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이례적으로 5월 1일 국제노동절 경축 중앙행사를 평양이 아닌 신의주에서 진행키로 결정한 것으로 30일 오후 확인됐다.
신의주 내부소식통은 이날 “5.1절을 맞아 기념 중앙행사가 내일 신의주에서 열린다”며 “지금 낙원기계연합기업소 내에 행사장이 마련됐으며, 내일(1일) 밤에는 축포행사도 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날 오후부터 내각 및 중앙당 간부들이 속속 신의주에 도착하고 있다”며 “낙원기업소와 인접한 신포향 역 주변과 중앙 간부들이 묶는 압록강 호텔 주변에 국가안전보위부와 인민보안부 소속 모든 인원들이 경계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평안북도 신의주시 낙원동에 위치한 낙원기계연합기업소(낙원기업소)는 북한에서 유일하게 산소분리기 전문생산공정이 있으며, 90년대 중반 경제난으로 생산이 중단되었다가 최근에는 탄약이나 수류탄과 같은 군수품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행사에 대해 신의주 주민들은 상당한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그는 “주민들은 ‘중앙 행사가 신의주에서 열리니 앞으로 (신의주에) 중앙당의 특별배려가 있지 않겠냐’며 기대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소식통은 김정일의 참석 여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는 “만약 ‘1호 행사’가 준비됐다면 몇일 전부터 시내 물청소를 하는 등 야단 법석을 떨었을 것” 이라며 “지금 보안원과 보위원들이 신의주 역을 비롯한 시내에 쫙 깔렸지만 장군님이 오시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신의주와 중국 단둥(丹東)을 잇는 압록강철교 근방 신의주세관도 이날 오후 5시까지 정상적인 업무 상황을 보여 소식통의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 했다.
북한이 신의주 낙원기업소를 5.1 국제노동절 경축 행사장으로 선정한 배경을 놓고 단둥 현지에서는 여러가지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우선 6.25전쟁 60주년, 국제노동절 120주년을 맞아 한국전쟁 당시 낙원기업소 노동당원들이 보여줬던 모범사례를 재조명함으로써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위한 내부 체제결속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낙원기업소는 6.25 전쟁 기간 중에 수류탄을 생산하던 공장으로 1952년 6월 21일 김일성이 직접 방문하여 당원 10명과 ‘당세포총회’를 직접 주관했던 곳이다.
당시 김일성이 “전쟁으로 잿더미가 됐는데, 전쟁에서 이긴다 해도 어떻게 복구할 수 있겠나?”고 묻는 질문에 대해 신포향이라는 이름의 여성노동자는 “우리 노동계급이 있는 한 복구는 문제도 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는 일화가 있다. 훗날 김일성은 이 여성노동자를 ‘일생 잊을 수 없는 여성’으로 회고하며 ‘낙원의 10명 당원’을 자신에 대한 충성의 귀감으로 내세웠다.
낙원기업소는 ‘희천속도’를 창출했다는 희천공작기계공장과 더불어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자발적인 생산투쟁을 고취하려는 선전에 단골로 등장하는 아이콘이다. 때문에 이번 5.1절 행사에서 과거 김일성 시대 ‘낙원기업소의 모범사례’를 부활시킴으로써 각 기업소별, 노동자별 충성경쟁을 촉발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둘째로 압록강 국경지역에 위치한 신의주 일대에서 대규모 행사를 벌임으로써 중국과 국제사회에 북한체제의 건재를 과시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겠냐는 관측도 있다.
천안함 사건이후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각이 곱지 않고, 화폐개혁 실패와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인한 내부사회의 동요를 세계 각국 언론들이 주목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가시적인 행사를 통해 북한 체제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5월 1일 밤으로 예정되어 있는 ‘야외축포’ 행사는 상하이 국제엑스포 공식 개막식에 몰릴 세계 여론의 시선을 북한 쪽으로 유인하기 위한 포석라는 해석이 이어진다.
셋째로, 이 행사를 통해 북한의 3대 후계구축 작업이 안정적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은 지난해 5월 1일 노동절에도 ‘우리는 승리하리라’는 야외축포행사를 평양 대동강 일대에서 열고 이를 김정은의 ‘특출한 실력’이라고 내부에 선전했다.
때문에 이번 야외축포 행사도 김정은의 ‘비범한 능력’ 과 ‘천재적 자질’을 집중 선전하는 장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김정일은 지난 2008년 11월, 2009년 9월, 2010년 1월 등 해마다 1회씩 이 기업소를 방문, ‘낙원의 정신’을 강조하며 인민경제 정상화를 위한 노동자들의 분발을 당부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