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외국라디오 청취 엄청 늘었다

최근 북한에서 외국의 대북 라디오방송 청취자들이 크게 늘고 있으며, 청취행위에 대한 처벌도 약화되고 있다고 복수의 북한내부 소식통과 탈북자들이 전했다.

함경북도 청진출신 리영호(가명 33세)씨는 “국경지역 도시는 외국 라디오를 듣는 사람이 10집에 5~6집 정도 된다”며 “KBS와 극동방송이 잘 잡히고, 단파 라디오를 갖고 있는 사람은 자유아시아방송(RFA)을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 12월 10일 경 열린북한방송을 들었다”며 “북한인권대회를 한다고 듣고 신심(믿음)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함북 출신 박금철(가명 26세, 교원)씨는 “미국의 소리(VOA)방송도 들었다”고 말하고 “미국의 소리라고 하는데 조선말로 해서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에서 하는 첩보방송인 줄 알았는데, 내용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라디오 외에 남한영화 ‘장군의 아들’ ‘조폭 마누라’ ‘공동경비구역’과 남한 드라마 ‘올인’도 보았다고 전했다.

양강도 혜산 출신 주은옥(가명 48세)씨는 “장사하는 사람은 라디오를 들어야 한다”며 “라디오를 듣지 않으면 답답해 미칠 지경”이라고 털어놓았다. 주씨는 “라디오를 듣다 적발되면 전자제품을 몰수당하는 것으로 끝난다”며 “과거에 비해 처벌이 엄중하지 않다”고 전했다.

다음은 북한주민 3인 인터뷰

청진 출신 리영호

– 중국은 몇 번 왔으며, 그 이유는?

“1999년 처음 탈북한 이래 한 해에 5~6번씩 북한을 드나든다. 중국 체류시 기독교 전도사들의 도움을 받아 교인이 되었고, 지금은 북한에 비밀리에 종교를 전파하고 있다. 북한에 들어갈 때마다 기독교 단체에서 제공하는 의복과 의약품, 성경책, 라디오 등을 가져간다.”

– 최근에는 언제, 어느 지역을 다녀왔나?

“11월 23일에 들어가 12월 20일 다시 중국으로 나왔다. 함경북도 온성, 청진을 거쳐 함경남도 함흥, 원산까지 갔다 왔다.”

– 북한의 라디오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북한에는 라디오만을 듣기 위한 라디오를 소지하고 있는 것 자체가 의심을 받는다. 그런 사람이 거의 없다. 재미도 없는 한 채널(조선중앙방송)의 라디오를 들으려고 라디오를 구입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대개 녹음기에 달려있는 라디오인데, 원래는 보안서에 신고하고 체신소에 가서 채널을 봉인해야 한다. 그 봉인을 뜯고 몰래 듣거나 애초에 보안서에 신고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 라디오 보급률은 어떻게 되는 것 같은가.

“지역마다 다르다. 국경지역은 안쪽(내륙도시)보다 라디오를 듣는 집이 훨씬 많다. 탈북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라디오가 달려있는 녹음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만 따진다면 지금 국경연선 지역은 10집에 5~6집은 갖고 있다. 청진은 10집에 3~4집 정도 보유하고 있고, 함경남도 지역은 1~2집 정도이다. 농촌보다는 도시 사람들이 라디오를 많이 갖고 있다.

그중에 외부 라디오를 가만가만 듣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지는 파악할 수 없지만, 보급률이 높아지는 것은 그만큼 가만가만 듣는 사람들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 주로 어떤 방송을 듣나?

“KBS와 극동방송이 전파가 잘 잡힌다. 단파라디오가 있는 사람은 자유아시아방송(RFA)를 많이 듣는다. 재미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KBS를 듣고, 중국에서 교회의 도움을 받았거나 교인이 된 사람은 극동방송으로 성경말씀을 듣는다. 정세에 관심 많은 사람들은 RFA를 듣는데, 요새 KBS가 시원치 않아 RFA를 듣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 북한 주민들은 외부 라디오를 몰래 들어야 하는데 청취성향까지 어떻게 아나?

“아주 믿는 사람들끼리는 서로 이야기하며 라디오에 대한 정보를 교환한다. 요새는 어디 방송이 좋다, 언제 어떤 방송을 들었다 하는 이야기들이다. 나는 지역마다 그런 사람들을 한 두 사람씩 알고 있고, 그 지역 사람들이 또 다른 청취자를 아는 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 앞에서 ‘KBS가 시원치 않다’는 말은 무엇인가?

“정세에 관심 많은 사람들은 대개 북한 체제에 대한 불만도 많은데 KBS가 요새는 그런 이야기를 쏙 빼놓고 한다. 예전에는 탈북자들도 많이 출현하고 우리 북한 주민들에게 희망과 신심(믿음)을 주는 내용이 가득했는데 지금은 시시하다.”

– 북한 주민들에게 희망과 신심을 주는 내용이란?

“북한의 실상을 그대로 이야기해 주는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이 그 방송의 진실성을 믿고,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의지도 생긴다. 12월 10일경에 <열린북한방송>이라는 것을 들었는데 참 내용이 알찼다.”

– <열린북한방송>을 어디서 들었으며 어떤 내용이었나?

“12월 10일쯤 함경남도 함흥에서 들었다. 북한인권대회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아주 신심이 생겼다. 그렇게 외부에서 북한인권을 위해 무언가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소식을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큰 용기를 준다.”

함북 **출신 박금철 26세, 직업 : 교원

– 북한의 라디오 보급율은?

“알 수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몰래 듣고 있다. 내가 대학 다닐 때 기숙사 한 방에 8 명이 있었는데 우연하게도 나를 제외하고 7명에 모두 국경지역 출신이었다. 그런데 모두가 라디오를 하나씩 갖고 있었다. 나도 그들 틈에 끼어 함께 듣게 되었다.”

– 북한에는 밀고자들이 많은데 그렇게 집단으로 들으면 보안이 유지되나?

“젊으니까 의리가 강하다. 우리는 함께 혈서를 쓰고 술잔에 피를 섞어서 함께 마시면서 비밀을 지키자고 맹세한 후에 함께 들었다.”

– 주로 어떤 방송을 들었나.

“라디오에 따라 잡히는 대로 들었다. 한 동무가 일본제 단파라디오를 갖고 있었는데 그게 제일 잘 잡혔다. 어떤 동무는 한국산 라디오였는데 그것도 성능이 좋았다. KBS도 듣고, 러시아에서 하는 방송도 듣고, ‘미국의 소리’도 들어봤다. 이름은 ‘미국의 소리’라고 하는데 조선말로 해서 깜짝 놀랐다. 미국에서 하는 첩보방송인줄 알았는데 내용이 유쾌했다.”

– 최근에도 라디오를 듣나?

“교원생활을 하면서 바빠서 못 듣다가 한국 영화를 본 다음에 바깥 세상 소식이 자꾸 궁금해져 녹음기를 뜯어 고쳐서 몇 달 간 들었다. 내 학급 아이들 중에도 바깥 세상 소식을 비상하게 알고 있는 아이들이 있는데, 자기가 듣거나 부모가 라디오를 듣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을 한다. 같은 처지니까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냐고 캐묻지 않았다. 하여간 북한은 ‘혓바닥'(말) 때문에 신세 망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 북한에서 보았던 한국 영화는?

“<장군의 아들>은 대학 때 보았고, 최근에는 <조폭마누라> <인정사정 볼 것 없다> <공동경비구역> <풀하우스> <올인> 같은 것이 인기다. 밤에 문을 걸어 잠그고 커튼을 두 겹으로 치고 그것을 보다가 날을 새는 사람에 다음날 하루 종일 졸았던 적도 있다.”

량강도 혜산 출신, 주은옥 48세

– 북한에서 라디오를 듣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들었다.

“옳다. 장사를 하자고 해도 제대로 하려면 라디오를 들어야 한다. 탈북을 했다가 돌아온 사람은 바깥 소식이 자꾸 궁금하기 때문에 라디오를 듣지 않으면 답답해 미칠 지경이다. 나도 그래서 듣는다.”

– 장사를 제대로 하려면 라디오를 들어야 한다는 말은 무엇인가?

“요새 북한에서 달러나 인민폐를 바꾸는 것도 정확한 돈값(환율)에 따라 한다. 라디오를 들을 때 뉴스보도에 귀 기울였다가 환율 이야기가 나오면 받아 적거나 기억해 둔다. 특히 환율이 앞으로 오를지 내릴지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앞으로 한국에서 인민폐 환율이 올랐다고 하면 우리도 곧 그렇게 될 것이라 생각하고 인민폐를 사들인다. 큰 장사 하는 사람들은 이런 점이 중요하다.”

– 라디오를 듣다가 적발되면 어떻게 하나.

“예전에는 무조건 정치적으로 걸렸지만 지금은 안 그렇다. 모든 전자제품을 몰수당하는 정도로 끝난다. 테레비, 냉장고, 녹상기 등 모든 것을 뺏기고 벌금도 문다. 이것도 무거운 처벌이긴 하지만 과거처럼 엄중하지는 않다는 말이다. 그런데 만약 듣던 현장에서 적발됐다면 그건 무조건 정치적으로 걸린다.”

– 벌금은 어느 정도 무는가?

“때에 따라 다르다. 그냥 뇌물을 고인다고 생각하면 된다. 고양이담배 몇 막대기 바치고, 한 15만원 정도 갖다 주면 대강 처리된다고 보면 된다. 그럼 ‘앞으론 그러지 말라’고 헛기침하면서 넘어간다.”

– 최근에 그렇게 몰수당하거나 벌금을 문 사람을 직접 봤는가?

“바로 우리 인민반에 있던 남자가 11월에 한 번 걸렸다. 돈장사하는 사람이었는데 역시 환율을 살피느라 그랬을 것이다. 서우지(핸드폰)도 갖고 있다 걸렸다고 들었다. 좀 갖다 바쳤다는데 멀쩡한 걸 보면 잘 해결된 것 같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