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현직 市여맹위원장 집 마약15kg 발견














▲ 함경북도 회령시 전경ⓒ데일리NK
함경북도 회령에서 현직 시(市)여맹위원장 일가(一家)가 주모자로 지목된 대규모 마약판매 조직이 검거됐다고 북한의 내부 소식통이 알려왔다.

회령시 내부 소식통은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 2월 20일경 함경북도 국가안전보위부 요원 20여명이 서경희(49) 현 조선민주여성동맹(여맹) 회령시위원장의 아파트(회령시 산업동 42반)에 대한 가택수색을 벌여 일명 ‘얼음’으로 알려진 마약 15kg과 미화 약 30만 달러, 인민폐 약 20만 위안을 현장에서 압수했다”고 전했다.

또한 서위원장의 남편 K씨(前매봉회사 사장)와 딸 K씨는 마약조직의 주모자로 지목돼 함경북도 보위부에 구속됐으며, 남편 K씨로부터 마약을 넘겨 받아 회령시에서 중국과 밀무역을 주도해온 혐의로 前매봉회사 직원 P씨와 J씨 등 30여명이 함경북도 보위부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봉회사는 인민무력부 산하 외화벌이 기관으로 해산물, 약초 등을 수출하며 평양에 본사가 있고, 북한 주요도시에 지사가 있다. K씨의 前소속사는 알려지지 않았다.

남편 K씨의 운전수가 도(道)보위부에 고발

서경희 회령시 여맹위원장은 아직까지 마약제조나 판매직에 직접 개입했다는 관련자들의 증언이 확보되지 않아 구속 수감되지는 않았으나, 2월 21일 회령 시당위원회에서 개최한 군중대회와 다음날 열린 ‘2006년 회령시 여맹 총화대회’에 불참하는 등 공식적인 대외활동을 중단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남편 K씨의 자가용 운전수로 일해왔던 L씨가 함경북도 보위부에 자진 출두해 “서경희 여맹위원장 가족들이 중국에 마약을 팔아 엄청난 부를 쌓고 있다”고 폭로하면서 전모가 밝혀지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운전수 L씨도 함경북도 보위부에 구속되어 현재 조사를 받고 있다.

서경희 여맹위원장은 회령시 남문소학교 소년단 지도원 출신으로 회령시에서는 손꼽히는 입지전적 인물이다. 북한에서 ‘여맹’은 ‘사로청(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과 더불어 조선노동당을 떠받치는 양대 조직이다.

서위원장은 현재 회령시 당비서가 주관하는 ‘회령시 당집행위원회’의 집행위원이며, 회령시 인민위원회 대의원을 겸하고 있다. 회령 출신 탈북자들은 “회령시 여맹위원장 정도면, 회령에서는 큰 권력자”라고 설명한다.

주모자로 알려진 서위원장의 남편 K씨는 서위원장의 배경을 발판 삼아 회령지역 외화벌이 기업으로 알려진 ‘매봉회사’ 사장을 역임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중앙당으로부터 “각 지역에 산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외화벌이 회사들을 단일화 하라”는 지침이 하달됨에 따라 회령시에서는 ‘모란회사’만 살아남게 되었고, 남편 K씨가 사장으로 있던 ‘매봉회사’는 공식 간판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회령 민심 동요















▲ 속칭 ‘얼음’으로 북한 마약은 중국에서는 ‘빙두'(氷毒), ‘아이스'(Ice) 등으로 불린다ⓒ데일리NK
북한의 모든 외화벌이 단위가 그렇듯이 남편 K씨도 ‘매봉회사’ 시절부터 마약 밀거래에 손을 대왔다고 한다. 그러다 지난 해부터 중앙당의 방침에 따라 회사가 문을 닫게 되자 남편 K씨는 전속 운전수였던 L씨를 마약 운반책으로, 딸 K씨를 회계담당으로 동원하며 무산, 회령, 온성 등 국경지역의 밀수꾼들에게 도매로 마약을 공급하는 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됐다.

회령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남편 K씨와 운전수 L씨는 지난 1월부터 심한 대립을 겪어 왔다. 남편 K씨는 주로 청진에서 마약을 확보해 회령으로 옮겨온 다음, 회령을 거점으로 국경지역 밀수꾼들에게 마약을 공급하거나 중국 업자들과 밀거래를 진행해 왔다. 여기서 청진-회령간 마약운반은 주로 운전사 L씨가 담당해 왔는데, 운반과정에서 마약을 빼돌린다며 남편 K씨가 운전사 L씨의 뒷조사를 벌이는 바람에 두 사람 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는 것.

운전사 L씨는 2월 초 청진에 있는 함경북도 보위부를 찾아가 서위원장 가족의 마약 거래 사실을 폭로했다. 아직까지 운전사 L씨가 서위원장 일가의 비리를 고발한 동기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운전사 L씨가 회령시 보위부를 찾아가지 않고 도(道)보위부를 찾아간 것은 회령에서 서위원장의 위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회령시 보위부에서 이 사건을 심사할 경우 자칫 자신만 희생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회령시에서는 이 사건에 대한 소문이 확산되면서 민심이 크게 요동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령시 주민들은 서위원장 가족이 마약판매를 주도했다는 점과 집에 거액의 달러와 인민폐를 은폐했다는 점, 평소 서위원장이 여맹조직의 책임자로서 탈북여성들에 대한 처벌에 대해 강경한 발언을 해왔던 점들을 지적하며 “고위 간부들에게도 법의 준엄함을 보여줘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마약 100g당 인민폐 1만 2천 위안에 팔려

서위원장과 한 동네에 살고 있는 북한주민 박정심(가명. 회령시 산업동)씨는 26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지금 회령에서는 서위원장 가족 이야기로 온 도시가 시끄럽다”며 “도 보위부에서 나섰으니 이번에는 제대로 법의 권위를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제 아무리 도 보위부라도 저렇게 돈 많고 권세 있는 사람이 법대로 처벌되겠냐며 의문을 가진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지난 1월 중국으로 탈북한 회령 주민 강은순(가명)씨는 “서위원장이 평소에 떠들고 다니던 것을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고 말했다. 서위원장은 평소 입버릇처럼 “회령 여자들은 툭하면 중국 땅으로 달아나 제 몸을 더럽힐 뿐만 아니라 김정숙 어머니의 고향 땅의 명예를 더럽히고 있다”며 탈북 여성들에 대한 강경한 처벌을 주장해왔다는 것.

강씨는 “서씨가 평소 여맹 조직의 정치강연이나 비법(불법) 월경자들의 공개재판 자리에서 회령지역에 비법행위가 많은 이유는 여자들이 가정을 잘 다스리지 못한 탓이라며, 회령 여자들을 돈에 정신이 나가 아무렇게나 몸을 굴리는 천박한 인간인 것처럼 말해왔다”고 설명했다. 또 “만약 마약거래와 관련된 죄가 없는 것으로 판결나더라도 자기가 뱉었던 말 때문에 여맹위원장 자리를 계속 유지할 수 는 없을 것”이라고 강씨는 덧붙였다.

‘얼음’으로 불리는 북한산 마약은 중국을 비롯한 한국, 일본, 마카오까지 팔려나간다. 탈북자들이 말하는 ‘얼음’의 최대 생산지는 북한의 ‘흥남제약’으로 관측되고 있으며, 소규모로 ‘얼음’을 제조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북-중 국경지역에서 밀거래 되는 ‘얼음’의 도매 가격은 품질에 따라 상품은 100g당 인민폐 1만 2천 위안 수준이며, 중품은 9천~1만 위안, 하품은 7천 위안 수준이다.

한편, 2004년 4월 개정된 북한의 형법 제 218조에는 ‘마약을 밀수, 밀매한 자는 5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 이런 행위를 여러 번 공모하여 했거나 대량의 마약을 밀수, 밀매한 경우에는 5년 이상 10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 정상이 특히 무거운 경우에는 10년 이상의 노동교화형 또는 무기노동교화형에 처한다’고 명시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