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재정일꾼 회의’서 화폐개혁 성공 평가

북한이 화폐개혁에 따른 가격조치 및 임금기준, 기업소간 결재 규정을 설명하는 ‘재정일꾼회의’를 8일 소집했다고 북한 내부소식통이 전해왔다.


양강도 내부소식통은 9일 오전 데일리NK와 가진 통화에서 “양강도 지역 기관장, 초급당비서, 공장기업소 부기원들이 참여하는 강습(실무교육)이 8일 오후 2시부터 시작됐다”고 전해왔다.


이와 같은 재정일꾼회의는 1992년 4차 화폐개혁과 2002년 7.1 경제관리개선조치 직후에도 개최된 바 있어, 화폐개혁과 관련한 북한 당국의 속내와 향후 경제운영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식통은 “일단 9일 저녁까지 일정이 잡혔으며, 토론이 길어질 경우 10일 오전까지 연장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회의는 간부들에 대한 강습과 실무일꾼들에 대한 강습으로 나뉘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간부 강습에는 양강도 인민위원회, 농촌경리위원회, 보안국, 5.16건설사업소, 혜산강철공장 등의 주요 당간부들이 참여하며, 실무일꾼 강습에는 인민위원회 재정과(課) 일꾼을 비롯해 양강도당(黨)이 직접 관리하고 있는 공장기업소들의 부기장, 부기원, 경리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또 양강도 혜산시당위원회도 시내 간부들과 실무일꾼들을 대상으로 이와 같은 강습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당이 소집한 회의는 도당 회의실을 비롯한 도 청사에서, 혜산시당이 소집한 회의는 시당 회의실과 혜장동에 위치한 김일성 혁명사상 연구실에서 열리고 있다.
     
회의에서는 화폐개혁과 관련된 임금규정, 기업소간 재정거래 규정 등이 발표될 예정이며, 각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국정가격을 제시와 함께 시장가격의 상한선도 공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임금’과 ‘시장가격 상한선’이다.
 
일단 회의장 주변에서는 7.1조치 당시 책정된 임금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소문과 ‘절반정도 낮출 것’이라는 소문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 당국은 7.1조치에서 일반 노동자들의 임금을 2천원 전후로 채택했다. 


이번 화폐개혁에서 구화폐와 신화폐의 교환 비율을 ‘100대1’로 정했다. 따라서 일반 노동자들의 명목임금은 현상유지 내지 절반까지 하락할 수 있지만, 실질 임금은 50배에서 100배까지 인상되는 효과가 나올 수 있다.


‘시장가격 상한제’ 발표 여부도 관심 사항이다. 북한 당국은 시장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시장내 거래가격이 국정가격을 넘을 수 없다는 세칙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는 “국가 방침은 ‘임금으로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물가 상승을 막는다는 취지로 ‘시장에서는 국정가격 이상으로 팔아서는 안된다’는 방침이 전달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북한당국의 공급확대가 전제되지 않는 조건에서 실질임금은 올리고 시장물가를 강제로 낮출 경우, 중장기적으로 더큰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목표로 각종 건설사업을 벌이고 있는 북한 당국이 결제수단으로 신화폐를 남발할 경우에 상당한 후폭풍에 직면할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한편, 북한 당국은 이번 회의에서 화폐개혁이 기대 이상으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일시적으로 식량가격이 폭등하는 곳도 있지만, 안정적인 장사를 원하는 상인들은 식량가격 상승을 좋아하지 않고 있다”면서 “상인들부터 물가 상승에 대해 반대입장을 보이자 국가에서는 일단 안심하는 모양”이라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특히 “국가에서 새돈으로 원래 임금을 그대로 준다는 소문이 크게 돌면서, 이에 대한 기대감을 갖는 사람들도 조금씩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향후 농민 분배와 노동자 월급이 지급되고 본격적으로 시장이 가동될 경우 현 물가수준이 유지될지는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북한 당국의 공언대로 노동자 월급이 구화폐와 같은 액수로 지급될 경우 수요는 팽창하지만 공급을 담당하는 상인들이 철퇴를 맞아 공급 부족 현상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북한 당국의 추가 시장 조치와 공급 능력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