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량아사說’…“있다”vs“없다” 충돌

평화재단 제20차 전문가포럼이 4월 15일 대한출판문화회관 강당에서 열렸다. ⓒ데일리NK

15일 평화재단이 주최한 제20차 전문가 포럼에서는 북한 식량난으로 인한 ‘대량 아사 가능성’을 놓고 상반된 분석이 제기됐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대북지원 단체 좋은벗들의 이승용 사무국장은 “UN에서 권장하는 1인당 최소 필요량으로 산출할 때 북한에서 1년 동안 필요로 하는 식량을 430만t으로 추정한다”며 “430만t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만성적인 영양실조 상태에서 아사자 발생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 국장은 “현재 북한 전역에서는 식량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며 “국가가 보유한 식량은 물론, 개인들이 자체 보유한 식량도 거의 바닥이 난 상태다. 등급을 나눠 배급하는 북한의 배급 체계에서 평양 주민들은 늘 1등급으로 우선 공급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평양조차 배급이 중단됐다”면서 아사 가능성을 제기했다.

두 번째로 발제한 평화재단의 법륜 이사장은 “북한정부의 요청여부와 상관없이 인도주의적 상황이 열악함을 알고 있는 우리로서는 오히려 적극적인 지원의사를 밝히고 지원해야 한다”며 “우리가 지원의사를 먼저 밝히고 나설지라도 북한정부가 지원을 안 받겠다고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도주의적 원칙을 지키는 것은 문명사회의 약속이며, 또한 상대에 대한 도덕적 우위성을 갖는 것”이라며 “우리가 다른 여러 사정에도 불구하고 인도주의라는 도덕적 우위성을 갖는 것을 국가 정책집행의 최우선순위로 삼으면 결국 우리나라와 정부의 품격이 높아지게 된다”며 대북지원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정광민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통계청 등의 자료를 근거로 “2007년도는 비교적 작황이 좋았던 2005, 2006년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하기는 했지만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 1995년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아니다”며 “대량 아사 사태가 없었던 2001년도보다 오히려 2007년의 생산량이 좋다”고 ‘대량 아사설’을 반박했다.

정 연구위원은 “식량 생산량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식량 무역량인데 올해 1~2월 대중(對中) 식량 수입이 대폭 증가했다”며 “식량 생산량만으로 대량 아사를 주장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발언했다.

정 연구위원은 또 “98년도부터 2007년도까지 대북 지원 금액이 10.2배가 증가했는데 탈북자 설문조사에 의하면 ‘인도적 식량 지원을 받은 적이 있다’라고 응답한 사람은 3~7.6%에 불과하다”며 대북 지원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토론자로 나선 권태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유엔의 인도적 지원 원칙 제 3항 등을 근거로 “북한의 지원 요청 여부와는 상관없이 우리 정부가 먼저 지원 의사를 표현하자는 법륜스님의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유엔의 인도적 지원 원칙 제 3항에는 ‘유엔헌장에 따라 주권, 영토 보전, 국가의 통일성이 존중되어야 하며 인도적 지원은 기본적으로 지원을 호소하는 국가의 지원요청과 동의에 따라 행해져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역시 토론자로 나선 서재진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식량부족 상황에 대한 과장된 평가를 전제로 ‘무조건적 인도주의적 지원’을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무리가 있다”고 이날 발제자들의 북한 식량 상황 인식을 과장됐다고 평가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도 “90년대 대량 아사 사태 때는 배급 외에 대체 시스템이 없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90년대만큼 심각한 상황이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대북지원 단체들이 예전과 같이 이명박 정부에게 무조건적인 인도적 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선거로 입증된 국민의 의사에 반하는 행동’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