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8∙15행사 불참…‘민간 햇볕’은 종료

▲ 5·1절 남북노동자통일대회 참석을 위해 남한에 온 북측 대표단 ⓒ연합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가 4일 팩스를 통해 부산에서 열리는 8∙15공동행사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남측위원회에 공식 통보했다.

북측은 이번 행사 불참 결정 이유에 대해 지난 7월 진행된 남∙북∙해외 실무협의에서 북측이 제시한 요구조건에 대해 남측이 확답하지 않았다 점을 들었다.

북측은 지난 7월 26일 개성에서 열린 실무회의에서 ▲한나라당 소속 의원이 ‘주석단'(귀빈석)에 오르거나 연설하지 못하게 하는 문제 ▲보수세력의 반북행동 방지에 대한 남한당국의 협조 ▲조총련 대표의 남한 출입의 당국 보장 등의 문제를 남측위원회에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의 불참 통보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 특히 지난 6월 북한의 취재제한 조치와 한나라당 의원 주석단 참여 배제 조치 등으로 파행을 거듭, 남북∙남남 갈등만 야기한 ‘6∙15통일대축전’은 8∙15공동행사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점쳐졌다.

또 이번 행사가 상대적으로 보수 성향이 짙고 한나라당의 텃밭으로 인식되어온 부산지역에서 개최되는 것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이 지역에서 열린 장관급회담에서도 보수단체의 반대시위가 잇따르기도 했다.

일찌감치 한나라당 경선으로 대선정국으로 전환된 부산 지역이 반(反)한나라당 전선을 분명히 밝힌 북한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일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6∙15통일대축전’처럼 남과 북이 행사진행 관련 마찰을 보일 경우 반북 여론을 조장할 수 있다는 계산도 섰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 대표단 중 조총련 인사의 신변안전 보장 문제에 대해 그동안 외교부는 원칙적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해 광주에서 열린 6∙15공동행사에서도 남측 당국의 입국 불허 방침으로 해외측 대표단 중 총련 관계자가 참석하지 못해 북측이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남측위원회는 3일 통일부를 방문해 신언상 차관과의 면담을 통해 해외측 대표단들의 입국과 신변안전 보장을 요구했다. 위원회는 해외인사들에 대해 북측인사들과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외교부는 여전히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남측위원회 관계자는 5일 “총련 인사의 입국문제와 관련해 외교부에서는 원칙적 방침을 고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북측은 행사 직후 진행되는 을지포커스렌즈(UFL) 한미합동군사연습도 문제 삼았다. “우리는 8.15통일행사가 진행될 남측 지역에서 미국과 남측이 우리를 반대하는 을지포커스렌즈 합동군사연습을 강행하려는데 대해 간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남측위원회 관계자는 “북측은 이 군사연습을 미국과 한국에서 벌이는 북진전쟁 연습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북측의 일방적인 통보로 8∙15 남∙북∙해외 공동행사가 무산됐지만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일단 북측이 8∙15공동행사 불참 통보에 앞서 3일 남북장관급회담을 9월 중순에 개최하자고 제의해온 만큼 남북 당국간 대화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경공업-지하자원 협력사업이나 개성공단 사업, 대북식량차관 제공 등 남북 당국간 합의사항들이 차질 없이 이행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관측을 가능케 한다.

무엇보다 남북관계 전반은 베이징 북핵 6자회담의 영향권 아래에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북한의 일방적인 통보에 따라 행사가 좌지우지 되는 남북 공동행사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커질 전망이다. 일부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남북공동행사 무용론도 고개를 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 국책연구기관 북한 전문가는 “그동안 남북공동행사에서 북한의 돌출적인 행동으로 잦은 파행을 겪은 바 있다”면서 “북한의 돌출 행동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위한 북측의 약속을 받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8.15남북공동행사는 민간분야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의 마지막 행사로 준비됐었다. 하지만 이 행사가 무산됨으로써 민간분야 행사는 햇볕정책 10년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게 됐다. 앞으로 남북장관급 회담 등이 개최될 수 있겠지만, 민간분야에서는 더이상 없을 것으로 보인다.

몇 달 전부터 정치권 일각에서 8.15를 기해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있어 왔지만 이 역시 불가능하다. 햇볕정책 10년은 이제 저물고 있으며, 향후 북한이 연말 남한 대통령 선거 때까지 어떻게 나올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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