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철도 사정 샅샅이 알아보니…산 넘어 산

▲ 남북연결철도 공사실태 점검원들이 동해선 북측구간을 살피고 있다. 이 구간은 남측에서 지원했다.ⓒ연합

경의선, 동해선 철도연결 시험운행을 계기로 남북철도의 정기운영 논의가 한층 탄력받을 전망이다.

그러나 정기운영까지 가려면 산 넘어 산이다. 남북철도가 정기운영이 되면 비록 부분적이지만 ‘남북 자유왕래’나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김정일 정권이 정기운영을 허락할 리 없다. 이번 시험운행은 그동안 남한이 쌀, 비료, 원자재 등을 주니까 북에서 한번 허락해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외에 현재 남북철도 운행에서 가장 큰 문제는 노후화된 북한의 철도시설을 복구하는 문제이다. 북한의 철도시설을 복구하려면 돈이 얼마나 들까?

지금까지 남북철도 연결에 투입된 비용은 남측 구간에 3천645억 원, 북측구간에 자재, 장비 등 차관 1천 523억원과 관련 부대비용을 포함해 모두 5천454억원이다.

아직 북한지역 철도상황에 대한 종합점검이 되어 있지 않아 실제비용이 얼마나 들지 알 수 없지만, 어림잡아 10조원은 들 것이라는 추산이 있다.

그러나 노후된 철도를 전면 현대화 하자면 완전히 뒤엎고 새로 깔아야 한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북한철도의 선로, 레일, 침목, 노반 상황을 보면 과거 50~60년대 수준이기 때문이다.

주민들 노반 허물어 ‘석탄 줍기’

▲ 선로: 북한철도의 총 연장길이는 5천235㎞다. 이중 98%가 단선이다. 이 때문에 정거장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많아져 열차운행 효율이 떨어진다. 마주 오는 열차를 보내기 위해 전철원들이 선로를 변경시켜줘야 기차가 통과하는 실정이다. 평양-두만강 열차의 경우 목적지까지 도착하는데 2~3일, 정전이 잦은 때는 1주일씩 걸리기도 한다. 열차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복선, 복복선이 필요하다.

북한철도는 농지를 침해하지 않기 위해 대부분 산비탈 쪽에 설치되었다. 또 산이 많은 지형조건에 따라 터널, 교각이 많다. 복선으로 설계될 경우 북한 전역에 철도를 새로 까는 것과 같은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간다.

▲ 레일: 레일은 측면 마모가 심하고 고착품이 불량하다. 못이 빠진 곳도 많다. 북한철도는 레일간 폭이 1천435㎜인 표준궤(3,611km)와 1천67㎜인 협궤(479km)를 사용하고 있다. 80년대 들어 당국의 철도중량화 지시에 따라 100t 중량레일이 생산되었지만, 지지부진하다.

▲ 침목: 레일을 받치고 있는 침목은 거의가 나무로 되어 있으며, 일제시대 때의 침목을 그대로 사용하는 곳이 많다. 침목이 썩어 기차가 지날 때마다 10cm씩이나 아래 위로 요동하고 있다. 새로 까는 침목도 기름에 끓여내지 못해 부식이 빠르고, 교체용 침목도 이깔나무가 부족해 소나무로 대체하고 있는 상황이다.

▲ 노반: 철로를 받치는 노반도 열차의 하중을 견디지 못할 만큼 노화되었다. 노반은 강 자갈과 쇄석이 혼재되어 있어 탄성이 떨어지고, 열차하중 부담에 문제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북한의 화물 열차는 평균시속 20km밖에 되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노반 정리를 하고, 기차운행과정에 밖으로 튀어나오는 자갈을 다시 깔아주어야 하지만, 인력과 기술부족으로 방치하고 있다. 때문에 레일이 있는 부분의 자갈이 침하되고, 어떤 곳은 노반이 레일보다 높은 곳도 있다 .

더욱 심각한 것은 주민들이 석탄을 줍기 위해 철길 노반을 일부러 파헤쳐 놓는 것이다. 낡은 화차로 석탄을 운반하기 때문에 노반에는 적지 않은 석탄과 콕스 등이 떨어지게 된다. 겨울용 석탄을 살 돈이 없는 주민들은 호미와 채를 들고 철길노반 옆의 자갈을 쳐내 떨어진 석탄을 줍는 것이다. 심지어 국제열차가 오가는 평양-신의주간 노선까지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열차 전복사고 원인이 되기도 한다. 문제는 이렇게 석탄을 줍는 주민들이 대부분이 역무 관계자들의 가족이어서 통제도 어렵다.

▲ 전기철도화: 북한철도 총 연장길이의 79%인 4,132km가 전기로 움직이는 전철화 구간이다. 이는 원유가 부족하기 때문에 전기로 동력의 자급화 실현을 목표로 했기 때문이다.

디젤기관차인 김정일의 전용열차나, 국제열차를 견인하기 위해 가동되는 기관차를 빼고 거의가 전기로 움직이고 있다. 3,3kv의 직류전압방식으로 되어있지만, 전력부족으로 1,800~2,300v로 운행되는 경우도 있다.

▲ 철도공장: 견인기를 생산하는 ‘김종태전기기관차 공장'(통혁당 김종태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공장)과 화차를 생산하는 ‘6.4차량공장’, 각종 철도관련 설비를 생산하는 함흥외륜공장, 평양철도수리공장, 청진철도공장, 희천철도공장 등이 있다.

북한은 1995년 말 기준으로 기관차 1162량, 1048량의 객차, 2만1130량의 화차를 보유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송량을 늘리기 위해 화차 량을 무작정 늘이는 바람에 기관차의 견인능력이 떨어지고 전동기 고장과 노후화가 심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