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군사령부(유엔사)와 북한군이 2일 6년 6개월여 만에 열린 제15차 장성급회담을 통해 오는 4일과 6일 각각 대령급회담과 장성급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일 회담은 북측이 이달 9~20일 실시되는 ‘키 리졸브’ 한·미 연합연습을 “북침전쟁 연습”이라며 강력히 비난하고 중단을 촉구했고, 유엔사측은 “연례적인 방어훈련”이라는 입장을 보이며 32분 만에 종료됐다.
유엔사는 북한군과 군사채널을 유지하는 모멘텀을 마련한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유엔사측 수석대표인 조니 와이더 공군소장은 “양측 간의 더 나은 신뢰를 구축하고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이런 회담을 북측과 진행하는 것에 대해 유엔사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6년 6개월여 간 대화 자리를 마련하지 못했던 유엔사는 대화채널을 복원, 군사적 충돌 등 유사시 북한군과 소통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 따라 회담을 계속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유엔사 측은 북한군이 계속해서 문제 삼고 있는 ‘키 리졸브’ 연합훈련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군이 유엔사와 잇따라 접촉하는 것에 대해 국방부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국방부 관계자는 “남북 군끼리 대화가 단절돼 있고 유엔사와 북한군도 7년 가까이 대화가 없었기 때문에 대화 채널을 유지한다는 데 의미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의 회담 지속 의도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2일 회담도 북측의 제의로 이뤄졌기 때문에 현상적으로는 ‘키 리졸브’ 등 한·미 연합연습에 대한 불만 표출로 읽혀지지만, ‘통미봉남’ 의도에 따른 접촉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북한은 남북 당국간 접촉 중단을 비롯해 남북간 정치·군사적 합의 무효를 일방적으로 선언했고, 장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대포동2호’ 발사 움직임을 통해 미국의 관심끌기에 성공했지만 아직까지 미국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비교적 접근이 용이한 유엔사와의 대화채널을 만들어 미국에 미사일·북핵 등의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우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는 “북한이 유엔사와 협상을 통해 ‘키 리졸브’ 한·미 연합연습을 중단하라고 촉구한 것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유엔사 해체→주한미군 철수’를 관철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연구위원은 이어 “북한은 최근 일련의 모습은 군사적 시위를 통해 위협을 가하면서 한편으론 대화채널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라며 “이번 유엔사 접촉은 ‘한반도 긴장국면 해소를 위해 빨리 협상에 나서라’는 메시지를 미국에 전달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송대성 세종연구소장은 “유엔사 대표가 곧 미국대표라는 인식하에 ‘통미(通美)’하겠다는 제스처”라면서 “하지만 ‘키 리졸브’ 중단 요구 등 상식에 어긋나는 주장을 할 경우 회담이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송 소장은 이어 “미국이 북한의 핵문제나 미사일 문제에 대해 원칙적 입장을 보이면서 대화에 소극적이자 비교적 손쉬운 대화 상대로 유엔사를 고른 것”이라며 “미국에 ‘적극적으로 대화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