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주민들, 노점상에 사활 걸었다

▲ 북한의 매대(노점) <사진:RENK>

최근 북한에 ‘매대'(길거리에 천막을 치고 먹거리와 생필품을 파는 노점)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매대는 북한의 경제상황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지표가 된다. 경기가 좋으면 매대가 감소하고, 나빠지면 늘어난다. 북한의 경제상황이 최근 몇년 사이 매우 나빠졌다는 이야기다.

최근 탈북한 박순자(60세) 씨는 “지금 식량사정이 제일 어렵다. 모두들 이번 보릿고개를 넘기지 못하면 굶어 죽는다고 아우성”이라며 “청진에서는 직장에 나가는 사람에 한 해 1월에 닷새분 식량을 주었고, 지금은 각자 알아서 구해 먹으라며 배급도 안 준다”고 전했다.

박씨는 “방송과 직장에서는 ‘고난의 행군’을 이겨낸 것처럼 승리의 불사조가 되자고 매일 독촉하지만, 보릿고개가 시작되면서 집집마다 먹을 게 떨어져 허우적댄다”며, “아직 돋아나지도 않은 풀 뿌리를 캐러 다니는 사람들과 조개잡이 나가면서 집을 비우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박씨도 매대를 차렸지만 팔던 물건을 몽땅 보안서에 압수당해 살길이 막막해지자 중국으로 탈출했다는 것이다.

일일 세금 30%, 보안원 물건 압수 이중고

박씨가 매대를 차린 경위와 탈출 배경을 들어보면 최근 북한의 경제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매대는 90년대 중반부터 등장했다. 계획경제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굶어 죽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사회질서가 문란해졌다. 중국과 인접한 국경도시에서 먼저 매대가 등장, 짭잘한 수입을 올리면서 자생적인 시장이 확대되었다. 국영상점에는 물건이 없어 진열대에 먼지가 가득 앉았다.

사람들은 필요한 물건을 장마당에서 찾았다. 그러나 장마당은 당국이 시간제로만 운영하도록 하여 불편했다. 그래서 남한의 ‘편의점’ 비슷한 매대가 늘어난 것이다. 매대를 차린 집은 당시 다른 사람이 월급 1백 원을 받을 때 하루에만 1천 원씩 수입을 올렸다. 그러자 저마다 매대를 차렸다.

매대를 차리려면 시(市) 인민위원회 가내관리소에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신청서를 내고 가내관리소에 등록한 후 세금을 내야 한다. 세금은 일일 매상의 30%다.

그러나 가내관리소의 허가를 받는 것이 쉽지 않다. 가내관리소는 시 인민위원회 상업부위원장이 관장하는데 쉽게 허락해주지 않는다. ‘빽’이 있으면 빠르다. 박씨는 두 달을 기다려도 허가가 나지 않자 중국 담배와 중국 술(고량주) 두 병을 뇌물로 바쳤다. 이런 수순을 거쳐 겨우 자리 하나를 얻고 2평짜리 매대를 장만했다(규정상 2평을 초과하지 못한다).

박씨는 월 5% 이자를 주기로 하고 돈을 빌려 중국 화교상으로부터 물건을 받았다. 처음에는 화교상과 외상으로 거래했다. 하루 물건을 파니 1만 원이라는 수입이 나왔다. 그러나 날이 어두워지면 시장 규찰대가 나와 수입금의 30%를 그날로 내라고 했다. 세금을 내지 않으면 다음날 가게를 부순다.

제일 잘 팔리는 것은 중국상품이지만 술, 담배, 자본주의 상품(비디오 테이프 등)은 국가에서 통제하는 물품이다.

먹이사슬의 악순환

장사하는 데 가장 큰 문제는 보안원들과 규찰대들이다. 이들 역시 월급으로는 살기 힘드니까 ‘단속권’이라는 권력을 이용하여 매대 노점상들을 뜯어먹어야 산다. 먹이사슬인 셈이다.

매대 노점상은 일일 세금 내고, 이자 내고, 보안원들이 뜯어가면 남는 게 별로 없게 된다. 그래도 다른 방도가 없으니 살기 위해 매대를 사수한다.

박씨도 가까스로 버티면서 한 달쯤 지냈다. 중국과 장사를 하는 안면 있는 사람이 찾아와 물건을 더 받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물건은 대체로 술과 담배, 그리고 의류들이었다. 통제품이지만 이런 물품들을 팔아야 이윤도 많다. 값을 흥정하고 필요한 물건들을 받아놓고 허리를 펴는 순간이었다.

우르르 사람들이 쫓겨가기에 무슨 일인가 했더니 누군가가 “오늘이 공산품 팔지 못하는 날이어서 보안서에서 단속 나왔다”고 알려준다. 박씨가 물건을 감추기도 전에 보안원들이 몰려왔다.

군 보안서 경제 감찰과에서 나온 보안원이 규찰대원들을 지휘했다. “이 물건들을 다 회수하라”는 말이 떨어지자 규찰대원 두 명이 미리 준비했던 마대를 벌리고 박씨의 물건을 압수했다.

박씨는 “이걸 다 빼앗아 가면 빚더미에 앉는다”고 사정했지만 “내일 보안서 감찰과로 나오라” 는 말만 남기고 다른 매대로 달려갔다.

보안원은 돈 받고 중국 화교상 보호

이튿날, 보안서로 찾아가니 감찰과장은 “어제 몰수한 물건들은 당의 지시로 지하 막장에서 수고하는 탄광 노동자들에게 지원물자로 보냈다”며 찾을 생각을 말라고 했다. 감찰과장 이야기는 거짓말이다. 이들은 물건을 압수한 후 자기가 가지든가, 다른 사람에게 몰래 다시 파는 경우가 허다하다.

보안원과 규찰대는 물건을 공급하는 중국 화교상들로부터 돈을 받고 이들을 보호해준다. 그리고 살겠다고 바둥대는 매대 노점상들로부터도 돈을 뜯어낸다.

주민들은 먹고살기 위해 매대를 차려 통제품이라도 팔아야 하고, 작은 권력이라도 가진 사람은 권력을 최대한 이용하여 더 먹고 살려고 한다. 지금 북한은 이러한 악순환이 전역에 만연돼 있다.

매대는 박씨의 하나 남은 생활터전이었다. 물건을 외상으로 받아놓았으니, 빚을 갚을 수도 없게 됐다. 박씨는 앞길이 막막했다. 더이상 북한에서 살아가기 힘들게 된 박씨는 아이들을 데리고 두만강을 몰래 넘었다.

중국 훈춘 = 김영진 특파원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 hyj@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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