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양강도 화폐개혁 후 첫 아사자 확인

11.30 화폐개혁으로 인한 혼란으로 북한내 식량유통이 급격히 축소되면서 양강도 농촌지역에서 아사자가 발생했다.


당초 화폐개혁 초반 현금보유량이 적은 극빈층의 피해는 미비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신권 유통이 늦춰진데 따른 ‘시장 위축’이 장기화되고 있고, 여기에 북한당국의 식량통제까지 가중되면서 극빈층들의 고통이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양강도 내부소식통은 17일 데일리NK와 통화에서 “갑산군 갑산읍에서 국수장사를 하던 신 모씨가 11살 난 큰 딸과 함께 자기 집에서 허약으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화폐교환으로 인해 장사가 안되고 개인간 식량거래 마저 국가가 통제하면서 극빈층의 식량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도 당에서도 이번 일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책마련에 나섰다”고 말했다.


사망한 신 씨 가족은 북한 사투리로 ‘때대끼’에 해당되는 가정이었다. 때대끼란 하루벌어 하루사는 것도 어려워 ‘한때 벌어 한끼를 먹는다’는 처참한 뜻을 담고 있다. 장사 밑천이 극히 적어 시장 매대에 들어가지 못하고 거리에서 노점상을 하거나, 다른 사람이 시키는 노동을 하고 하루 품삯을 받아 생존하는 사람들을 때대끼라고 부른다.


남편 없이 혼자힘으로 11살, 8살 두 딸을 키우던 신 씨는 갑산시장 주변을 돌며 ‘까리국수’를 팔며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던 전형적인 때대끼 장사꾼이었다.


까리는 감자를 갈아 전분을 뽑고 난 섬유질 찌꺼기로, 가루를 내서 면발로 만들면 옥수수 국수의 1/4 가격에 팔 수 있다. 양강도 지역에서조차 극빈층들만 먹는 식재료다. 영양성분이 거의 없어 가축 사료로도 잘 쓰지 않는다고 전해진다.


그녀는 인근 농기구 공장에 설치된 국수기계에서 까리국수를 뽑아 오전에는 갑산시장 주위에서 팔고, 오후에는 농촌을 돌면서 까리가루를 구매했다.


신 씨의 굶주림이 시작된 것은 화폐개혁 조치가 발표된 직후로 전해진다. 구 화폐가 못쓰게 된다는 소문에 갑산시장에서는 물건을 팔려는 사람도, 사려는 사람도 없게 됐고, 결국 신 씨의 하루벌이가 중단된 것이다. 인민반 이웃에게 옥수수를 꾸려해도 누구하나 선뜻 도와주지 않았다.


신 씨가 11살 딸과 함께 싸늘한 주검이 되어 발견된 것은 지난 10일 저녁, 주말 인민반 회의를 통보하기 위해 방문했던 인민반장이 신 씨와 큰 딸을 발견하고 갑산보안서에 신고했다.


다행히 둘째 딸은 숨이 붙어 있었다고 한다. 신 씨의 집에서는 구화폐 9천원 정도가 발견돼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주위 사람들은 이 돈이 ‘최후의 장사밑천’ 이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화폐개혁 전 시장물가로 쌀 4kg 정도를 살 수 있는 액수였다.   


신 씨의 사망 소식은 11일 진행된 인민반장 회의를 통해 퍼지게 됐고, 갑산읍 인민반장들과 갑산군 노동당원들이 갑산군당 책임비서를 찾아가 극빈층에 대한 대책마련을 청원했다.


주민동요를 우려한 김히택 양강도당 책임비서는 11일 전격적으로 신 씨 집을 직접 방문해 상황을 보고 받고 갑산군 지역의 극빈층에 대한 점심제공을 지시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갑산읍에서는 12일과 13일 이틀 동안 군내 국영식당과 협동식당을 통해 무료 급식을 진행했다. 이날 제공된 무료급식은 쌀과 옥수수가 2:8비율로 섞인 밥 1인당 150g과 된장국이다.


또 13일 오후부터는 갑산읍 주민에 한해 10일분의 식량으로 옥수수가 공급되기도 했다. 이번 무료급식과 식량공급에서는 군당, 군 인민위원회, 농촌경영위원회, 검찰소,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보안서 간부들은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양강도당의 경우 이번 사건에 대해 이례적으로 발빠른 대응을 보여줬지만, 사전준비가 허술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화폐개혁이 가져올 후과를 북한이 앞으로 어떻게 해쳐나갈지 관심이 집중이 된다.


북한 당국은 지난 6일까지 공식적인 화폐교환을 마무리하고 신화폐에 대한 시장 반응을 주시해 왔다. 신화폐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 형성이 늦어지면서 신화폐마저 ‘가치하락’을 겪게 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지난 8~9일간 열렸던 재정일꾼 실무회의에서도 기대했던 임금 및 가격조치가 발표되지 않고 유보됐다.


일단 화폐개혁 이후 지금까지 주민생활 안정을 위해 북한이 선택하고 있는 대안은 ‘식량거래 통제’와 ‘수매상점 활용’이다.


북한 당국은 지난 1일부터 개인간 식량거래를 금지시켰고, 지난 11일부터는 수매상점을 통해서만 식량을 구입할 수 있는 강제조치까지 발표했다. ‘식량공급소’가 중앙에서 공급되는 식량을 식량공급표와 현금(국정가격)를 가져오는 주민들에게 교환해주는 곳이라면, 수매상점은 외국 수입을 통해 확보된 식량을 국정가격에 따라 주민들에게 현금을 받고 파는 국영상점 개념이다. 시장물가를 잡겠다며 수매상점을 통한 유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북한 당국은 식량 상인들이 판매용으로 보유하고 있던 식량을 전량 수매상점에 넘기라고 교양하고 있지만, 수매상점의 수매가격이 너무 낮아 식량상인들은 이를 따르지 않고 사태 추이를 관망하고 있다. 양강도 혜산시내 수매상점들의 쌀 판매가격은 16일 현재 kg당 24원까지 떨어졌지만 수매가격은 19원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올해 북한의 농업 실적이 지난해 대비 10%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식량을 확보하고 있는 상인들의 관망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화폐개혁 이후 일반 주민들은 쌀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북한의 시, 군 당위원회에서는 해당 지역내 식량이 타지로 유출되는 것을 막겠다는 기계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이는 식량유통을 더욱 악화시키는 꼴이 되고 말았다. 타지에서 오는 식량상인들의 검열 통제하거나, 식량을 들고 타지로 여행하는 주민들은 단속하며 ‘시장공급’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화폐개혁이 시작된지 벌써 20일 째에 이른다. 4인가족 기준으로 가구당 하루 생존을 위해서는 최소 2kg의 식량이 요구된다. 지금까지 약 40kg의 식량이 필요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극빈층의 식량난는 갈수록 심각해질 전망이다.


소식통은 “갑산군에서 열흘간의 식량을 풀긴했지만 근본문제는 아직까지 해결이 안되고 있다”면서 “국가에서 원칙대로 배급을 주던지 아니면 장마당(시장)에서 식량거래를 다시 허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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