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북한 여성들의 자전거 사용이 허용된 지 5개월 만에 다시 금지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당국은 다시 금지된 이유에 대한 설명 없이 여성들이 자전거 사용 금지를 어길 경우 무조건 회수하라는 방침까지 내려, 이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높다고 소식통이 14일 전해왔다.
함경북도 회령 소식통은 이날 데일리NK에 “지난해 8월부터 여성들의 자전거 사용을 공식적으로 허가했지만 지난 10일 다시 금지한다는 방침이 내려왔다”면서 “11일부터 분주소(파출소)에서 선발한 인원들로 구성된 순찰대들의 단속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이어 소식통은 “전달된 방침에는 여성들이 자전거를 타는 것 뿐 아니라 자전거 뒤에 타는 것을 금지한다는 내용과 함께 자전거 뒤에 짐을 싣는 것과 싣는 무게가 정해져 있다는 금지사항이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소식통은 “자전거를 여성이 끌고 갈 경우에는 단속 대상이 되지 않는다”면서 “과거에도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순찰대가 보이면 자전거에 내려 단속을 피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지난해 자전거 사용이 허용되기 전에 여성들이 자전거를 사용하다가 단속 되면 벌금(2천~5천 원)이 부과됐지만 이번에는 단속이 되면 벌금은 내지 않고 자전거를 무조건 회수하도록 해 이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높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또 “현재 순찰대들은 주야간으로 조직돼 여성들의 자전거 사용을 단속하고 있다”면서 “장사를 통해 먹고 살고 있는 지역 여성들에게 자전거를 타지 말라고 하는 것은 장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고위 탈북자는 “김정은이 아무 타산 없이 주민들의 환심을 사려고 지난해 지시를 내렸다”면서 “자전거 사용을 금지시키면서 그에 따르는 주민들의 고통을 타산하지도 못하는 철없는 정치를 하는 것이 점점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자전거는 가장 유용한 운반수단으로 장사하는 주민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생계수단’이기도 하다. 북한에서 대부분의 여성이 장사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여성들의 자전거 사용 금지 방침이 주민들의 생계유지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자동차나, 오토바이 등 운행수단이 없는 조건에서 주민들에게 자전거는 필수품이다”면서 “특히 여성들이 자전거로 장마당에 출퇴근하거나 아이들을 태우고 유치원에 보내고 50~60kg에 달하는 무거운 물건을 싣고 이동할 수 있는 유용한 운반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8월 전까지 북한 여성들은 새벽을 이용하거나 늦은 밤 단속을 피해 물건을 실어 날랐다”면서 “특히 오징어(낙지)잡이 철에 바다를 끼고 있는 지역 여성들은 잡은 오징어를 자전거로 내륙 지방까지 운반해 판매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에서는 1990년대부터 김정일의 지시에 따라 보안원(경찰), 교통 보안원, 순찰대들이 여성들의 자전거 사용을 단속해왔다. 당시 오극렬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딸 오혜영이 평양 도심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다 승용차에 치여 사망한 일을 보고받은 김정일이 여성들의 자전거 사용을 전면 금지시켰다고 한다.
이에 대해 북한 매체들은 여성들이 치마를 펄럭거리며 자전거 타는 것은 ‘사회주의 미풍양속에 어긋나는 행위’라는 이유를 내세워 자전거 사용 금지를 독려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