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발사 임박…‘대북 제재’ 산 넘어 산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인 ‘대포동 2호’를 발사대에 장착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예상대로 미사일 발사가 기정사실화된 셈이다.

북한이 전날 ‘안보리 제재 시 북핵 6자회담 불참 의사’를 표시한데 이어 예상보다 빨리 발사대에 미사일을 정착하면서 실제 대포동 2호를 쏘겠다는 강한 의지를 과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당초 다음달 4~8일께 인공위성을 발사할 것이라고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국제해사기구(IMO)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통상 연료 주입 후 3~4일 뒤 발사가 이뤄지는 만큼 미사일은 다음 주중 발사대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북한이 예상보다 빨리 미사일을 발사대에 정착함에 따라 연료 주입만 마치면 발사가 가능하게 됐다. 아직까지 북한이 액체연료 주입을 시작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北 ‘대포동 2호’ 발사시기는?=2006년 7월 미사일 발사 때만 해도 발사대에 정착한 뒤 1주일 이상의 준비기간이 필요했으나 이제는 3~4일이면 발사할 수 있는 것으로 군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북한이 맘만 먹으면 이번 주말에도 대포동 2호를 발사할 수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면서 발사시기를 4~8일로 국제사회에 통보했고, 같은 기간 2개 항로를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발사시기를 앞당길 경우 인공위성 발사라고 주장하기 위해 밟아온 절차를 스스로 무시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군사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더불어 북한은 내부적으로 ‘대포동 2호’ 발사를 통해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위한 ‘대주민 선전용’으로 활용하면서 결속을 다지려고 하고 있다. 때문에 내달 9일 열리는 최고인민회의 12기 1차 회의 직전에 ‘축포’화 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태우 국방연구원 부원장은 ‘데일리엔케이’와 가진 통화에서 “북한이 내달 4~8일 발사한다고 통보했고, 항공기나 선박의 항로도 폐쇄하겠다고 밝힌 상황인데, 발사를 며칠 앞당길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미 정보당국은 현재 수백km 상공에서 15cm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KH-12 정찰위성을 통해 북한의 연료주입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해 연료주입 펌프를 지하화해 확인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또한 KH-12 정찰위성 사진들을 토대로 이번에 발사대에 정착된 대포동 2호가 지난 2006년 발사됐다가 실패한 미사일과의 차이점을 정밀 분석 중이다. 하지만 탄두나 인공위성이 탑재될 것으로 추정되는 상단 부분이 덮개로 가려져 있는 것으로 파악돼 이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관련국 대응은?…“유엔 제재 쉽지 않을 듯”=북한의 대포동 2호 발사가 임박함에 따라 한·미·일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의 대응책 논의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북한이 대포동 2호를 발사하면 일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제재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은 그동안 ‘북한의 발사체는 탄도미사일과 관련한 모든 행동을 금지한 안보리 결의 1718호 위반이기 때문에 안보리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하지만 실제 안보리 제재가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일단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제재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여기에다 북한이 제재 시 6자회담 불참까지 선언한 상황이다.

실제 6자회담 우리측 수석대표인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5일 발사 후 제재에 대해 “다자간에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예단할 수 없다”면서 “여러 가지 조치를 포함하는 것이지만 꼭 제재라고 단정하지는 않겠다”고 말해 관련국간 동의가 쉽지 않음을 내비쳤다.

때문에 물리적 제재보다는 북한의 행위를 규탄하는 선언적 성격의 안보리 의장 성명, 또는 개별국 차원의 제재가 뒤따를 수 있다는 견해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김 부원장은 “북한이 철저히 ‘인공위성’ 발사의 모양새를 취한 이상 제재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특히 중국, 러시아 등은 사실상 북한과 ‘한 팀’으로 볼 수 있어 실질적인 제재 조치는 어렵다. 선언적 수준의 안보리 의장 성명 정도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와 일본은 일정 수준의 제재 조치가 이뤄지기를 희망하고 있다. 통일부와 국방부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미사일 발사는 도발”이라고 규정했다. 현재 정부는 우선적으로 유명무실 상태인 1718호 상의 기존 제재, 즉 김정일 등 북한의 특정인을 겨냥한 자산 동결 등의 조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유엔 안보리에서 새로운 제재를 논의하기 보다는 기존의 1718호를 정상화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북한이 ‘대포동 2호’를 발사해 부품이 일본 영토나 영해에 떨어질 경우 요격하는 파괴조처 명령을 발령한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하지만 실제 행동으로 나설지는 미지수다. 실패의 후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위원은 “일본의 요격 가능성은 낮다. 다만 일본은 과거에도 독자적인 제재를 취한 만큼 이번에도 개별적 제재에 나설 것”이라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안보위협을 이유로 군사현대화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초기 ‘요격 가능성’을 내비쳤던 미국은 현재 유엔 안보리 제재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면서도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북한이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을 거절하고 6자회담 불참 의사까지 피력하는 등 ‘초강수’에 당황한 빛도 역력했다.

하지만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25일 “우리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할 경우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며, 우리가 신속히 재개하기를 바라는 6자회담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것을 (그동안) 분명히 해 왔다”고 말해 강도 높은 제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미사일 발사 후 미국과 북한의 양자협상 결과를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결과에 따라 미사일 문제도 6자회담에서 논의될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김 부원장은 “6자회담은 미국과 북한의 양자타결이 돼야 추진되고, 6자회담이 열려도 미·북 타협 결과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면서 실질적으로 유엔 제재가 가능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의 일방적인 6자회담 불참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