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8일 “핵 폐기를 미끼로 한 북한의 미∙북 평화협정 공세를 차단하고 핵 폐기에 우선 역량을 투자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당근과 채찍을 병행하고, 국제사회의 상식과 규범을 준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연구위원은 이날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통일연구원 개원 17주년 기념학술회의에서 “평화체제와 북핵의 연계는 북핵폐기라는 6자회담의 초점을 흐리고 이 회담을 북한의 정치선전장으로 변질시킬 수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북한의 핵 능력에 대해서 그는 “핵 실험 후 남아 있는 플루토늄의 총량이 28.5kg~49kg로 추정된다”며 “북한의 기술 수준을 중급으로 본다면 5KT~20KT 핵장치를 적게는 10개에서 많게는 20개까지 생산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고농축우라늄(HEU)과 관련, 전 연구위원은 “대규모 투자는 하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파키스탄의 기술력과 소규모 비밀작업이 가능한 측면을 고려할 때, 여전히 북한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김정일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HEU를 유지하고자 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더불어 시리아 핵 협력에 대해서도 그는 “핵 협력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면서 “간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북핵 불능화와 신고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북한은 불능화의 대상으로 지목된 시설은 모두 불능화 하지만 나중에 재가동이 가능하도록 ‘가역적 불능화’를 시도할 것”이라며 “플루토늄과 농축우라늄에 관한 일부 프로그램을 신고대상에서 제외하는 불완전한 신고를 하는 형태가 실현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전망했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북한의 반응 및 평가’와 관련, “북한의 긴장고조 행위는 남남갈등과 대내 체제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며 “북한은 이를 위해 새 정부의 대북정책을 과잉대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최 선임연구위원은 이명박 정부에 일관성 있는 대북정책 추진을 주문했다. 이를 위해 그는 인적∙물적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북한 인권과 탈북자 문제 등은 “시민사회와 국제사회와의 협력화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면서 “인권문제를 너무 정치적 고려를 할 경우 기교적이고 전략적인 함정에 빠져 오히려 북한 당국에 역이용당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학술회에서는 김대중-노무현 지난 10년간의 대북 ‘햇볕정책’에 대한 강한 비판이 이어졌다. 특히 지난 정부의 ‘싱크탱크’ 역할을 자임했던 통일연구원의 이 같은 입장변화여서 더욱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정권교체 후 이명박 정부에 대한 코드 맞추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 이날 전 연구위원은 “김대중 정부는 북한의 핵개발 사실 자체를 무시하거나 감추려 했고, 노무현 정부에서는 북한의 핵능력과 핵위협을 과소평가했다”면서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북한의 핵개발을 막지 못한 역사적인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심지어 그는 북한 핵실험이 일어났던 2006년 10월9일을 ‘대한민국 통일∙외교∙안보의 국치일’로 표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비판을 우려한 듯 전 연구위원은 이날 발표에서 “수년간 연구한 결과”라고 전제했다.
노무현 정부 대 통일부차관을 지낸 이봉조 통일연구원장도 “이명박 정부가 한반도 선진화의 돛을 달고 세계 인류국가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면서 “남북관계와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 ‘실용주의’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