵실험에 이어 ICBM 시험으로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하는 동시에 안정적인 후계구축을 시도하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동창리 미사일 기지는 새로운 후계자의 ‘업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무수단리는 김정일의 업적이지만 동창리 기지는 새로운 후계자의 상징적 의미가 될 수 있다”며 “2차 핵실험과 동창리 시험장은 새로운 후계자에게 주는 김정일의 보너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