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정권이 6·15 공동선언 15돌을 맞아 남한 정부와 당국 간 대화와 협상에 나설 의향을 내비쳤습니다. 남한 당국의 연이은 대화 제의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오던 김정은 정권이 이처럼 전향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분명히 반가운 일이고 또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더더구나 국방위원회나 외무성이 아닌 최고 수준의 공화국 정부 성명으로 발표한 걸 보면 대화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긴 합니다.
그러나 어제 조선중앙통신 보도와 특히 노동신문 1면에 떡 하니 차지한 김정은의 사진을 보면 과연 이 사람들이 대화를 하자는 건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해군함선과 지상포병 부대들의 야간 해상 화력타격연습이라는 걸 벌여놓은 것을 자기 땅에서 하는 방어훈련이라고 하니까 그렇다고 칩시다. 그런데 김정은이 직접 참관하고 “잘한다, 집중성이 아주 좋다, 포탄들에 눈이 달렸다”며 ‘실시간 해상감시 및 화력지휘체계’를 개발한 연구사들을 치하하고 만족해했다니 공화국 정부 성명 내용을 어느 누가 과연 신뢰하고 믿겠습니까.
더더구나 김정은이 권력을 잡은 후에 벌인 천안함 사건이나 연평도 도발과 같은 호전적이고 예측불허의 모습을 보면 그런 생각이 더 듭니다. 얼마 전에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란 걸 실험 발사하더니 연이어 신형 반함선 로케트 발사, 이번에는 야간 해상화력타격연습이라니 이게 다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도발이 아닙니까. 그래 놓고는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돌연 대화와 협상에 응할 의향이 있다는 식의 제의를 하니 과연 이게 진정성이 있다고 볼 수 있겠냐 말입니다.
물론 김정은 정권이 국제사회에서 완전히 외톨이로 내몰린 처지니 남한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다는 건 이해합니다.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하려다가 핵 문제에 걸려 시작도 못해 보고 끝이 났고 중국마저 등을 돌리고 있으니 협력의 손길을 바랄 수 있는 곳은 남한뿐이 아니겠습니까. 남한 정부도 마주앉아 대화를 통해 남북관계 최대 걸림돌인 불신의 벽을 조금씩 허물자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남북 당국 간 마주앉아 허심탄회한 대화를 하려면 진정성이 있어야 합니다. 진정성이 없는 대화는 그냥 시간만 낭비할 뿐입니다. 김정은 정권은 자기 스스로 공화국 정부 성명에서 밝힌 것처럼 대화를 통해 교착된 남북관계의 실타래를 풀고 조선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것만이 조국해방과 동시에 분단을 맞은 70돌을 맞는 역사적 시점에서 꼭 그리고 무조건 해야 할 일이라는 사실 잊지 말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