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정국 결국 김정일 해피엔딩으로 가나?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무시하고 내달 4~8일 예정대로 ‘대포동2호’를 발사한다고 해도 국제사회가 북한에 실효적인 제재 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이는 북한이 ‘대포동2호’ 발사 문제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상정되더라도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유엔차원에서 새로운 제재 방안이 채택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결국 ‘대포동2호’ 발사라는 군사적 도발을 통해 ‘내부결속’과 ‘대외 협상력’ 강화를 노리는 북한의 벼랑끝 전술이 또 한번의 외교적 승리로 귀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에 소극적인 것은 먼저 ‘발사체’가 미사일인지 인공위성인지를 두고도 관련 국가 간의 시각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미·일 등은 북한이 ‘대포동2호’를 발사할 경우,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1718호 ‘위반’이기 때문에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대북정책 고위관계자 연쇄 회담에서도 북한이 로켓 발사를 강행할 경우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안보리 회부가 불가피하다는데 3국이 인식을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그동안 ‘미온적’ 태도로 일관한 중국과 러시아는 ‘제재’에 다소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북한의 발사체에 인공위성이 탑재된다면 1718호 결의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을 정해 미국 측에 통보했다고 RFA(자유아시아방송)가 28일 보도했다.

당사국인 북한도 연일 강경한 어조로 반발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29일 “유엔 안보리에 상정, 토의만 되면 비핵화와 6자회담은 완전 파탄되게 될 것”이라며 “이 경우 보다 강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수위를 높이고 있다.

신문은 이날 ‘가소롭고 유치한 광대극’이라는 글에서 “안보리가 공정성을 잃고 반공화국(북한) 적대행위에 도용되는 치욕을 되풀이한다면 조선반도 비핵화를 하늘로 날려버린 씻을 수 없는 오점을 역사에 새기게 될 것”이라며 ‘제재=북핵 파탄’이라는 공식을 거듭 강조했다.

이에 후정웨(胡正躍)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도 27일 열린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일본 외무심의관과의 차관급 안보대화에서 “북핵 6자회담에 북한이 돌아오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본 측에 냉정한 대응을 요구했다고 일본 마이니치 신문이 28일 전했다.

즉 중국은 미사일 발사에 대한 제재 보다는 대화 국면을 조성해 외교적인 해결을 모색하는 것이 현시점에서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관련국간 입장차가 갈수록 선명해지면서 대북 제재를 위한 새로운 유엔 안보리 결의안 도출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외교가의 대체적 시각이다. 따라서 새로운 결의안 보다는 ‘유명무실화’된 기존 안보리 결의 1718호 상의 제재를 다시 살려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2006년 채택된 결의안 1718호에 따르면, 회원국들이 행할 제제 조항에 선박이나 항공기를 이용해 핵관련 탄도미사일과 관련된 물자 등 판매금지, 핵관련 기술 등을 북한에 이전하는 행위 금지, 북한의 위폐제작과 돈세탁, 마약 등과 관련된 금융자산의 출입금지 등과 함께 사치품 등이 북한에 공급·판매·이전되지 않도록 하는 조항이 들어 있다.

그러나 북한이 실제 ‘인공위성’ 형태의 물체를 장착해 발사한다면 이 같은 대안도 실현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제재위원회가 대상목록을 선정하려면 새로운 안보리 결의는 아니더라도 안보리 협의를 거쳐 의장성명이나 언론설명문 등의 형태로 이를 위임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북한의 ‘대포동2호’가 미사일로 판명된다면 중국과 러시아도 제재에 반대하기는 부담이 크기 때문에 기존 제재 강화를 위한 성명 등은 도출이 가능하겠지만, ‘인공위성’을 장착했을 경우 안보리 의장성명 또는 언론설명문 도출조차 버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국제사회의 ‘제재’가 쉽지 않은 상황이 전개되면서 결국 북한의 ‘대포동2호’ 발사를 통한 ‘위협’ 전략이 다시 한 번 성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단 북한이 발사에 성공할 경우 한국과 미국 등은 대북 비난 수위를 높이겠지만 현실적으로 제재 보다는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내 발사유예(모라토리엄) 약속을 받아내는 길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나쁜 행동’에 대한 응징 보다는 ‘보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미·북 양자협상으로 몰고 가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핵신고서 ‘검증’문제에 대한 미·북협상이 결렬되면서 교착상태에 빠진 북핵 6자회담이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탄도 미사일 능력을 과시한 북한 입장에서는 발사 유예 등의 조건을 제시해 미국의 또 다른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대포동 2호 발사 성공은 북한 입장에서 핵물질, 운반체, 핵탄두까지 보유한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획득하게 된 축포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국제사회의 더 큰 보상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 북한의 논리가 될 것이다.

반대로 발사에 실패한다고 해도 상황이 그다지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 북한의 협상력에 새로운 힘이 부여되지는 않지만 언제든 미사일로 미국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미국의 양보나 핵 보유국 지위를 지속적으로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경우에 따라선 북한이 핵 능력 과시를 위해 2차 핵실험을 실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도 이같은 상황인식에 따라 발사 이후를 대비하고 있는 조짐이다.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28일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일을 비롯한 북한 고위층과의 면담 희망을 공개적으로 피력, 대화 의지를 강조했다.

결국 김정일이 자신의 생일인 지난달 16일 북한의 대외 정세와 정책 방향과 관련, “우리는 반드시 이긴다”며 자신감을 피력한 것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유엔 안보리 1718호 제재를 다시 적용하는 것 이외에는 뚜렷한 수단이 없다”면서 “결국 김정일로서는 ‘대포동2호’ 발사가 성공한다면 ‘내부결속’과 ‘대외 협상력 강화’라는 대내외적 성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미국을 비롯해 중국도 북한 정권에 대한 신뢰 수준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결국 이번 ‘대포동2호’ 발사는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특히, 미국 오바마 정부는 북한에 대한 환상을 갖지 않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북한은 ‘부담스런 존재’라는 경계심을 갖는 교훈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위원은 “‘대포동2호’발사가 성공한다면 북핵 협상에서 ‘운반 수단’을 확보한 북한의 협상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북한은 미사일 발사 후 북핵 6자회담 재개를 통해 국제사회의 제재를 회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