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해마다 태양절(김일성 생일)을 맞아 수백 명의 외국 예술·연예인들을 초청해 열었던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이 올해엔 개최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당국이 전쟁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키기 위해 외국인들을 초청하지 않아, 4월 축전이 열리지 않게 됐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함경북도 청진 소식통은 15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김일성 생일을 기념해 해마다 열렸던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이 이번에는 열리지 않고 있다”면서 “텔레비전을 통해 볼만한 것이 그나마 외국인들이 공연하는 4월 축전인데 그것마저 열리지 않아 명절 분위기도 안 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간부들은 최근 주민들 대상 강연을 통해 ‘최근 조성된 정세로 외국인들의 입국이 완전히 중단됐다’고 말했다”면서 “주민들은 해마다 4월이면 20여 개 나라 예술단체들의 공연을 재밌게 시청해왔는데 올해는 그 구경거리도 없어 썰렁한 분위기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태양절 경축행사보다도 텔레비전을 통한 볼거리를 더 기다려온 주민들은 1년에 한 번 정도 외국 문화를 감상할 기회마저 없어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 “일부 주민들은 ‘지금 정세가 뭐가 긴장됐다고 외국인 공연까지 중단하냐’며 불만을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공연 중단 이유에 대해 소식통은 “그동안 수십 년간 진행돼 왔던 축전이 올해 갑자기 중단된 배경에는 최근 긴장이 고조된 정세와 관련이 있다”면서 “당국은 남한과 미제가 정세를 고조시키고 있다며 평양에 주재한 외교관들에게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통보한 만큼 외국인들을 대대적으로 초청하는 4월 축전을 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소식통은 “적어도 수개월 전부터 수백 명의 외국인들에게 초청장을 보내야 하지만 올 초부터 전쟁 분위기를 고조시켜온 북한 당국의 입장에서 외국인 초청이 사실상 어려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식통에 따르면 친선예술축전은 4월 초부터 외국 예술인들이 입국해 2주일 여간 평양을 비롯해 남포, 함흥 등의 대도시에서 공연을 진행해왔다. 초청인원도 수백 명에 달해 체류비용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부터 평양 주재 외국인들에 전쟁발발 가능성을 제기하며 철수를 요청한 북한으로선 체류기간이 짧은 국제 마라톤 대회나 태양절 사절단과 달리 외국 예술인들의 장기간 공연이 전쟁분위기 조성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란 지적이다.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은 김일성 생일 70돌을 맞는 1982년부터 시작돼 해외 각국의 예술인들을 초청해 83년도 한해를 제외하고 작년까지 총 28회 열렸다. 북한은 1990년 4월 8차 축전부터는 우승컵과 상장, 상금이 제정되고 우수한 예술단체와 개인에게 수여해왔다.
작년에는 김일성 100회 생일(15일)을 맞아 4월 11일부터 19일까지 9일간 23개국 800여명이 참석하는 등 예년보다 배 이상의 규모로 개최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