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양자회담 원한다”…속 뜻은?

지난 3일부터 북한을 방문했던 미국의 대북 전문가들이 “북한이 다자 협상보다는 미·북간 직접 대화를 선호하고 있다”고 밝혀 향후 미북관계 전망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전문가들의 방북이 비록 미북간 공식대화는 아니지만, 오바마 정부 출범 후 미국 전문가들과 김계관 외무성 부상 등 북한의 고위 관계자들의 첫 접촉이라는 측면에서 북한이 미국에 전달코자 했던 메시지가 무엇일지 궁금증을 낳고 있는 것이다.

이번 방북단은 스티븐 보스워스 전 주한 미국대사, 토니 남궁 뉴멕시코 주지사 고문, 리언 시걸 사회과학원 동북아 협력안보 국장, 모튼 애브라모위츠 전 대사, 조나선 폴락 미국 해군대학 교수, 모튼 핼퍼린 미국진보센터 선임연구원 등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영향을 끼칠수 있는 중량감 있는 대북전문가들로 구성됐다.

조너선 폴락 미 해군대학 교수는 7일 베이징 서우두(首都)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은 북핵 6자회담의 중요성에 대해서 인식하고 있지만 다자 협상보다는 북미간 직접 대화를 선호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밝혔다.

폴락 교수는 이어 “북한이 북핵 6자회담에서 급격한 진전이나 조속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 않아 보였다”면서 “어쨌든 북한은 현재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두고 (미북협상을) 기다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미국 전문가들에게 밝힌 ‘양자회담 선호’ 입장은 앞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밝힌 ‘6자회담을 기본 틀로 미·북 양자회담을 적극 활용한다’는 입장에 대한 일종의 ‘화답’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전성훈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미북 양자회담은 북한이 과거부터 계속 주장해 온 것”이라며 “이번 접촉이 미국 민간단체와의 만남이라고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북한당국이 미국에게 보내는 공식적인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전 연구위원은 이어 “북한의 메시지는 대미전략, 대남전략 모두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라며 “미국을 향해서는 ‘조속히 양자협상에 나서라’는 메시지이고, 이명박 정부를 향해서는 ‘상생공영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입증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북한이 지금까지 주장해온 핵군축 협상은 부시행정부 때부터 계속돼 온 것으로, 미북양자대화를 통해 담판 짓겠다는 의도”라며 “북한의 의도대로 미국이 호응할 경우 앞으로 6자회담의 나머지 국가들의 역할은 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어 ‘6자회담 무용론’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은 이번 미국 전문가들의 방북에 대해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 수립을 위해 미리 북한의 입장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었을 것”이라며 “오바마 행정부 는 이번 기회를 통해 ‘6자를 통한 다자외교’와 ‘대북 직접외교’의 비중을 확실히 정리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실장은 이어 “북한 역시 이번 기회를 통해 미북 직접대화의 입장을 오바바 정부 측에 확실히 전달하겠다는 목적을 갖고 적극적으로 접촉에 임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의 미북 직접대화 입장은 한국정부에 대한 메시지도 포함하고 있다”며 “앞으로 ‘통미봉남’ 전략이 바뀌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며, 이명박 정부의 대북강경 입장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한 셈”이라고 해석했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북한이 최근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 실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 역시 ‘양자협상’을 강요하기 위한 일종의 전술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방북단 일원으로 참가했던 스티븐 보스워스 전 주한 미 대사는 “우리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추진에 우려를 표명했지만, 북한 관리들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며 “북한은 우리에게 기다려보라고 말하면서 그것은 아무런 위협도 아니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이와 관련, “북한이 전격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해 먼저 ‘판을 깨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직접대화를 하자고 먼저 제의했는데도 미국이 시간을 끈다고 판단할 경우, 북한은 연료주입 등 단계별 조치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면, 전 연구위원은 “북한의 발언은 자신들의 미사일 관련 선택에 대해 이번 미국 방북단이 가타부타 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밝힌 것 뿐”이라며 “북한이 최근 평화적 우주이용권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 가능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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