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식량사정, 평양도 배급 차질 생겼다

▲ 장사를 떠나는 북한주민들 (신안주 역전 전경, 2005. 10.10 중국작가 찍음)

북한의 식량공급 사정에 빨간 불이 켜졌다.

북한 소식통들은 4월 들어 평양시 일부 지역에만 식량이 공급되었고, 지방은 배급이 이미 중단됐다고 23일 전했다. 북한은 지난해 당창건 기념일(10.10)을 맞아 배급을 재개했으나, 실시 초기부터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아오다 올봄 들어 평양에서마저 심각한 파행을 겪고 있는 것.

중국 단둥에 출장나온 북한 무역업자 김모씨는 “지금 평양의 중앙기관(당, 내각, 법 기관) 사람들에게는 배급이 되고 있으나, 지방의 일반 공장, 기업소는 5, 6월분 식량을 자체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일부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버텨내고 있지만, 공장 기업소의 자체 배급에 매달리는 사람들은 물건과 식량을 바꾸기 위해 지방에 내려가는 주민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7~8월 햇감자가 나오기 전까지 주민들은 어떻게든 버텨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때를 같이 해 장마당 쌀값도 올라가기 시작했다. 쌀값 인상을 노린 장사꾼들이 그동안 사재기를 해왔기 때문이다.

신의주 장마당 가격은 북한쌀 1kg에 1,000원~1,200원, 용천쌀(용천지방 쌀)은 kg당 1,200원에 거래된다고 한다. 중국쌀 1kg은 900~930원, 밀가루는 750원 가량, 옥수수는 300~400원이라고 한다. 신의주 쌀값은 다른 지방에 비해 약간 비싸고 밀가루는 싼 편이다. 쌀은 다른 지방의 쌀을 들여다 먹고, 중국 밀가루는 신의주를 거쳐 전국에 나가기 때문이다.

▲ 북한의 연도별 곡물 생산량 (WFP/FAO 추산), 청색 = 소요량, 적색 = 생산량, 단위 = 만톤 ⓒ데일리NK


중국 텐진(天津) 허핑취(和平區)에 있는 친척 방문차 단둥을 찾은 북한주민 이영성(가명, 62세)씨는 “나는 아예 배급을 모르고 산다. 작년에 당국에서 (배급)명단을 만들어 가더니, 여태 감감 무소식”이라고 말한다. 그는 “내가 노력자(근로자)가 아니니 식량대상에서 빠졌을 것”이라고 되뇐다.

이씨의 거주지는 자강도 희천시, 벌목 노동자로 있다가 2년 전 퇴직한 이씨는 전쟁 때 헤어진 형님이 살아있다는 편지와 초청장을 받고 두 번째로 중국을 방문했다고 한다. 이씨는 “옛날처럼 중국여행이 까다롭지 않다. 식량 얻어오겠다는 사람은 중국에 친척이 산다는 확인과 함께 초청장만 있으면 당국에서 통행증을 내준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씨는 중국방문 통행증도 조건부로 떼어준다고 귀띔한다. 즉 북한에 돌아오면 보위부에 식량을 갖다 바쳐야 하며, 독신자나 혈연가족이 없는 사람은 통행증을 제한한다고 한다. 중국에 갔다 돌아오지 않을 것을 우려해서다.

이씨는 ‘난 형님을 찾았으니 괜찮지, 우리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사금(沙金) 캐러 강에 나가고, 산에 올라가 산나물을 뜯는다”고 말했다.

‘보리고개’로 불리는 3~4월은 북한에서 최악의 춘궁기다. 지금쯤 작년에 장만했던 식량과 부식물이 거의 떨어질 시기다. 부식물까지 떨어질 경우, 주민들은 벌판의 풀이나, 산나물을 뜯어 연명한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대아사 기간을 거치며 산도 무차별적으로 개간하는 바람에 두릅이나 고사리 같은 산나물도 지금은 찾기 쉽지 않다.

중국 단둥(丹東) = 권정현 특파원 kjh@dailynk.com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hyj@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