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南주민 억류 일주일 “조사 중” 되풀이만

지난달 26일 북한이 남한 주민 4명을 억류했다고 발표한 이후 일주일이 지났다. 하지만 ‘관계기관에서 조사 중’이라는 최초 상황에서 진전된 통보가 없어 억류사태가 장기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북한이 이번 사태의 조사결과를 우리 정부의 북한 체제전복 시도로 규정할 경우 사태 장기화는 물론 남북관계를 경색국면으로 몰고가는 사안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2일 개성공단 3통문제를 논의키 위한 남북당국 간 실무접촉에서 우리 정부의 억류자에 관한 신원확인 요청에 대해 북한은 “현재 해당기관에서 조사 중이고 다소 시일이 걸리는 문제”라고 밝혀 사태 장기화 가능성을 예고했다.


국내의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근 평양을 방문한 대북 지원단체 굿네이버스인터내셔날의 이일하 회장은 북한 고위 당국자로부터 “(불법 입국한 남한 주민) 4명은 그동안 우리가 공개적으로 밝히지 못했던 여러 사안 중의 하나다. 그동안 ‘검은 쥐’도 ‘흰 쥐’도 있었지만 쥐구멍이 모두 파악됐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자의 이같은 발언은 이번 사태를 간단히 처리하지 않겠다는 북한 당국의 입장을 시사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검은 쥐’는 신분을 숨긴 잠입자를, ‘흰 쥐’는 신분을 드러내고 북한에 합법적으로 입국하는 남측 사람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쥐구멍이 파악됐다’는 것도 그동안 수차례 북한을 출입했던 억류된 4명의 경로가 확인됐다는 의미로 보인다.


북한은 근래 은밀한 내부의 정보가 속속들이 밖으로 전해지는 상황에서도 이번 억류사태를 본보기로 삼아 강력히 대응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지난달 8일 인민보안성과 국가안전보위부  공동 명의의 성명을 통해 “최근 남조선당국의 반공화국 체제전복시도는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며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한편 북한 당국자는 “우리는 금강산과 개성관광 재개를 위해 노력하고 개성공단 근로자나 동해상으로 월경한 ‘800연안호’를 석방하는 등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남측은 필요한 것들만 얻어 위기만 모면하려 하고 진정성 있는 대화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또 “(억류자 문제를) 앞으로 남측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는지 두고 보겠다”고 밝혔다고 이 회장은 전했다.


남북 당국은 올해 초부터 개성공단 문제뿐만 아니라 금강산.개성관광 재개 문제 등을 놓고 수차례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실질적 합의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성공단 발전을 위한 협의에서 우리 정부가 3통문제와 기숙사 건립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한 반해 북한은 노임 인상문제를 협의하자고 고집했다. 또 금강산.개성관광 재개를 위해서는 관광객의 신변안전에 관한 북한당국의 문서화된 보장이 필요하다는 우리 주장과 달리 김정일의 구두 약속만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자신들이 어렵사리 대화테이블에 나왔지만 어느 것 하나 쉽사리 양보하지 않는 남한 당국의 태도에 대한 강한 불만의 표출로 억류자 문제를 활용하겠다는 계산도 엿보인다. 


당국간 대화에서 자신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 과거에는 판을 깨도 수차례 했음직한 상황이었지만 올해 북한이 당국간 대화를 계속 이어가고 있는 것은 남한 정부를 통한 경제적 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이라는게 대체적인 견해다.


북한은 올해 신년공동사설에서 ‘인민경제 향상’을 목표로 ‘남북관계 개선’ 입장을 밝힌 점도 남한 정부의 지원을 간절히 원한다는 또 다른 표현이라는 것.


북한은 지난해 3월 북중 국경지역 취재 중 북한 경비대에 체포됐던 커런트 TV 소속 여기자 억류를 통해 미국의 간접적인 사과는 물론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의 방북을 성사시켰으며 2차 핵실험에 따른 고립적 상황을 대화국면으로 전환시키는데도 성공하는 등 최대 효과를 거둔 바 있다.


북한은 결과적으로 여기자를 석방조치했지만 ‘반민족범죄’와 ‘비법국경출입죄’로 12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하는 등 긴장을 고조시켜 미국의 선택을 종용했었다.


북한은 이번 우리 국민 4명 억류사태를 통해 최대한 조사기간을 장기화해 우리 정부의 자세를 낮추게 할 가능성과 미 여기자 억류 때와 마찬가지로 재판을 통해 긴장국면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국내 여론 악화 가능성이 있어 정부로서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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