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발사 정말 통상적 훈련에 불과?

북한이 지난 27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3발을 동해상에 쏘아 올렸다. 벌써 올 들어서만 세 번째 미사일을 발사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유에 대해 미국과 한국 정부는 “통상적인 훈련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군사훈련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국방부는 8월부터 시작되는 북한군의 하계 군사훈련을 앞두고 5, 6월에 통상적으로 실시해 온 전투준비태세 검열 훈련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통상적인 군사훈련차원에서 해마다 미사일 발사를 실시한 것으로 볼 때 올해도 그럴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통상적 군사 훈련으로 치부하기엔 몇 가지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

▲北의 요구 관철시키기 위한 시위 압박용 = 북한은 그동안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고, 한반도 정세를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무력시위를 자주 이용해 왔다.

작년 7월과 10월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저지와 대미 협상력을 높여내기 위함이란 게 북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외에도 북한은 한국, 일본을 겨냥한 긴장고조 용 무력시위도 계속 벌여왔다.

즉, 북한 스스로도 “통상적인 군사훈련”이라고 강변하며 은근히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한 무력시위용 도발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북한이 미사일을 처음 발사한 5월 25일과 이번 달 7일까지만 해도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자금 송금 문제가 답보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BDA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존 울프스탈(Jon Wolfsthal) 연구원도 7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BDA 북한자금의 이체 등 6자회담 진행과 더 연관이 있는 행동으로 여겨진다”고 분석했다.

그는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최악의 독재국가라고 지칭한 발언에 대한 맞대응이란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북한은 미국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의 합의사항 이행을 촉구하고 북한을 무시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한 조총련의 중앙본부 관련 소송 패소 등 최근 일본당국의 조총련에 대한 제재에 북한이 불만의 표시로 미사일을 발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위원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라면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통상적인 군사훈련보다는 무력시위, 항의용으로 해석하는 것이 북한의 특징을 잘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특히 최근 일본 정부의 조총련에 대한 규제 등의 압박 등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미사일을 발사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 한국 등 주변국 무력 증강에 대한 무력시위용= 더구나 일상적인 훈련이라고 보기 힘든 것은 미사일 발사 시점이다. 7일 미사일 발사는 군사적 긴장 완화를 논의하자는 군사실무회담을 하루 앞둔 시점이다.

또한 북한이 우리의 최신예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 진수식 날인 지난달 25일에도 북한은 동해상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28일부터는 한국군 단독으로 전시에 대비한 전쟁수행 절차를 훈련하는 ‘태극훈련’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기도 했다.

북한이 이날 발사한 미사일은 사거리 24km∼46km의 스틱스 미사일로 알려졌다. 스틱스 미사일은 북한이 지대함 미사일로 운용하고 있다. 이는 세종대왕함 진수 등 남한의 전력 증강을 겨냥했다는 것에 설득력을 높여준다. 또한 북한은 최근 일본의 미사일방어(MD)체제 참여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국정원은 2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일상적 훈련이지만 우리의 이지스함 보유 등에 대응해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는 측면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제민간연구기관인 국제위기감시그룹(ICG)의 피터 벡(Peter Beck) 소장은 “북한이 단지 군사 훈련목적으로만 이번에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을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며 “동해로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지 열흘 만에 또 서해로 발사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반증하듯 북한의 조선평화옹호전국민족위원회는 10일 남한의 군사력 증강과 군사훈련에 대해 “대화상대방에 대한 엄중한 도발행위”라며 북핵문제 해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 단체는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측이 2012∼2017년에 미국에서 신형전투기를 도입하고 새 전투함선의 개발, 배치에 주력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 “北 미사일 발사는 남한 대선용” = 일각에서는 BDA 송금 문제 해결 이후 북한의 2∙13합의 이행 등으로 미북 관계가 급진전 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허용하는 범위인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통해 대남전략으로 십분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통상적인 군사훈련”이라고 강변하며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건재함을 과시해 체제 결속과 단속용으로도 쓰일 수 있다.

북한군 간부 출신인 A씨는 28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북한은 일상적인 군사훈련 차원인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미국이 허용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강경한 모습을 보여 미국에 끌려다니지 않는다는 것을 선전해 내부 단속을 강화하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북한은 남한의 대선에 일정하게 개입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면서 “미사일 발사로 긴장을 조성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한나라당을 전쟁세력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가 있다”고 풀이했다.

그는 “북한은 향후 남한 대선에서 친북적 성향의 정권을 들어서게 하기 위해 ‘평화세력’ 대 ‘반(反) 평화세력’ 대결 구도로 몰아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연장선에서 북한 해군사령부가 25일 북방한계선(NLL) 거부 방침을 거듭 밝히면서 ‘서해상에서 무력 충돌이 일어날 경우 전면전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한반도 긴장조성을 통한 우회적인 대남전략으로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