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시장, 제재·통제에 막혀도 新업종이 뜬다

올해 초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따른 대응조치로 유엔 70년 역사상 유례없는 대북제재 조치를 실행했다. 이에 따라 석탄 등 광물 수출과 자금차단으로 내수 경제, 특히 시장활동 위축에 따른 인민경제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김정은은 민생보다 치적 쌓기에 주력했다. 연이은 전투(70일, 200일)를 조직하면서 자강력을 강조, 제재를 스스로 타파할 수 있다는 선전에만 올인한 셈이다. 다만 여기서 문제는 여기서 시장활동은 제대로 보장하지 않고 ‘동원’만 강조했다는 점이다.

이에 주민들은 김정은 체제에 대한 기대를 접고 있는 모습이다. 스스로 시장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것. 소식통은 “‘장군님(김정은)은 약은 장사꾼’이라는 주민들의 반응은 현 시대에 대한 신랄한 평가”라면서 “인민생활 향상은 정책이 아닌 장마당 힘이다. 배급 희망자는 바보취급 받고 있고, 이제는 위(당국)를 믿지 말고 머리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자기운명을 시장에서 개척해야 한다는 고민이 묻어난다. 이런 인식 속에 주민들은 강력한 대북 제재와 당국의 연이은 동원이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시장경쟁 속에서 새로운 직종과 제품들을 개발하며 노하우를 쌓아갔다.

시장 변화는 막을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고 소식통들은 입을 모은다. 김정은 의도와는 상관없이 주민들 속에서는 자본주의 시장이 자연스럽게 진척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제는 “막히면 신종이 뜬다”는 인식도 생겨났다고 한다. 국제 제재나 내부 통제로 어느 시장 업종이 위축되면 다른 유사 업종이 뜬다는 얘기다. 데일리NK는 2016년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시장 업종과 제품 10가지를 선정해 3회에 걸쳐 소개한다. 

① 당국 통제, 외부 제재에도 영향 안 받는 장사는?…“요식업과 신발 및 쟈크(지퍼) 수리

북한에서 요식업은 안정된 시장업종으로 꼽힌다. 당국이 종합시장을 통제할 시기에도 음식장사는 성행했다. 다른 장사와 비교하면 일단 ‘초라한 장사’로, 뇌물이 작용하지 않는다는 이유가 한몫을 차지한다. 자택에서 혼자 음식을 파는 경우에도 간부들의 안식처가 되어 준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수입이 담보된다.



▲평안북도 신의주신발공장에서 생산한 운동화·편리화. 원자재 부족으로 소량 생산되는 신발은 명절공급용, 인민반 모범세대 표창용으로 공급된다. 종합시장에서 판매되는 신발 대부분은 개인이 만든 제품이다. /사진=데일리NK

최근 신발 및 지퍼 수리가 수익성이 좋은 인기 장사로 뜨고 있다. 특히 신발 수리는 북한 실정에 적합한 시장 업종이다. 주민들은 신발을 국영상점이 아닌 시장에서, 수입산이 아닌 국내산을 주로 신기 때문이다. 개인이 집에서 만든 신발은 가열처리가 약하기 때문에 수리를 맡기는 주민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소식통은 “시장에서 구매한 운동화는 하루 만에 바닥이 떨어질 때도 있고, 구두는 일주일이면 뒤축이 떨어지곤 한다”면서 “하루벌이 주민들은 재구매보다 수리해서 사용하려고 하기 때문에 신발 수리 업자가 많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엔 새 신발을 구매한 이후 바로 수리소에 맡기는 주민들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신발 바닥을 미리 덧대기도 하고 둘레를 꿰매면 바닥이 떨어지지 않고 오래 신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천시되던 신발 수리공은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경쟁력 있는 직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소식통은 “명절기념행사에 참가한 여맹원들은 누가 비싼 치마저고리(한복)를 입는가에 따라 집안 경제력을 평가한다”며 “최근 구두 수리공 아내들이 돈주(신흥부유층) 버금가는 비싼 남조선(한국) 저고리를 입는 경우가 많아 놀라움을 자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 주민 의복은 단추보다 지퍼를 선호한다. 다만 중국산(産) 지퍼는 한 달이면 고장 나곤 한다. 지퍼수리는 적은 돈을 받지만 대량 주문이 들어오다 보니 쏠쏠한 돈벌이로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눈에 잘 띄지 않아 단속·통제도 피해갈 수 있어 안전한 장사 업종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② “이제는 노인들도 밥벌이해야…‘아이돌보미’ 인기”

시장은 북한 전통문화도 변화시킨다. 부모를 공경하는 게 효자의 덕목이었던 유교문화는 최근 “노인들도 밥벌이해야 자식에게 떳떳하다”는 사회풍조로 바뀌었다. 사회주의 구세대와 장마당 신세대 간 문화 충돌이 사회 문제를 양산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에서 텃밭 가꾸기 등 집안일은 노부모들의 일거리로 인식되고 있다. /사진=연합

당국이 운영하는 양로원은 허울뿐이다. 노인들에게도 ‘자립만이 살길’이라는 시장인식이 스며들고 있다. 따라서 여성 노인들은 최근 ‘아이돌보미’ 업종에 나서고 있다. 젊은 여성들이 활발한 시장활동을 보이면서 새로운 직종이 생긴 것이다. 

아이돌보미 일급은 아이의 상황 및 나이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특히 친정어머니가 손자를 돌봐줄 때도 시장 가격에 따라 돈을 받는다고 한다. 이외에도 돈주 집에서 밥을 해주거나 오랫동안 집을 비울 때 집을 지키는 일도 노인들의 새로운 직종으로 뜨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여성 노인들의 시장벌이는 그런대로 있지만 남성 노인들은 이마저도 쉽지 않다”면서 “이 때문에 요즘 며느리들은 ‘시아버지는 필요 없고, 일할 수 있는 시어머니만 모시겠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③ “고객 확보 전략 주력…‘커피·차는 서비스’ ‘떡 무료시식’도 등장”



▲지난 2013년 개장한 것으로 알려진 평양시 종합편의시설 ‘해당화관’ 커피숍 메뉴판. /사진=조선신보 캡처

북한에서 커피와 차 문화가 등장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고위 간부들과 해외 주재원들은 1980년대 이미 커피 맛을 알았겠지만 일반 주민들은 2010년 들어서야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강원도에서 2010년 탈북한 이강옥(가명)씨는 “원산 고급식당에서 커피를 판매했었다. 비싼 가격이었지만 멋을 부니느라 커피를 샀다”면서 “커피를 마실 때 신여성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소회했다.

커피와 차가 간부나 돈주들의 기호음식으로 사랑받았지만, 이제는 대중화되는 추세다. 최근에는 고객을 끌기 위해 음료를 제공하기도 한다. 지난 4월 중국 단둥(丹東)으로 사사여행(친척방문) 나온 한 평양 주민은 “목욕탕을 운영했는데, 커피와 차를 무료로 줬더니 손님들을 좋아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식당, 목욕탕 등 봉사망(서비스업종)에서 고객확보 전략으로 커피와 차 서비스하는 것은 지방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지방도시 고급식당에서 커피는 후식으로 제공하고 있다는 것. ‘소비자가 왕’이라는 인식에 종합시장 상인들도 모방하고 있는 추세다. 떡, 순대 매대 등 에서도 시식을 권유하면서 고객에게 무료로 서비스하고 있다는 것이다.