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사이버테러 배후 지목에 왜 침묵할까?

한국과 미국의 주요 사이트들을 마비시킨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인 7·7 대란이 발생한 지 열흘째가 되가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이번 사이버 테러의 배후로 북한이나 종북세력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배후로 지목됐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과 미국의 주요 기관을 대상으로 사이버 테러를 자행할 의도가 있는 집단이 북한이 유일하고,지난달 27일 미국의 사이버 위협 대응훈련인 ‘사이버 스톰’을 강도 높게 비난하며 “어떤 방식의 고도기술 전쟁에도 대비돼 있다”고 말한 부분도 주목하고 있다.

국정원은 중국 선양 소재 업체로 위장한 북한 해커조직의 소행임을 의심해 중국을 경유한 인터넷주소(IP)를 추적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북한의 소행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아 관련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북한은 우리 정부가 북한의 ‘북’자만 입에 올려도 즉각적으로 비난 성명을 내고 무력도발 가능성을 내비쳐왔다. 그런데도 국가정보원이 나서 사이버 테러의 배후로 지목한 문제에 대해 직접 하든 하지 않았든 침묵하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국내에서 민주당을 비롯한 좌파 진영이 ‘북한 배후설’을 북풍을 이용하려는 음모라는 정치공세를 제기하는 데도 이를 부추기거나 ‘남남갈등’의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런 북한의 태도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은 북한의 침묵이 역설적으로 ‘북한 배후설’을 증폭시키는 하나의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열린북한방송 하태경 대표는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면 적극적으로 해명하거나 ‘공화국에 대한 모략 책동’의 중요한 증거로 쓸 수 있는데도 침묵하는 것은 북한이 배후에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북한이 사이버 테러를 자행하고 나서도 이를 어떻게 대응해갈 것이라는 전략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면서 “사이버 테러에 대한 구체적인 프로세스가 마련된 후에 선전 전술이 나오는데 아직은 향후 전략이 분명하게 수립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 탈북자 출신 전문가는 이번 사이버 테러가 ‘전초전’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이를 ‘이슈화’ 할 경우 득보다는 손해가 크다는 북한 당국의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그는 “테러의 배후를 놓고 남북간 대결 공세가 강화될 경우 이에 대한 국제적 경계심을 유발시켜 중국에서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북제재가 강화된 조건에서 사이버 활동에 대한 통제로 불똥이 튈 경우 사이버전(戰)에 상당히 불리한 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공안문제 전문가는 이번 테러 행위에 대해 북한이 스스로 남측에 상당한 위협을 줬다는 점에 만족하면서 NCND(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는 입장으로 외교가에서는 사실 긍정의 의미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은) 정책을 유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외교적 책임은 피해가면서 북한에 대한 공포감은 계속 유지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 연구관은 “이번 테러를 북한이 자행했다면 그들은 사이버망을 교란시킬 실용적인 경험을 얻었고, 고도로 정보화된 한국 사회에 심각한 위협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과시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면서 “북한으로서는 자신들의 해킹수준을 세계에 알려 군사력에 맞먹는 사이버전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각인시킬 수 있는데 이를 강하게 부인할 이유가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번 디도스 공격의 경우 좀비 PC들을 통해 집중적으로 남한과 미국의 사이트들을 공격했지만, 개인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크지 않았고 공격대상이 된 사이트들도 트래픽을 분산시키는 방법으로 능동적으로 대처했기 때문에 심각한 상황으로 여길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즉, 북한의 침묵이 이번 공격에 만족하지 않는 반대의 상황에서 나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경찰과 국정원, 한국정보진흥원과 개별적인 보안업체들이 사이버 테러를 자행한 해커의 IP 추적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테러 배후가 북한으로 명백히 밝혀질 때까지는 북한도 상황을 지켜볼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 대표는 향후 북한의 태도와 관련해 “북한은 테러와 본인들이 관련이 있다는 점을 극구 부인해오는 정책을 펴왔기 때문에 스스로 인정하고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김정운의 업적을 찬양하기 위해 ‘그는 정보전의 천재’나 ‘강성대국은 IT강국’이라는 표현을 통해 우회적으로 자신의 해킹 기술을 과시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